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의 ‘발견’□ 최 복

2023-05-26 09:48:41

어느 날 한 후배가 이런 고민을 터놓았다.

“하고 있는 일이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바라던 직업이 원래 이게 아닌 데 말입니다. 직장을 바꿔야 할지 고민중입니다…”

사회초년생이였다면 나는 아마도 이 말에 바로 수긍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기 싫은 일을 굳이 힘들게 해봤자 보람도 못느끼고 견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겠으니 말이다.

요즘 졸업을 앞두고 ‘진로 적성 발견’ 테스트를 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기업 입사 또는 공무원 시험을 볼 때에도 ‘적성검사’를 한다. 그런 ‘적성검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성과주의’ 사회가 우리에게 애초부터 자기에게 적성이 맞게 선택하고 그렇게 한번 입사하면 쉽게 퇴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은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고 그 꿈이 현실로 되여 원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운아’이다.

그런데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 주변만 봐도 그러하지 않는가. 대학 전공을 살려서 그 전공으로 꿈의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 적은 편이다. 절대 다수가 적성보다는 시작은 ‘직장’이라는 명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금방 입사했을 때 한 선배가 “우리 때는 한번 입사하면 평생직업으로 삼았다. 생각을 많이 하지말고 꾸준히 글을 써봐라. 하다보면 길이 생길 거다. 다른 직장에 가도 매한가지…”라며 한우물을 꾸준히 파보라는 식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선배의 말이 조언보다는 그저 ‘훈수’라고만 생각했지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의 조카가 지금 대학을 졸업한 뒤 몇년째 이 직장, 저 직장만 기웃거리다 요새는 다시 공부를 한다는 명분으로 ‘방콕’중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를 해보면 “굳이 한우물을 팔 필요가 없다, 많은 우물을 파봐야 자기에게 맞는 적성을 발견할 수 있다.”며 ‘자기 론리’를 펼친단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문제는 여러 우물을 팠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하는 이들이 있다. 오히려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몇년째 직장만 옮겨다닐 뿐 그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청춘을 허비하고마는 이들도 주변에서 적잖게 보았을 것이다. 사회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면서 그들에게 갖은 경멸과 훈계를 주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몇년째 채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생활에서 ‘동기부여’를 얻지 못하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인 듯싶다. 일에서 보람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얻을 때 그 과정에서 얻는 희열들이 ‘동기부여’가 되여 돌아오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동력이 없으니 일할 맥이 안난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꼭 맞는 길을 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떤 직업을 막론하고 어찌됐건 본인이 선택해서 걸어가다 보면 길이 생기고 그러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의 동기부여는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어쩌면 그간 손쉽게 포기해왔던 많은 일들에 있어 내 적성이 아니라는 말을 핑계처럼 둘러댔던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물론 포기도 필요한 일이지만 애당초 해보지도 않고서, 어쩌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날려버렸던 거라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 아니던가!

얼마 전 모 강연프로그램에서 2023년 가장 핫한 키워드가 ‘디깅러’(Digginger)라는 말에 대해 귀담아듣게 되였다. 뜻은 관심분야를 끝까지 파고들고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꾸준함을 상징한다. 결론은 한 우물을 파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꾸준히 오랜 기간 무언가를 그야말로 깊게, 지속적으로 파고들다보면 어느 순간 비로소 그 분야의 ‘장인’이 되고 ‘브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적성은 ‘발견’이 아니라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 일각에서는 그저 배부르고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지금 내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는 부러워할 만한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 다시 일깨줘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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