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탕 안, 서로 다른 휴식의 경계□ 현청화

2026-10-23 07:33:26

연길의 어느 대중목욕탕에 딸과 함께 들어갔을 때 계산대에서 받은 것은 입장과 소비를 기록하는 손목 팔찌 하나였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서면 그다음부터는 생수 한병, 과일 한접시, 국수 한그릇까지 모두 별도 계산이였다. 휴계실에서 무언가를 소비할 때마다 손목 팔찌를 찍었고 나올 때는 그 기록에 따라 소비 금액을 정산했다. 입장료는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일 뿐 그 안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며 얼마나 소비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였다.

남방에서 우리가 다니는 대형 사우나는 계산 방식부터 달랐다. 목욕과 휴식은 물론 과일과 음료, 간단한 식사까지 입장료 하나에 포함된 일체형 서비스가 많았다. 한번 료금을 치르고 나면 지갑이나 손목 팔찌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식당에서 보았던 남북의 셈법이 목욕탕에서는 얼핏 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이 새삼 흥미로웠다. 샤브샤브 식당에서는 북방이 마음껏 먹으라는 뷔페식이고 남방이 먹은 만큼 내라는 접시별 계산이였다면 목욕탕에서는 북방이 물 한병까지 따로 계산하고 남방이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놓았다. 문화란 결코 단편적인 공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욕탕 입구에서부터 실감하게 된다.

물론 몇몇 목욕탕에서의 경험만으로 남방과 북방 전체의 문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반복해서 마주한 풍경은 각 지역의 생활 감각을 생각해볼 단서를 제공한다. 료금표에 적힌 수자보다 더 선명하게 그 차이를 드러낸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몸과 자리를 대하는 방식이였다.

탈의실에서 딸아이가 타올을 가져다 달라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의식하게 되였다. 북방의 목욕탕에서 사람들은 알몸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타올을 어깨에 무심하게 걸친 채 당당하게 걸어다니거나 탕 가장자리에 앉아 지인과 큰소리로 안부를 나누었다. 그곳에서 벗은 몸은 감추어야 할 사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씻고 쉬기 위해 잠시 드러낸 자연스러운 몸에 가까웠다.

남방의 목욕 공간은 전혀 달랐다. 샤와 부스마다 칸막이나 문이 설치되여있고 사람들은 타올로 몸을 가린 채 각자의 부스로 들어간다. 씻는 동안에는 닫힌 문과 카텐이 바깥의 시선을 차단했다. 북방에서는 몸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움이 편안함을 만들었다면 남방에서는 타올 한장과 칸막이가 사적인 령역을 지켜주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서 남방의 관광객들이 북방의 목욕 문화를 접하고 눈을 어디에 둘 줄 몰라 허둥대다가 결국 씻기를 포기한 채 휴계실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북방 사람의 익숙한 목욕 습관이 남방에서는 당혹스러운 행동이 되여 직원이 타올을 가져다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한다. 북방에서는 자연스러운 몸의 개방이 남방에서는 사생활의 침범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큰 타올을 가져다 딸아이의 몸을 가려주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북방 사람에게는 이토록 사생활의 경계가 없는 것일가. 그것은 큰 오해라는 걸 깨닫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북방 목욕탕의 휴계실 의자나 침상에는 생수병이나 가방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은 없어도 그 물건들이 “이 자리는 사용중”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잠시 탕에 다녀오거나 식사를 하러 가더라도 자신이 점유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흔적을 남겨둔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빈자리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물병 하나를 발견하고 물러선 적도 있다. 그곳에서 자리는 잠간 리용하는 공용 공간이라기보다 소지품으로 확보하는 작은 사적 령토에 가깝다.

반면 남방의 휴계실에는 15분 자리 보류라는 규칙이 작동한다. 리용객이 자리를 비울 때 자리 보류를 설정하면 15분 동안은 그 자리를 사용할 권리가 보장된다. 그러나 15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보류가 해제되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리용할 수 있다.

이 규칙은 사소해 보이지만 남방이 공용 공간을 다루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람에게 돌아올 시간을 주면서도 물건 하나로 공용 좌석을 무한정 독점하지는 못하게 한다. 머무를 권리와 함께 비워줄 의무도 정해놓은 것이다. 누군가의 물병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15분이라는 수자가 개인의 사정과 다른 리용자의 권리를 중재한다.

이 대비는 꽤 흥미롭다. 북방에서는 몸의 경계가 느슨한 대신 자리의 경계가 선명했고 남방에서는 몸의 경계가 선명한 대신 자리의 경계가 시간에 따라 류동적이였다. 북방 사람들은 서로의 벗은 몸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서도 물병 하나로 자신의 령역을 표시했고 남방 사람들은 타인에게 몸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면서도 휴계실의 자리는 15분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내놓았다.

결국 사람에게 경계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무엇을 사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 경계를 무엇으로 표시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몸을 가리는 일보다 자신이 쉬던 자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리는 함께 돌려써도 몸 만큼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료금 체계도 마찬가지이다. 북방의 개별 계산은 야박해 보일 수 있지만 리용하지 않은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명함이 있다. 목욕만 하려는 사람은 입장료만 내고 배가 고픈 사람은 원하는 음식만 골라 추가로 계산하면 된다. 무엇을 사용했고 무엇에 값을 치렀는지가 분명하다.

반면 남방의 일체형 료금은 목욕탕 안에서 계산을 잠시 잊게 해준다. 음료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가격을 따질 필요가 없으니 휴식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거의 먹지 않거나 잠간만 머무는 사람에게는 리용하지 않은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된 료금을 내는 셈이다. 무료처럼 보이는 음식도 사실은 모든 리용객의 입장료에 나누어 포함되여있을 것이다.

북방의 방식은 선택을 잘게 나누어 개인에게 돌려주고 남방의 방식은 여러 선택을 하나로 무어 편의를 제공한다. 하나는 정확하지만 리용할 때마다 계산을 의식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편안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서비스 비용까지 함께 부담하게 한다. 무엇이 더 합리한지는 목욕탕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짧게 씻고 나갈 사람과 반나절 동안 먹고 쉬려는 사람에게 같은 료금제가 똑같이 공정할 수는 없다.

목욕탕의 계산법과 공간 사용법은 이 지점에서 묘하게 련결된다. 북방에서는 비용을 종목별로 분리하면서도 벗은 몸으로 공용 공간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남방에서는 여러 비용을 하나로 무으면서도 몸은 칸막이로 세심하게 분리한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더 개방적이거나 합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례를 들어 물병이나 가방만 남겨둔 채 오래동안 자리를 비우면 다른 리용자의 휴식 기회를 빼앗게 된다. 반대로 15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거나 기계적으로 적용되면 잠시 식사를 하거나 몸이 불편해 늦어진 사람에게는 야박한 규칙이 될 수 있다. 암묵적인 배려에는 기준이 필요하고 명확한 기준에는 사정을 헤아리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좋은 대중목욕탕은 아마 북방과 남방중 하나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는 곳일 것이다. 개방된 탕을 편안해하는 사람에게는 넓은 공용 공간을 제공하고 몸을 드러내기 불편한 사람에게는 칸막이와 가림 시설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휴계실에서는 잠시 자리를 비운 리용객의 권리를 보장하되 물건만 남겨둔 채 공용 좌석을 지나치게 오래 점유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시간 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료금 역시 기본 리용료와 선택 서비스를 적절히 나누어 편리함과 선택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목욕탕을 나오며 손목 팔찌로 확인한 계산서에는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 찍혀있었다. 딸아이는 감탄하며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했다. 북방 목욕탕이 더 좋은지 남방 사우나가 더 좋은지 묻자 딸아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각자 장단점이 있죠.”라고 대답했다. 아마 아이도 두 방식의 차이를 어렴풋이 리해하는 모양이였다.

어쩌면 성숙된 목욕 문화란 모두가 거리낌없이 벗는 데 있지도 않고 모든 사람을 칸막이 안에 가두는 데 있지도 않을 것이다.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고 가리고 싶을 때는 가릴 수 있으며 잠시 머물 자리는 보장받되 공용 공간을 영원한 자기 령토로 만들지는 않는 것. 리용한 만큼 정당하게 지불하면서도 쉬는 동안 만큼은 계산에 쫓기지 않는 것. 결국 휴식의 품격은 얼마나 자유롭게 누리느냐에만 달려있지 않다. 나의 편안함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편안함을 함께 헤아릴 때 휴식은 비로소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욕탕 안에서 우리 사이에 놓인 경계는 타올 한장일 수도, 물병 하나일 수도, 15분이라는 시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경계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상황에 맞게 조률하는 일이다. 북방의 열린 몸과 남방의 닫힌 문 사이에서 나는 서로 다른 휴식의 경계란 서로를 밀어내는 선이 아니라 함께 편안하게 쉬기 위해 조절하는 거리임을 배웠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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