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망록 (외 3수)□ 박송월

2026-10-23 07:33:26

하루 끝마다 적어둔 글자 사이로

못다한 소원들이

무거운 어깨를 짓누르며

나를 고발하듯 서있다


저무는 하늘 아래

희로애락으로 채워진 시간들

이 모든 기록은 나를 위한

리정표였던가


어느새 내 두발이 지천명

고개에 올라서고 보니

어깨를 만지는 노을이

서럽구나


푸른 잎새 단풍이 드는 것은

리별이 아니라

초록이 아낌없이 내여주는

황혼의 축복이여라


그 언젠가 잊혀질 내 이름

내가 적은 비망록은

눈물의 장부가 아닌

반쪽 하늘도 우뚝 받들고 일어설

이 세상 모든 녀인들의

뼈를 묻은 일기


아-

그 이름도 성스럽고 위대한

어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


달의 뒤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은

한쪽은 은빛으로 감싸고

한쪽은 어둠 속에 홀로 침잠한다


우리는 언제나 환한 면만 좇아

흐르는 달빛에 감성을 실어 노래하고

온갖 수식어를 한쪽 얼굴에만 채운다


하지만 달은 영원히 돌릴 수 없는

등을 지녔다

인간의 령혼도 달을 닮았다


세상 앞에선 매끈하고 밝은 모습만 보이고

가슴 뒤면엔 지나간 후회

약한 모습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감추고 산다


한밤 달을 응시하며 깨달은 진실 하나

모든 삶엔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그 감추어진 침묵 속엔

진짜 자신의 무게가 담겨있다


우리는 살면서

밝은 겉면보다 가려진 뒤면에서

비로소 진실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다시 쓰는 여름


나는 오늘 뜨거운 태양을 펜촉으로 삼아

새로운 숨결로 이 여름을 채운다

낡은 기억은 연필로 지우고

오늘의 열정만 한줄씩 적어간다


지난날의 아픔은 지울 수 없지만

무뎌진 마음 스스로 추스리며

다음 여름을 맞기 위한 여백으로

조용히 자기를 다듬는다


그 여백으로 다시 새기는 이름

잊혀진 꿈은 해살 아래 깨여나고

뜨거움 속에 샘솟는 서늘한 자기성찰

더디지만 흔들리지 않은 한걸음


이 여름이 끝나도 남을 빛으로

나는 그 빛으로 다시 걷는다

그 빛은 래일을 비추고

나는 그 빛이 되여간다


여름나무


무거운 해살 온몸으로 받아안고

가지를 넓게 펴 세상에

그늘을 펼친다

비바람 맞고 굵어진 뿌리


땅속 깊이 희로애락 품은 채

작은 새들 집 지켜주는 나무

계절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찬란한 록빛으로 세월을 채우니


말없이 지친 생명들을 포용하는 마음

묵묵한 선의가 온 세상에 번지네

우리도 저 나무처럼 깊은 뿌리를 품고

  누군가의 쉼터로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리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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