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김은희

2024-09-19 16:08:01

중국 당대작가 여화의 장편소설 《제7일》은 사랑과 관계 그리고 희생의 선순환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살아간다는 것의 빛나는 감동을 극진하게 그려온 저자가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일인칭수법으로, 불의의 사고로 죽고난 후 이승은 떠났지만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주인공 양비의 이야기를 그렸다. 인생을 마감한 이후, 이승에서의 추억을 되새기고 저승의 안식을 기원하며 인생의 본질을 찾고 삶의 풍경을 재구성하는 7일 동안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첫날 아침에 일어나 화장터에 오라는 통지를 본 양비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굴이 다 뒤틀려있고 수의도 갖춰 입지 못한 채 신혼때 마련한 커플 잠옷을 입고 화장터로 간 양비는 유골함도 묘지도 없는 사람은 화장된 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화장터를 떠나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돈다. 짧았던 3년간의 결혼생활, 기차에서 태여나 철길에 떨어져 양아버지의 보살핌을 받고 대학 졸업 즈음 친부모와 재회한 일 등 삶을 재구성하며 7일을 보낸다…

‘기차가 낳은 아이’양비는 태여나면서 생모와 리별하고 철도 선로 인부였던 아버지로부터 극적으로 구출되여 그의 아들로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희극과 비극 사이에서 살아간다. 작가는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그늘이 되고 만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고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마저 유머러스하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거장의 풍모도 이 작품에서 넘치도록 보여주고 있다.

사고로 버려진 아이를 혈혈단신 총각의 몸으로 키우는 아버지와 그들을 돌봐주는 아버지 친구 부부, 사랑했던 녀인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엮어가면서 당시 사회를 뉴스보도보다 더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그리면서도 인문주의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작품 전체에 걸쳐 그려내고 있다.

사랑했던 녀인과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 그리고 가슴아픈 재회, 사랑하는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과 어쩔 수 없는 상처와 고뇌들, 불쌍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한 그의 이웃들…

“내 안해였던 녀자, 내 아름답고 가슴아픈 기억, 나의 슬픔은 출발도 하기 전에 이미 도착해 하차하고 말았다.”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슬렁거렸다. 눈은 환하고 비는 어두컴컴해 아침과 저녁을 동시에 걷는 느낌이였다.”

“가족이 함께 있기만 하면 어디든 똑같단다.”

“나와 아버지는 영원한 리별 뒤에 다시 만났다. 이제 체온도 없고 숨결도 없지만 우리는 다시 함께하게 되였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류사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과 서로를 증오하는 혈연가족의 모습, 협잡과 꼼수가 란무하는 현실세계와 서로를 죽인 원쑤임에도 매일 토닥토닥 싸우며 아웅다웅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가 정말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또한 저자는 독자들에게 ‘선택’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아버지 양금표가 아들을 버렸다가 다시 찾아오는 선택, 양비가 생가를 버리고 양부를 선택하는 것, 쥐순이가 가난뱅이 오초와 끝까지 함께하기를 선택하는 것 등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의 순간들, 그들의 심리상태와 마땅한 행위까지도 놀랍도록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 결단성과 우유부단함을 보다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글을 쓴 점도, 주인공 양비의 기구한 탄생도 참 흥미롭다. 내공이 보여지고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게 이런 것인 듯 싶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중간 세계에서의 려정만을 다루는 게 아니다. 독자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가슴속 울림을 만들어낸다. 죽음도 가를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중간 세계와 현실을 오간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깨닫게 하고 강력하면서도 무기력한 여운을 남긴다. 삶의 의미를 또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 여화의 작품이 그러하듯 거칠지만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는 우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자극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중국 최고 이야기군의 귀환, 익살과 해학으로 삶의 비애를 껴안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사랑의 가치를 지켜낸 작가, 여화가 2013년에 발표한 작품 《제7일》, 이 소설은 이후 현대사회를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전세계 독자들에게 중국을 리해하는 통로가 되여주었다. 그의 소설은 늘 사람냄새가 다분하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맡았던 그리운 고향의 향기라고 할가.

저자는 ‘죽음’이라는 가장 슬픈 소재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소설로 탄생시킨다. 또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그속에서 사랑을 찾아내는 미묘한 힘도 지니고 있다.

이 책 표지그림도 참 인상적이다. 마치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형체가 물방울이 모여 만든 사람모양이다. 책 구석구석 그림에도 나오는 이 물방울, 그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여화의 주요 작품으로는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제7일》 등이 있다.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4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이러한 작품들로 그는 이딸리아 ‘그린자나 카버문학상’, 프랑스‘문학과 예술기사훈장’, 프랑스 ‘국제메신저 외국소설상’등 많은 상을 받아안았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崔美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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