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이란…□ 류서연

2026-10-23 07:33:26

요즈음 위챗 모멘트를 보면 소학교 동창모임이라든가 초중 동창모임을 어떠어떠하게 성대하게 했다는 사진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날도 고중 동창모임 사진이 모멘트를 도배했다. 그 사진들을 보노라니 몇년 전 동창모임을 했던 그날의 일이 무성영화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때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이였다. 환락과 기쁨이 넘치는 맑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서 40여년 만에 그리움을 찾아 추억을 찾아 우정을 찾아 동창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너무 오랜만에 상봉한 옛 동창들의 모습에는 어제날의 애티 나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속절없이 흘러간 무정한 세월의 강은 어느 순간 우리들을 60대에 훌쩍 실어다 놓았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여하튼 너무 많이 변해있어 손을 내밀어 “오랜만이구나?” 하고 말을 건네기조차 어려워지는, 나보다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고 앞머리가 너무 벗겨져 좀처럼 천진란만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하나도 끄집어내주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동기동창이요 같은 나이인데도 보기에 따라 10년 이상씩 세월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가 하면 벌써 우리의 곁을 떠난 동창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그만큼 세월을 많이 살았다는 증거이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삶의 넉넉함과 여유가 담긴 동창들의 모습에는 즐거움과 함께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애틋함도 배여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을 짠하게 한다.

수십년 만에 만났어도 남자동창들은 “야, 자” 하며 편하게 대했지만 나는 필경 몇십년 만에 만났는지라 깍듯이 존대말을 썼다.

“오랜만이예요. 반가워요.”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학습위원을 하던 동창이 소리친다.

“야, 넌 동창 사이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거리감이 생기게. 우리 옛날로 돌아가자. 그게 더 정답고 좋지 않니? 넌 수필가로 되였다면서. 축하한다.”

그 한마디에 서로간의 간격이 좁혀지면서 마음이 확 트인다. 헌데 어색함도 잠시 즐거운 담소와 함께 술이 서너순배 돌고 술잔이 부딪치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동창들은 너나없이 한데 어울려 웃고 떠들며 한덩어리가 되였다. 역시 술은 벙어리도 입을 열게 하는 마법 같은 마력이 있나 보다. 아니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년, 소녀 시절의 추억을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의 사이를 가깝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립던 동창들과 가을의 향기에 취해 얼굴을 맞대고 앉아 하나, 둘 기억의 보따리들을 풀어헤치느라니 마음은 어느덧 어제날 아득한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오늘만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가장 순수하고 천진한 10대가 된다. 역시 기억을 넘나들면서 시간을 소유한 인간에게 기억기능은 소중한 재산임이 틀림없고 다함없는 축복임이 틀림없다. 학교에서 담임교원을 하랴, 아이를 키우랴, 살림을 하랴 팽이처럼 바삐 돌아치면서 먹고 살기 바빠 학창시절은 잊고 지내다가 몇십년 만에 모여앉게 되자 그동안에 쌓인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서로들 저마끔 자기 목청을 높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선생님이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칭찬해주며 따뜻한 조언을 해준 이야기, 숙제를 안 해서 교실 뒤에서 의자 들고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 어느 남학생이 녀학생을 좋아해 짝사랑했다는 친구가 숙맥이라 련애편지를 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우리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미 색 바래진 사춘기 시절의 잊지 못할 이야기들로 한껏 꽃을 피웠다…

오가는 대화가 많아질수록 해바라기 같은 고운 우정이 꽃피고 학창시절의 즐거움이 뚝뚝 흐르는 가을하늘 아래서 우리들의 숨결마다 오렌지색 행복으로 곱게 물들어간다. 40여년 세월이 흘렀어도 무랍없이 오고 가는 동창들의 대화에는 어제날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러고 보면 흘러간 시간 속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동창지간의 우정이리라. 청량한 가을바람에 우정이 익어가고 우리네 삶이 익어가는 그윽한 향기가 바람 타고 실려온다.

지난날의 추억에 풍덩 빠져 권커니 작커니 술잔을 기울이는 동창들의 즐거운 모습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노라니 차츰 학생시절의 모습이 수면 우에 떠오르듯 하나하나 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나이를 먹었어도 누군가는 학생 때의 그 성격이 하나도 변하지 않아 여전히 에너지 넘친다. 애티 나던 10대의 천진한 모습이 중늙은이 된 그의 얼굴에 겹쳐진다.

“얘, 넌 어문시간에 선생님이 너의 작문을 읽어주던 생각이 나니? 그때 그 작문 얼마나 잘 썼던지 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어. 역시 수필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였네. 넌 글쓰기에 천부가 있었어.”

동창의 한마디에 다른 동창들도 어떻게 글을 그렇게 잘 쓰냐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동창들의 칭찬에 내 입도 벙글어진다. 마음속에서 즐거움의 물결이 출렁인다.

동창이란 아마 그런 것인가보다. 항상 훈훈하고 미워할 일 없는, 더 가깝지도 더 멀지도 않은 사이로 변함없이 친구로 남는 것이 동창이다. 이성간의 사랑도 아니고 헤여짐에 아쉬움도 또한 없다. 말 한마디에도 격이 없고 틀이 없다. 동창들 사이에서는 지위의 높고 낮음도 없이 평등하다. 그만큼 만남이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하다. 만날 적마다 다 잊었던 추억을 쉽게 끄집어내여 곱씹어도 즐겁게 웃고 떠들어대는 것이 동창이다. 동창들의 마음은 너나없이 따뜻하고 너그럽다. 아니 어쩌면 동창이란 이름에는 가장 진솔하고 가장 담백하며 가장 따뜻한 감정이 배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가 동창들과의 만남은 과거의 추억과 함께 하는 황혼의 삶에 색다른 향기를 불어넣어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주며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밝게 비춰준다.

삶을 살면서 남녀관계란 언젠가는 리별하는 뼈저린 아픔이 있겠지만 동창만은 그렇지 않다. 영원하다. 해바라기 같은 고운 우정이 있어서 허물이 없고 서로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있어서 정다우며 모여앉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고 만나면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반갑다. 나이는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동창들의 마음이다. 한번 뿐인 우리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가 어찌 동료나 자식 관계에만 있겠는가? 동창관계도 그만큼 우리네 인생에서 활력소 같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이다.

이제는 황혼의 길목에 들어선 동창들의 모습에서 어제날에 대한 추억에 젖어 즐거웠던 그림자만 찾지 말고 이제라도 주어진 시간에 고마워하고 남은 여생 동창들과의 소중한 우정을 이어가면서 황혼의 삶을 즐겁게 살다 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가? 풍요로운 이 계절 가을편지 같은 상큼하고 담백한 향기로 우리들의 숨결마다에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 동창들의 초록빛 같은 순수한 우정이 누구나의 마음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소중한 존재로 오래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동창이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제2막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황혼에 들어선 우리들의 삶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깨닫게 해주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그날의 동창모임을 다시 떠올리면서 초중시절의 무수한 꿈과 사연들이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락엽과 함께 구르고 굴러서 이순의 꿈으로 영글어지길 소망해본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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