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잦아든 메콩강 강변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던 회색빛 생명체,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메콩강을 비롯한 동남아의 몇몇 강과 연안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종이다.
몸길이는 2.75메터, 무게는 최대 150킬로그람까지 자라고 보통 6마리 이하가 하나의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이라와디 돌고래는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단 세종의 고래 및 돌고래류중 하나이다. 둥글고 짧은 주둥이, 부드러운 곡선의 등지느러미를 가진 이 돌고래는 귀여운 외형과 달리 국제자연보호련맹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위태로운 존재이다.
해양 돌고래 개체군은 주로 진흙이 많고 바다물과 민물이 섞인 환경의 해안가에 서식하는 반면, 담수 개체군은 호수나 큰 강의 깊은 곳을 선호한다. 전세계에 남아있는 이라와디 돌고래는 약 6000마리로 추정되며 이중 약 5700여마리는 해안과 하구에, 300마리 미만은 담수 서식지에 남아있다.
가장 큰 해양 개체군은 방글라데슈 해안과 순다르반스 지역에서 발견된다. 반면 다섯개 남은 담수 개체군은 각각 100마리 이하로 국제자연보호련맹 적색 목록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다.
한때 이라와디 돌고래는 메콩강의 라오스─캄보쟈 국경에서 베트남 삼각주, 똔레삽 호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지만 지난 39년간 개체수와 서식 범위가 크게 축소했다. 건기(1~5월)에는 수위가 낮아지며 돌고래들이 크라체주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190킬로메터 구간내 9개의 깊은 물웅덩이에 집중된다. 이 웅덩이는 휴식과 먹이 활동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어업 피해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따른다. 강이 깊어지는 우기에는 크라체주 남쪽 지역에서도 돌고래가 가끔 목격된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대부분의 시간을 먹이 활동에 사용한다. 활발하거나 곡예적인 행동은 드물지만 가끔 낮게 수면 우로 뛰여오르기도 한다. 보통 잠수시간은 2분 미만이나 위협을 받으면 더 오래 잠수한다.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며 일부는 46세에 이르러도 성체 크기를 유지한다. 성적 성숙 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새끼는 태여날 때 약 1메터에 12킬로그람이고 생후 7개월 동안 50센치 이상 빨리 자라며 체중도 33킬로그람 이상으로 증가한다. 암컷은 일반적으로 2~3년 간격으로 번식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개체군에서는 출산 주기가 짧아질 수 있다.
이 종은 급속한 개발, 불법 어업, 수질 오염, 선박 소음 등 다양한 위협에 로출되여 생존 그 자체가 위기였다. 특히 ‘전기 충격 어업’은 개체수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최근 캄보쟈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크라체주 캄피 돌고래 보호구역에서 올해 들어 이라와디 돌고래 사망 사례가 단 한건도 없이 새끼돌고래 7마리가 태여난 것이다. 이중 5마리는 크라체주에서, 2마리는 스떵트렝주에서 태여난 새끼이다. 이로써 2025년 현재 메콩강에 서식하는 민물 돌고래의 총개체수는 111마리로 집계되였다.
지난 5월 28일, 크라체주수산청의 목 폰록 청장은 캄피 보호구역 강 경비대원들과의 회의에서 상반기 보호활동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31명의 어부를 대상으로는 불법 어업 관련 법률 교육도 펼쳐졌다.
목 폰록 청장은 이날 “이라와디 돌고래는 캄보쟈의 보물이며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존재”라고 강조, 현재 크라체주와 스떵트렝주 일대에서 활동중인 72명의 메콩강 경비대원의 로고를 높이 평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단속 활동을 통해 모터보트 3척, 전기충격 장비 30세트, 차량용 배터리 2개, 불법 그물망 136개를 압수했고 전기 어업 련루자에게는 총 17건의 소환장이 발부되였다.
메콩강에는 이 생명체의 존재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오래된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에 따르면 한 젊은 녀인이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약혼자는 전쟁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녀인은 매일 강가에서 그를 기다렸고 결국 죽음 소식을 전해 들은 날 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순결한 마음은 돌고래로 환생해 지금도 그 강을 떠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현지에서는 돌고래를 해치면 재앙이 따른다고 믿는다. 어부들조차도 돌고래가 배 주위로 나타나면 “좋은 날이 올 징조”라며 고기를 잡지 않고 조용히 배를 돌린다. 이러한 문화적 믿음은 법과 단속 이전에 지역 공동체의 생태 보전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 토대였다.
이라와디 돌고래 보호는 캄보쟈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 종은 인도, 방글라슈,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타이 등에도 분포하지만 민물 서식지는 메콩강, 이라와디강, 브라마푸트라강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대 맹그로브숲인 순다르반스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 속도 제한과 어업 규제를 병행하며 서식지를 지킨다. 인도는 2021년 ‘프로젝트 돌핀’을 출범시켜 국가 전략을 수립했고 미얀마는 돌고래와 어부가 협력해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을 복원하고 있다.
반면 라오스는 2016년 메콩강 국경 수역에서 서식하던 마지막 개체군이 멸종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사건 이후 캄보쟈와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국경을 넘는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라와디 민물 돌고래는 더 이상 전설 속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메콩강의 흐름을 따라 살아 숨쉬며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생존이야말로 우리가 이 강과 생태계를 얼마나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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