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찾아온 봄□ 송향옥

2024-05-10 06:33:56

조용히 독서하다가 봄해살이 너무 화창하여 무작정 집을 나섰다. 밖에 나오니 봄빛이 완연하다. 봄이 짙어간다. 나는 온몸에 찬란한 해살을 받으며  걷고 있다.

겨우내 말랐던 나무가지는 벌써 파릇파릇 봄물이 올라 연초록빛을 자랑하면서 신나게 그네를 뛴다. 생기와 아름다움과 희망을 부여해주는 봄날은 늘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그 어떤 푸른 희망을 지니게 한다. 봄이 오는 언덕에서 나는 지금 봄을 마주하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봄이지만 올해 따라 어쩐지 감수가 새롭다. 봄을 마주하고 서있는 내 마음에서  희망의 푸른 물결이 세차게 출렁인다. 따뚯한 봄바람을 맞으며  하루가 다르게 눈을 뜨고 푸르러가는 잎새들을 보노라니 그것은 굴함없는 생명의 노래이고 자연이 나에게 안겨준 축복인 것 같아 감개가 무량하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찾아오는 봄을 맞으며 내 마음에 그 어떤 희망을 심는다.

손꼽아 세여보니 남편과 떨어져 산 지도 어언 18년이다. 십여년 동안 나는 매일 고독과 외로움과 슬픔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면서 나란 존재를 까맣게 잊고 오로지 남편 내조와 딸애의 뒤바라지만을 하면서 일편단심 가정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동안 한두번도 아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크고 작은 병으로  병원신세를 질 때마다 나는 삶의 희망과 용기를 잃었다.

드디여 딸애를 대학에 보내놓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낼 때에 나는 뜻하지 않은 경추병으로 또 한번 병마와 싸우느라 겨울 내내 큰 고역을 치를 줄이야.

그날도 혼자인지라 저녁을 대충 먹고  쏘파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뗑해나면서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약을 먹고 하루밤 자고 나면 괜찮겠지 생각하고 약방에 가 약을 사다 먹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낫기는 커녕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오면서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막 터질 것만 같았고 눈앞이 캄캄해나면서 어지럼증까지 겹쳐 천정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걸음걸이마저 술 취한 사람처럼 평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바람에 혼자서는 도무지 걸을 수도 없었다. 나는 거의 기다싶이 택시를 타고 연변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는 병증세를 상세하게 물어보시더니 일단 머리부터 MRI를 찍고 혈액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MRI를 찍어보니 머리는 큰 문제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였다. 그런데 이석증에다 경추 때문에 신경이 눌리워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럼증이 나는 거라고 하였다. 의사는 먼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주사를 열흘 맞아보라고 하였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주사를 열흘 맞으니 머리 아픈 증상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냥 어지럼증이 나고 걸음걸이가 휘청거려서 층계를 오르내리기도 너무 힘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혹시 다른 병원이 더 낫지 않을가 싶어서 중의원, 하남병원, 시병원 등 연길의 병원이란 병원은 거의다 다니면서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찜질도 하면서 겨울의 맵짠 추위를 무릅쓰고 두달이나 치료했지만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두달 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침을 맞고 주사를 맞다 보니 손등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빵처럼 퉁퉁 부어서 저가락을 들 맥도 없었다. 병세가 조금도 호전되지 않으니 나는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점점 잃어갔다. 더우기 딸애를 대학에 보내놓고 사랑하는 남편의 곁에 날아가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그 아름다운 꿈이 삽시에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워 견딜 수 없었다.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 그냥 치료를 포기하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우리 가족을 위하여 이국땅에서 10여년을 두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랑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딸을 위해서라도 아픔을 툭툭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살아야 했다.

“엄마, 지금 의술도 좋고 무슨 큰 병도 아니니까 치료하면 꼭 좋아질 겜다. 그러니 힘내세요.”

“그래 알았어, 엄마는 우리 이쁜 딸 위해서라도 힘내서 치료를 잘 받을 거야.”

남편도 매일  문자를 보내주었다.

“여보, 몸은 괜찮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를 잘하오.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오.”

금쪽 같은 딸애와 사랑하는 남편의 응원과 따뜻한 위로는 나에게 병을 이겨내려는 크나큰 신심과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한편 정신을 바싹 차리고 악을 쓰고 치료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매일 아침저녁으로 북대에 있는 병원을 다니면서 아픈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그렇게 한달 동안 병원을 열심히 다니면서 치료했더니 머리 아픈 증상도 많이 나아지고 어지럼증도 별로 나지 않았으며 걸음걸이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사는 이제는 침을 그만 맞고 꾸준히 경추운동을 견지하면 건강이 천천히 돌아올 수 있다고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나의 증세는 점점 호전되였다. 너무 기뻐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내 마음에서 환희의 물결이 너울쳤다.

또 한차례의 큰 아픔을 겪고 나서 나는 생명이 얼마나 값지고 살아있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이 세상에 태여나서 한번밖에 없는 인생에 자신의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산다면 평범한 인생이라도 나름 대로 보람 있고 가치 있으니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차례의 인생수업을 받고 나서 나는 다시한번 옳바른 삶의 자세를 지니게 되였다.

살면서 때론 공연히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보석 같은 시간을 랑비하고 후회하기도 하며 때론 일이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 서글퍼질 때도 있으며 마음의 평형을 잡기 어려울 때도 한두번이 아니지만 삶이란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단맛과 쓴맛의 혼합물이 아니던가? 기나긴 인생의 길을 걸어가느라면 어찌 해빛 찬란한 맑은 날씨만 있으랴?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장구름이 끼면서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질 수도 있고 소낙비가 내린 뒤에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비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 가시밭길이 있을지라도 헤치고 나간다면 기필코 그윽한 삶의 향기로 차넘치는 꽃밭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수시로 병이 찾아온다 해도 내 삶을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면서 예쁜 치마도 사입고 곱게 화장도 하며 영화구경도 다니고 도서관에도 다니면서 자신한테 맞는 취미생활을 찾아하고 가까운 곳에 유람도 다닐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면서 유쾌하게 즐겁게 산다면 내 삶도 나름 대로 더 윤택해질 것이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겨울이 왔으니 봄이 멀소냐.”

병치료하면서 보낸 이번 겨울은 내  인생에서 유난히도 춥고 지루하고 길었다. 몸도 마음도 다 꽁꽁 얼어붙었지만 겨울은 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가고 드디여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이젠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내 마음에 찬란한 봄 해살을 가득 담아보련다. 그러면 꽁꽁 얼었던 내 마음의 밭도 봄눈 녹듯이 사르르 풀릴 것이고 내 인생에도 아름다운 봄날이 찾아올  것이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삶의 겨울이 있듯이 어둡고 춥고 긴 고난의 턴넬이 있다. 하지만 힘들고 괴로워도 참고 견딘다면 푸른 희망은 두 팔 벌려 그대를 따뜻이 안아줄 것이고 인생의 아름다운 봄이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도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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