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향한 호흡, 숨끝에서 피여나는 울림

2026-07-10 09:13:45

"정미화의 예술적 '령토'는 피리라는 단일 악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타고난 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그를 사물놀이 세계로 이끌었다. "


멀리서 들으면 영낙없는 사람의 애달픈 목소리 같고 가까이서 들으면 가슴을 관통하는 거대한 울림이 느껴지는 소리, 얇은 리드가 연주자의 거친 호흡과 만나는 순간 악기는 압도적인 성량을 뿜어낸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전통악기 연주가 정미화(44세)가 자신의 전부라고 말하는 ‘피리’의 소리이다.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 기악부에 터를 잡은 정미화는 무형문화유산의 등불을 밝혀가고 있는 청년연주가이다.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피리를 입에 물고 숨을 불어넣는 순간 만큼은 그 누구보다 이악스럽고 진지한 모습으로 변한다.

정미화는 우리민족의 가락을 방방곡곡에 전하고 있다. 

◆소녀와 피리의 만남

정미화가 음악의 길로 들어선 건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어린시절부터 그의 집안에는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전문음악가는 아니였지만 유독 음악을 사랑하고 악기연주를 즐기던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였다. 아버지가 흥겹게 연주하던 음악소리는 어린 정미화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겼고 자연스럽게 민족 고유의 가락과 악기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가장 큰 자산은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넘치는 ‘흥’이였다.

그 흥을 품고 연변대학 예술학원에 입학해 음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운명처럼 피리를 선택했다. 수많은 민족악기중에서도 피리가 그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이다. 민족악기중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음역을 가진 것이 피리이다. 피리는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로 나뉘는데 정미화는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세피리를 전공했다. 악기의 크기가 작다 보니 자연스럽게 악기로 들어가는 숨도 적어 불다 보면 숨이 매우 찬 다. 입술이 부르트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고된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해야 했지만 노력할수록 좋은 소리를 내주는 피리는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피리는 감정표현이 아주 잘 드러나는 악기입니다. 연주자의 흔들리는 마음, 긴장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지요. 그리고 옛날 악기 같지만 음악적 쓰임새는 최고입니다. 대중성이 있고 서양 악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작은 ‘거인’과도 같은 존재이지요.”

그는 피리의 본질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싶었다. 피리는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고 가늘지만 관현악이나 전통합주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가히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피리를 입에 물고 강하게 숨을 불어넣으면 폭발적인 성량으로 주위의 모든 소리를 압도한다. 작지만 거대한 소리를 내는 피리의 반전 매력에 그는 청춘을 바치지 않을 리유가 없었던 것이다.

8년간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음악공부를 거쳐 그는 피리는 물론 장새납, 징, 꽹과리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실력 있는 연주가로 성장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한 정미화는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주인생을 시작했다.


◆사물놀이로 확장된 흥

정미화의 예술적 ‘령토’는 피리라는 단일 악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타고난 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그를 사물놀이 세계로 이끌었다.

농악장단 성급 전승인인 진경수는 새로운 사물놀이팀을 무으려고 적합한 인재들을 물색하던 중학생시절부터 연주기량이 뛰여났던 정미화를 떠올렸고 합류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다 넓힐 수 있고 민족악기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정미화는 흔쾌히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정미화는 사물놀이팀에서 부꽹과리와 징을 맡아 다른 팀원들과 완벽한 시너지를 이루게 되였다. 그가 소속된 사물놀이팀은 전국 각지를 누비며 민족의 성수나는 농악가락이 전국의 방방곡곡에 울려퍼지게 하고 있다. 정미화는 악기와 연주자가 하나의 호흡으로 련결될 때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민족가락에 대한 열정은 주렁진 성취로 이어졌다. 2011년 ‘제1회 중국조선족 민족악기 민요대축제’ 은상, 2015년 중국 태원 국제 북왕초청대회 은북왕, 2025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0회 ‘진달래문예상’을 수상하며 민족음악 전반에 걸친 탄탄한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물놀이에 대한 그의 집념과 뛰여난 기량은 ‘산화상’ 무대에서도 아낌없이 발휘되였다. 지난 3월, 강소성 소주시에서 열린 제17회 중국민간문예 ‘산화상’ 시상식에서 진경수를 필두로 정미화를 포함한 5명의 출연진은 ‘농악장단─경풍락’을 선보여 조선족음악의 독보적인 예술성을 전국에 과시했다. 중공중앙 선전부의 비준하에 중국문학예술계련합회와 중국민간문예가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상은 2년에 한번씩 평의하는데 중국 전역의 수만개 작품을 거르고 걸러 단 몇점의 우수작만을 선정한다. 1999년 첫발을 뗀 이래 ‘산화상’은 명실상부한 중국 민간문예의 최고 권위이자 민간예술의 ‘올림픽’으로 불리우고 있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그 치렬한 무대에서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장단과 신명 나는 연주로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농악장단─경풍락’은 ‘여러 민족의 단결된 분투와 공동의 번영발전’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예술적으로 완벽히 승화시켰으며 이는 연변 조선족 무형문화유산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제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련습해서 안되는 건 없더라구요. 어려운 공연이였지만 해냈을 때의 그 희열은 짙게 남았고 음악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계기가 되였습니다.”

그는 이번 ‘산화상’ 수상이 단지 영예에 그치지 않고 민족 예술의 ‘유산’이라는 틀을 벗어나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전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승의 모델을 구축하여 대중과 깊게 소통할 것을 다짐했다.


◆전통을 이어가는 외길에서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정미화가 마주하는 현실은 그리 록록치 않았다. 인터뷰 도중 전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방금까지만 해도 싱글벙글하던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현재 전통 무형문화유산중에는 잘 보존되고 전승되는 것도 있지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너무나 빠르고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것들도 많습니다. 이어받을 후진이 없고 대중의 무관심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소중한 무형문화유산들이 소리소문 없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그걸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 아픔은 오히려 정미화가 자신의 주전공인 피리를 더 단단히 움켜쥐는 계기가 되였다. 그는 매일 아침 련습실의 불을 가장 먼저 밝힌다.

“누군가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힘이 닿는 데까지, 숨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피리를 절대 놓지 않을 겁니다.”

정미화는 자신의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연변 전역을 누비며 수백회의 크고 작은 공연에 기꺼이 참여해왔다. 이외에도 중앙텔레비죤방송 <민가 중국> 프로그람, 문화부 프로젝트인 ‘봄비프로젝트’ 문화자원봉사활동을 비롯한 수많은 공연활동에 참여해 아낌없이 재능을 기부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도전과 시도를 해오면서 대중들의 관심이나 반응은 어땠는지, 또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지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었다. 그는 민요의 친숙한 가락에 현대적인 편곡과 리듬을 접목한 연주곡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고 젊은 세대의 감각에 다가가기 위해 영상미디어나 조명연출과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시도하며 음악이 지닌 원초적인 힘을 청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모색해나가는중이다.

그가 전통을 지켜내는 방식은 사람들의 삶속에 끊임없이 가락을 불어넣는 일이다. 그가 매일 채워넣는 이 깊고 고요한 호흡이 무형문화유산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미래라는 넓은 바다로 실어나르는 소중한 물길이 되기를 조용히 응원해본다.  

  신연희 기자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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