새 알□ 한춘옥

2023-06-09 09:44:05

딩동 소리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앙증맞은 새알이였다. 친구가 보낸 것이다. 색갈과 무늬가 특이한 새알이였다. 이제 부화를 하게 되면 얼마나 예쁜 새가 숲을 날아옐가? 나의 상상에 벌써 새알이 움찔하더니 나래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그림이 펼쳐졌다.

친구는 아마도 눈으로만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였다. 아참, 글쎄 나물 캐러 갔다가 어미새의 허락도 없이 둥지에서 새알을 털어왔다는 것이다. 마치 장원급제나 한 것처럼 공짜로 얻은 새알을 동네방네에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새알 볶아 먹을 놈이라고 욕하고 싶었다.

“새알은 왜 가져왔어요? 나무에 기여올라가 새둥지 속의 알을 꺼내는 개구쟁이도 아니잖아요? 삶아 먹고 지져 먹으려구? 10마리 새 생명을 도난당하고 애타게 찾을 어미새를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대답은 더 가관이였다.

“자연산이니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잖아요. 산새는 동물이고 주인이 없는데요?”

나는 조금 격한 소리가 튕겨나갔다.

“산새알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있어 감염될 수도 있고 사람이 먹으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어요!”

“건강에 좋은 먹거리가 천지인데 꼭 산새들의 둥지를 털어야 할 리유가 있나요?”

텅텅 비여있는 새둥지를 발견하고 어미새는 얼마나 슬피 울었을가? 이미새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나의 귀전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예전에 우리 집 처마 밑에는 제비둥지가 여러개 있었다. 한번은 왕청에서 온 조카가 엉뚱한 일을 저질렀다. 아버지의 낚시대로 제비둥지를 그만 깡그리 부셔버린 것이였다. 갑자기 땅에 떨어진 아기제비는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여기저기에 나뒹굴었다. 다섯마리 어린 생명이 얼마나 처량했던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버지를 찾았다. 아직 털도 나지 않은 아기제비는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소식 받고 왔는지 제비들이 까맣게 우리 집 지붕에 앉으며 애원하고 있었다. 빨래줄에 앉은 제비들의 소리는 얼마나 처량한지 장례식장을 방불케했다. 제비소리는 워낙 재잘재잘 생동감 넘치고 기분 좋았는데 그날은 아니였다. 처음 듣는 분노와 슬픔으로 반죽된 울부짖음 소리였고 가슴을 긁어내리는 소리였다. 너무도 당황해서 나는 그저 아버지 옆에서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아버지는 야단보다 조용하게 말씀하셨다.

“제비는 사람을 믿기에 처마에 둥지 틀고 새끼를 부화했는데 참…”

아버지는 창고에서 나무토막을 찾더니 톱으로 반원모양의 받침대를 만들고 망가진 둥지자리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광주리를 잘라 주변을 두르고 부드러운 짚과 솜으로 바닥을 깔아주었다. 나는 아기제비를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넘겨주었고 아버지는 그것을 인공둥지에 넣어주었다. 아기제비를 새집들이 시키고 제대로 적응을 할지 무척 궁금했다. 많이 놀란 아기제비는 다행히 입을 짝짝 벌리면서 먹을 것을 찾기 시작했다. 아빠제비와 엄마제비는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먹이면서 새끼를 잘 키워냈다. 제비는 짬짬이 시간을 내여 아버지가 만든 둥지를 다시 보수장식해서 멋지게 만들었다. 동네사람들은 이런 제비둥지는 처음 본다며 박물관에 모셔가야 되는 게 아닌가고 했다.

그해 가을 제비들은 련속 사흘이나 지지배배를 부르며 우리집 지붕과 빨래줄에 앉아서 재롱을 부렸다. 그 소리는 분명 기쁨으로 열광하는 환호소리였다.

어린시절 나는 아기제비를 살려준 아버지가 너무도 멋있었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동물을 사랑하라고 일렀다. 산에 가서도 새둥지를 보거나 북데기에서 새알을 보면 다치지 말라고 하였다.

사람과 제비가 같이 공사를 해서 만들어진 제비둥지에는 해마다 아기제비들이 북적거렸다. 봄이면 쌍쌍이 날아와서는 둥지에 알을 낳고 정성 들여 새끼를 키우고 가을이면 강남으로 날아갔다. 고향을 떠나면서 나는 제비둥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해마다 봄이면 제비와 같이 살던 고향집이 그리워난다. 어쩌면 제비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 애틋함은 사람 못지 않았다. 해마다 우리 집 주인처럼 드나드는 제비들을 보면서 나는 동년의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했다.

그때 나는 아버지와 한번만 제비둥지를 보면 안되는가고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눈으로 보기만 하는거야 다치면 절대 안돼!”라고 말하면서 나를 안고 의자에 올라서서 보여주었다. 앙증맞은 제비알은 귀엽기도 하고 예뻤다. 가까이 보니까 만지고 싶었다. 만지면 아마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보는 것으로 만족했고 언제면 그 알이 아기제비가 될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산과 들에 가면 동물을 다치면 안된다고 했다. 산새알은 보고 흠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옛날 나의 고모는 산나물을 캐다가 이름도 모르는 새끼동물을 귀엽다고 광주리에 담아 집에 가져왔다. 그날 밤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온 동네를 들볶았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동네로인들은 고모를 앞세우고 산에 가서 새끼를 그 자리에 두고 왔다고 한다.

친구는 새알을 보면서 욕심이 생겼을 거고 보약이라는 환상만 했을 것이다. 만약 어미새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가져올 수 없는데… 어떻게 삶아 먹을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날 나는 얄미운 친구 때문에 기억에서 아물거리던 어미새 울음소리가 상상되면서 마음이 허전했다.

다음날 아침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웬일이지… 새알을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하고 싶은 건가?…”

“지난밤에 새들의 습격을 당했어요. 너무도 놀라서 비명소리를 질렀는데 꿈이였어요. 다시 잠들 수 없었고 새알 가져온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새알을 주인에게 돌려줄려고요.”

그럼 그렇겠지. 나는 친구의 늦은 반성에 박수를 보냈다.

“생각 잘했어요. 희귀품종의 새일 수도 있어요. 눈으로만 사랑하는 것으로 만족해야지요.”

오늘따라 베란다에 들어오는 해살이 유난히 찬란하다. 저 산 넘어 산등성이로 날아가고 있는 새들의 날개짓은 나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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