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위 례찬□ 리련화

2023-02-10 09:17:53

처음 식탁에 등장한 가위를 보고 충격을 먹었던 것이 대학교 1학년 때이다. 요즘에야 집집마다 주방용 가위가 한두개쯤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위란 천이나 종이 등 물건들을 자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음식물을 자르는 데 쓰인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였다.

그것은 일본 교수의 집에서 벌어진 일이였다. 일본식 스키야키를 한상 차려놓고 한창나이에 기숙사에서 늘 허기져있는 사랑스러운 제자들을 집에 불렀는데 그만 소고기를 잘못 사서 어찌나 질긴지 모두 한점을 입에 넣고 끝없이 질겅거리는중이였다. 안되겠던지 교수님은 주방에 가서 뭔가를 들고 왔는데 그것은 어림잡아 한뼘 반 길이의 검은색 손잡이의 재단가위였다.

교수님은 그것을 끓고 있는 남비 속에 쑥 집어넣고 이리저리 썩둑썩둑 잘랐고, 식탁용 가위 문화에 익숙하지 못했던 우리 연변 ‘촌아’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서 가위가 들락거린 고기쪼각을 더 이상 먹을 념을 못했다.

주방용 가위는 한국에서 유래되였다고 한다. 거슬러올라가 옛날에 엿도 다루고 장단까지 맞추던 엿가위가 주방가위의 유래라고 그들은 분석하고 있다.

어쨌거나 주방용 가위는 주부들에게 일대 혁명이라고 생각된다. 주방용 가위는 일반 가위와 달라서 닭뼈 같은 억센 식재료도 쉽게 잘라진다. 료리를 마무리하고 우에 뿌리는 쪽파도 가위로 송송, 고명으로 얹을 빨간 고추도 가위로 송송 쉽게 썬다. 김치를 썰 때도 칼도마에 묻히기 싫어서 가위로 썩둑썩둑, 가끔씩 고기를 볶다가 덩어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면 그것도 가위로 썩둑썩둑.

지금은 불고기집이나 랭면집에 가면 가위가 필수로 식탁 우에 준비되여있다. 랭면 면발은 잘라서 먹는 것이 아니라고 고집하는 사람도 많지만 면발 끝이 철렁거리며 육수가 튀지 않도록, 또 길고 긴 면발이 목구멍에 걸려서 사레가 들리지 않도록 먹기 편하게 잘라서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연길에 놀러 온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그것이 다소 의아한 장면으로 보이는 듯하다.

요즘 《문회보》에서 발표한 ‘즐길 줄 아는 중국인: 2022년 국내관광통찰’에 의하면 연길시는 전국 이색관광도시 2위를 차지했고 2023년 음력설련휴에는 약 89만명이 연길시를 다녀갔다. 더불어 틱톡에도 연길 맛집투어를 하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그중 ‘중국 10대 면’ 가운데 하나인 랭면은 꼭 맛을 봐야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SNS에서 ‘연길랭면’을 검색하면 ‘가위로 잘라야 한다’가 련관검색어로 뜨는데, 외지 사람들의 가위 사용법을 보면 가관이다. 랭면을 한입 물고 면발을 입에 길게 드리운 채로 밑에 부분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참 볼썽사납게 느껴지는 것은 나 뿐일가.

댓글에는 가위를 쓰기 께름직하다거나 가위를 육수에 넣기 꺼려진다는 내용도 있다. 문화의 차이인가 보다.

자고로 우리 민족은 식사례절을 중요시해왔으며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가르쳤다. 어르신이 먼저 들어야 아이들이 비로소 들 수 있고 저가락으로 료리를 뒤적거리거나 수저를 음식물에 꽂아놓아서는 안된다. 국물을 마실 때 후루룩거리거나 음식물을 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실례이다.

물론 나라마다, 지역마다 식사례절의 차이는 있지만 식사례절이란 식사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으로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키는 에티켓이다.

관광객들이 면발을 수염처럼 길게 드리운 채 출렁대면서 가위로 자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천상 ‘먹새’인 나의 식욕을 사그라들게 하는 대단한 재주가 있었다.

랭면을 어떤 방식으로 먹든 그건 사람 나름 대로의 자유겠지만, SNS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방식으로 면발을 자르는 모습이 더 전파되기 전에 대비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밀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준비가 잘 안되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관광시즌에 대비해 하루빨리 경험을 총화하고 손님들이 좀 더 쾌적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해야 할 것이다.

그중 하나로 ‘랭면을 드시기 전에 가위로 이렇게 잘라주세요’하고 이미지를 곁들여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거나 시범동작을 선보인 동영상을 계정에 올려서 외지 관광객들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안내를 했으면 하고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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