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집하의 래일을 그려본다□ 최장춘

2023-01-20 09:48:49

력사의 강 연집하(烟集河), 세월의 폭염과 혹한을 이겨내며 춘하추동 줄기차게 흘러온 시민들의 강이다. 팔도향북쪽산기슭에서 물줄기 생겨 줄곧 남쪽방향으로 굽이굽이 흘러 부르하통하와 합류하는 과정에 전설 속의 봉금망아지가 연기를 자오록이 휘감아올려 연집하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연기가 쉽사리 흩어지지 않아 보물이 넘쳐났다는 설을 들어보면 석인촌골안을 에돌아 흐르는 연집하엔 어쩐지 노다지타령이 많은 것 같다. 그 재부를 지켜나선 듯 연집하의 길목을 척 버티고 막아선 뾰족산은 파수병의 창날같이 금방 짓누르는 구름을 깨쳐버릴 듯한 저돌적인 위압감이 있다.

연집하의 전반 길이는 40여킬로메터밖에 안된다. 비록 여느 강의 길이와 비교 안될 만큼 짧지만 사시절 우중충한 산봉우리와 푸른 숲을 비껴담아 류달리 맑고 투명하다. 옛날 여름철에 모래무치와 돌쫑개가 물속에서 술래잡이를 했고 돌 밑에선 가재가 신나게 꼼지락꼼지락거렸다. 전쟁의 나날에 항일련군전사들의 갈한 목을 추겨 혈전을 뚫고 나갈 신심과 용기를 북돋아준 추억의 강물이 너무 정갈해서 그랬던지 리민촌사람들은 지난 80년대말까지 줄곧 강녘의 물을 그냥 식수로 사용했다. 수줍은 녀인의 웃음이런듯 이남박살 같은 새하얀 물살이 옥토벌을 적시여 농작물은 해마다 푸르싱싱 잘도 자라 후날 연집하를 어머니강이라고 높이 칭송해 불렀다.

그런 연집하에 해방 후 첫꿈을 얹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자치주 첫 주장 주덕해 동지였다. 그이의 사업계획에는 연집하와 황초구골물이 만난 뾰족산입구에 저수지를 앉히고 리민촌 뒤산에 과수원을 꾸려 수려한 고장으로 변모시킬 구상이 움터있었다. 계획실행의 첫 순서로는 산중턱에 길을 닦는 일이였다. 헌데 길닦기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될 즈음 뜻밖에 동란시대를 맞아 정지되였고 또 70년대초부터 느닷없이 바위돌캐기바람이 들이닥쳤다. 쾅쾅- 요란한 남포소리와 함께 뾰족산꼭대기에서 와르르 굴러내린 바위돌들이 연집하 여기저기에 처박혀 볼썽 사나웠다. 설상가상으로 무더기비까지 자주 쏟아져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지난 65년에도 련속 보름 동안 내린 장마비로 대성촌과 흥안촌의 강뚝이 무너지면서 80헥타르 농경지가 홍수에 잠겼고 95년도에는 또다시 폭우피해를 입어 연집향 부근 강뚝이 9킬로메터 무너졌다. 한번 물란리 터질 때마다 농토가 씻기는 건 물론 마을 사이를 이어놓은 나무다리들이 몽땅 떠내려가 인적래왕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이처럼 연집하는 평소 겉보기엔 물량이 적은듯하나 일단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만 하면 골짜기에서 터져나온 골물들이 합세하여 큰 사태를 빚군하여 정부에서 수차례 연구끝에 홍수방지공정설계방안을 세우고 2000년도 좌우에 리민촌과 흥안촌 사이 22키로메터 구간의 언제를 높이는 질적보강공사를 전격 추진했다.

잇달아 석인골입구에 도시물공급, 발전, 관개수 등 다기능을 갖춘 저수지를 앉히고 공원교확장공사를 비롯한 연홍교, 연빈교,건강교 등 크고작은 콩크리트다리 15개를 련이어 부설했다. 연집하 건설이 효과적인 성과를 거둔 후 연집하강변을 시민들의 휴식터로 업그레이드할 새 방안이 제기되여 2018년도까지 건강교에서 연홍교에 이르는 1. 5킬로메터 구간에 대해 중점적으로 대개조를 진행했다. 인력물력을 투입해 강바닥을 가셔내고 징검다리를 놓아 물마루를 형성했는가 하면 강옆에 잔디풀과 더불어 갖가지 나무들을 심어 시민들이 산책할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다. 그러나 강물은 결코 인간의 뜻대로 유순하게 흐르지 않는다. 해마다 폭우로 인한 흙탕물이 반복적으로 잔디밭과 유보도를 범람하여 시민들의 고충과 더불어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관련 부서의 번뇌는 깊어진 상태에 놓였다.

장춘시북호습지공원은 물과 숲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그중에서도 새파란 련꽃잎과 달리 물녘에 키 넘게 꽉 박아선 갈대숲이 한폭의 수려한 그림같은 경관을 조성했다. 두루미, 물오리를 포함하여 이름 모를 갖가지 철새들이 갈대밭을 탐내여 줄지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서식했다.

갈대는 물을 맑게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바람에 꺾이지 않고 철따라 다양한 색상을 연출하며 곧게 자라나 관상용으로도 으뜸이지만 경제작물의 효익 또한 대단한 식물이다. 옛날 연집하에도 갈대밭이 듬성듬성 있었다. 가을이면 로인들이 갈대로 비자루며 돗자리를 만들어 팔아 용돈을 해결했다. 계절이 떠나간 끝자락을 마냥 새하얀 손수건을 날리며 지켜주는 갈대밭을 오늘 문뜩 연집하에 다시 일궈낼 수 없을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강바닥에 잔디풀을 심고 유보도를 빼는 인위적인 환경보다 갈대밭을 만들어 숲과 물이 사이좋게 어울린 환경이 자연의 숨소리를 뿜어내여 훨씬 매력적인 감상효과가 있을듯 싶다. 경극 <사가퐁(沙家浜)>고장에서 갈대밭을 리용하여 관광산업을 발전시킨 것처럼 우리도 수십리 뻗은 강녘에 갈대숲을 가꿔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만들 필요성을 느낀다.

  시내중심에서 강기슭을 따라 북쪽방향으로 쭈욱 올리 갈대숲이 우거진 풍경을 한번 상상해보면 어떨가, 어쩌면 강물의 운치를 돋구는 갈대숲 경관이 연길시에서 또다른 명실상부한 관광지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공원을 끼고앉은 연집하가 도심속의 록색허파같이 혼탁한 공기를 깨끗히 씻어주는 유일한 청정지역이 되였으면 좋겠다. 한수의 노래처럼 삶의 넋을 튕기며 유유히 흐를 연집하의 래일이 오늘따라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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