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갑□ 안정혜

2023-04-21 09:28:18

지영은 여느때처럼 카페 마감을 하고 있었다. ‘마감’이라는 패쪽을 문밖으로 돌려놓고 몇개 없는 카페 테블을 걸레로 박박 닦았다. 테블 주변에 떨어진 종이를 줏고 밀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구석진 테블 옆자리에 진갈색 지갑이 하나 떨어져있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50원짜리 현금 두장, 10원짜리 현금 1장과 함께 사진 한장이 들어있었다. 할머니, 중년 남성과 대여섯살쯤 되여보이는 남자아이가 같이 찍은 사진이였는데 아이는 할머니 품에 안겨서 금방 울었던 것처럼 표정이 뾰로통 해있었다.

이때 지영의 전화가 울렸다.

“엄마! 언제 와?”

딸의 챙챙한 목소리에 지영의 피로가 사르르 녹았다.

“응 엄마 반시간이면 도착해.”

지영은 지갑을 계산대 서랍에 넣고는 카페 불을 끈 후 문을 잠그고 집으로 향했다.

집문을 떼고 들어서니 딸아이가 “엄마~ 할머니가 ‘죠즈’ 했어, ‘죠즈’.” 하며 자랑을 한다.

“지영이 왔냐? 밥은?”

“어 엄마, 밥은 먹었어.”

“래일이 얘 생일인데, 정서방은 련락 있니?”

“엄마, 정서방은 무슨, 호칭이나 고쳐요 좀.”

다음날 지영은 칭칭거리는 딸아이한테 오후에는 꼭 같이 놀아준다는 약속을 하고 카페로 나왔다.

카페에는 스산하리 만큼 손님이 없었다. 지영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리다가 어제 주은 지갑이 생각나서 서랍을 열어보았다.

혹시나 련락처나 개인 정보가 있는 카드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어 지영은 걸상에 앉아 본격적으로 지갑을 뒤져보았다. 지갑 안에는 현금과 사진외에는 마트 회원카드 두장이 들어있었고 작은 쪽지가 들어있었다.

“이거다!”

지영은 쪽지를 펼쳐보았다. 안에는 연필로 비뚤비뚤하게 쓴 글씨가 있었다.

“할머니 지갑이애요. 차즈면 전하 주세요. 155 **** ****”

이건 아마 사진 속에 뽀로통한 아이가 쓴 것 같았다. 지영은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영은 다시 걸었다.

뚜-뚜-뚜

서너번 걸어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할머니들은 현금 쓰는 데 습관되여서 지갑 잃어버린 걸 바로 알 텐데? 이상하다…”

이때 지영의 핸드폰으로 익숙하지만 이제는 낯설어진 번호로 전화가 걸어온다.

“여보세요?”

“어, 당신 집으로 선물 보냈으니까 애한테 전화 좀 그만하라고 해. 애한테 벌써부터 전화기를 주니까 그렇지.”

지영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를 그대로 꿀꺽 삼켜버린 지영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더 이상 손님도 없고 해서 11시가 되는 이른 시간이였지만 지영은 카페 문을 닫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딸은 입이 헤벌쭉해서 선물을 뜯어보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선물까지 받아서 딸아이는 하루종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지영은 놀이터에서 꺄르르 웃으면서 놀고 있는 딸아이를 보다가 문뜩 갈색 지갑에 있던 사진 속 남자아이가 생각났다.

“엄마, 엄마 나이대의 할머니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거면 무슨 일 때문이지?”

“무슨 일 때문이기는. 치매거나 받을 사람이 세상에 없다거나. 우리 나이 되면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야.”

엄마의 말에 지영이는 심장이 불안하리 만큼 쿵쾅거렸다.

그날 저녁 지영은 카페로 나와 그 전화번호를 서른번 넘도록 다시 걸었다. 전화는 계속 련결되지 않았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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