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의 주말□ 박영옥

2024-11-22 09:03:53

장씨가 아침밥을 해놓은 지 이슥하도록 아직도 저쪽 방에서는 셋째 딸 미향이가 달콤한 꿈나라에 빠진 채 깨여나지 않고 있다. 오늘은 주말이라고 아마도 온 오전 이불 속에 파묻힐 잡도리를 한 것 같다.

어린애라면 당장 가 이불을 활 열어재끼겠건만 엄마 키를 훨씬 넘긴 사십대 줄인 딸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평소에도 늦잠 자다가 장씨가 아침 일찍부터 주방에서 돌아치면서 음식을 만들어 상에 올리면 그제야 일어나 먹고는 출근길에 나서는 행복한 딸애이다.

“에이구 팔자두 좋아. 쉬는 날도 이 에미가 받쳐줘야 하니. 녀자로 태여났으면 커서 남편 만나고 아이 낳고 또 키우는 그런 보람이 있어야지.”

장씨가 이렇게 투덜거려도 미향이는 창문으로 비껴들어온 해살의 애무를 받으며 행복에 도취된 듯 얼굴에 미소까지 매달고 잠 속에 빠져있다.

정부기관에 출근하는 미향이는 키도 쭉 빠지고 인물 또한 환해서 어디 나서든 대뜸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런데 마흔살이 넘도록 아직도 독신이다. 대학교 때 목단꽃이란 별명으로 학교의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장씨는 괜히 일을 저지를가 봐 걱정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딸애를 엄하게 단속해왔었다. 그러다가 사업에 참가한 후에 혼사가 적지 않게 들어왔지만 미향이는 이상하게도 다 막아버렸다.

“얘가 왜 이래? 꽃도 한철이라고 녀자도 시집갈 나이 훌쩍 넘으면 다 시든단다.”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떡해요? 민호 만큼 훌륭한 남자라면 시집갈게요.”

민호란 미향이가 대학교 때 사귄 남자친구이다. 윤기 도는 곱슬머리, 거기에 명석한 두뇌와 독특한 기품, 게다가 자상하기까지 하여 미향이의 마음을 훔치기엔 넉넉했다. 어느새 그 기미를 챈 장씨가 야단했지만 미향이가 고집을 꺾지 않자 대학숙소에까지 찾아가서 야단을 피웠다. 결국 둘은 헤여지고 말았다. 그런 후로 미향이는 사랑의 대문에 커다란 자물쇠를 달아놓았다.

덧없는 세월은 흘러 미향이는 어느새 마흔고개에 올랐는데 더는 혼사말이 생기지 않았고 혹간 들어와도 홀아비여서 미향이는 어이없다는 듯 두 눈까풀이 우로 향했다. 뿐만 아니라 두 언니가 미혼인데 동생이 먼저 성가하면 되겠느냐는 쟁쟁치 못한 리유의 기발도 쩍하면 쳐드는데야 뭘 더 말하랴?

날로 청춘의 윤색을 잃어가는 셋째 딸을 볼 때면 장씨는 속에서 말 못할 그 무엇이 욱하고 올리 치민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주말이라 또 다른 두 딸도 올게 뻔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난다.

출입문 자물쇠가 돌려지더니 둘째딸 미선이가 들어섰다. 집과 70킬로 떨어진 A시의 문화단위에서 사업하는데 주말만 되면 집에 온다.

“너 아직도 봐둔 남자 없어? 새해면 나이 얼마야? 마흔셋이다, 마흔셋.”

신도 벗지 않은 미선에게 던지는 장씨의 높은 어성에 미선이는 두 눈을 내리깔 뿐이다.

주말이여서 제집이라고 찾아오면 늘 이렇게 핀잔하는 엄마를 두고 미선이는 리해를 하면서도 때론 기분이 하강선을 긋는다.

“참 입도 안 아픈가요? 마흔셋이면 뭐라나요? 사위가 그렇게 부러우면 시집간 양딸이라도 찾으세요.”

미선이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튕겨나가기가 일쑤인데 그럴 때면 장씨는 어이없어서 입이 한동안 벌려진 상태이다.

“내 그때 네 일이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그대로 두었더라면 이런 꼬락서니는 안 볼건데… 아이구 내 팔자야. 왜 계집들만 낳아가지구 이런 꼴이람?”

쏘파 정리를 와락와락하는 장씨의 입에서는 또 한바탕 팔자타령이 마구 쏟아져나간다. 그때 그 일이란 바로 미선이가 금방 사업에 참가했을 때였다. 이웃집의 중매로 정부기관에 출근하는 총각을 만났는데 어데라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학력도 높고 성격도 소탈하고 입도 묵직한가 하면 가정배경도 좋았는데 장씨는 그만 나무랐다. 그 총각의 아버지가 기막힌 구두쇠라는 데서였다. 뒤조사를 더 상세히 해보니 웬간한 음식은 버리지 못하게 하며 달마다 가계부를 만들어놓고는 며칠에 한번씩 장부를 검사하군 해서 집식구들은 써야 할 돈도 쓰지 못할 때가 많단다.

어느 한번은 총각의 엄마가 달거리에 쓰는 생리대를 샀는데 장부에 적지 않았다고 사흘 동안이나 야단했었단다. 더구나 한심한 것은 처가편 친척들이 놀러왔다가 돌아갈 때 택시값 5원을 주겠다고 호주머니를 들추었는데 꺼낸 돈이 10원짜리가 나오자 다시 5원짜리를 찾는 그런 구두쇠였다. 만약 5원짜리가 없다면 친척을 한참 기다리게 하고는 근처의 상점에 가서 바꿔온다고 했다. 싸리 끝에서 싸리가 나는 법이라고 그런 아버지를 거울로 삼아온 아들이 더 어떠랴 하며 장씨는 이런 사위를 만나면 안된다고 딱 잡아뗐다. 곁에서 엄마 말 듣지 말고 가출하라고 했지만 미선이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쏘파 정리를 다한 후 금방 숨을 돌리는데 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큰딸 미금이가 성큼 들어섰다.

“엄마, 이번에도 감자떡 해먹고 가야겠어요. 전번 거보다 당콩을 더 박아줘요.”

신 벗기 바쁘게 이렇게 말하는 미금이를 본 장씨는 두 눈만 퀭해진다.

“엄마, 내 집이라고 오는데도 환영하지 않나요? ”

집에서 70킬로 상거한 D향에서 부서기직으로 사업하는 미금이는 자가용이 있지만 토요일에야 집에 온다.

“네 모습이 보기 싫어 그런다. 어서 시집이나 갈거지.”

“아참 엄마두. 어디 총각 있으면 소개해줘요.”

처음에는 엄마의 시집가라는 말에 귀를 막던 것이 이제는 외각이 딴딴해나서인지 슬슬 맞장구친다.

“총각 아니래도 아이만 안 딸리면 되지 않느냐?”

“아니. 꼭 총각이여야 해요. 내 나이에 맞는 총각 없으니까 엄마두 나처럼 포기하세요. 아, 빨리 감자떡 준비나 하세요.”

“너 정말 날 애말리는구나.”

“이게 다 엄마 탓이에요.”

미금이가 악의 없는 눈을 흘긴다.

장씨는 그만 온몸이 나른해나며 주저앉고 싶었다.

‘그래 내 탓 맞어. 그때 그 총각이래두 그냥 가만두었을 걸.’

그때 그 총각이란 미금이와 한 정부에서 토지관리소 소장으로 사업하던 석필이였다. 인물도 좋고 속도 꽁꽁 여물었고 특히 그의 말은 어느 곳에서나 애창곡이였다. 외모와 학식 그리고 기교는 그녀에게서 일종 매력으로 뭉쳐졌는데 옥에 티라고 할가 키가 좀 작았다.

“안돼! 너보다 더 작은 남자와 어떻게… 네가 어디 모자라면 몰라도 넌 정말 톡톡 튕기면서 남자를 골라야 해.”

“엄마, 키가 뭐 그리 중요해요? 중요한 건 재능과 기질 그리고 성숙도와 세련미가 중요하죠.”

미금이는 석필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 몇몇 남자들과 사귀였지만 석필이 만큼 박식하고 언어가 세련되고 남다른 감상능력이 있었고 유머감각이 뛰여난 남자는 처음이였다. 특히 미금이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 일은 어느 겨울날 석필이가 된감기에 걸린 자기 엄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갔을 때였다. 나이가 든 데다 신체가 허약한 엄마는 세워놓으면 휘청댔다. 병원문진 복도에 있는 걸상에 앉은 석필이는 걸상이 찬 것을 의식하고는 진료 차례가 될 때까지 엄마를 자기 품에 안고 있어서 마침 병원에 취재를 온 텔레비죤방송국 기자의 렌즈에 담겨서 소문이 자그마한 도시에 쫙 퍼졌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날 수천번 안아주었는데 난 어쩌다가 안았지요. 그 시각 모성애를 더 깊이 느끼게 되였습니다.”

기자의 물음에 이런 대답을 남긴 석필이를 두고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은 코등이 시큰해졌다. 미금이는 너무도 감동된 나머지 눈물을 평펑 쏟았다. 그런데다가 석필이는 또 미금이 앞에서 이런 장담까지 했다.

“미금씨, 만약 우리 둘이 성사된다면 난 가장 우수한 사위는 물론 아들 노릇까지 잘할 생각이요.”

이 말에 미금이는 그만 석필이의 가슴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 그 순간 석필이의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심장소리가 너무도 세찼다.

“쿵─ 쿵─”

그런데 장씨의 심한 가위질에 일은 뒤틀리고 말았다.

삼십대까지도 싱싱한 운치가 남아있던 미금이는 마흔에 접어들자 더는 함초롬한 그런 모습이 아니였다. 명품화장품을 쓰고 있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고 얼굴피부가 조금씩 어둡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본가집의 동갑인 조카보다 나이는 어려 보이고 몸매도 나른해 보이긴 하나 얼굴을 비교해보면 조카의 얼굴에는 늘 행복이 찰찰 흘러넘쳐 보이지만 딸의 얼굴에서는 행복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녀자는 시집가서 애랑 낳아야 얼굴이 맑고 윤기도 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네 얼굴 좀 봐, 나이보다 십년 더 늙어보인다.”

이때 미향이가 잠에서 깨여났는지 하품을 짝짝 하며 침실에서 나오더니 두덜댄다.

“좀 늦잠 자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엄마는 무슨 넋두리인가요?”

“너희들이 내 입을 조용하게 하느냐? 어디 좀 말해봐.”

“참 엄마두! 독신주의 생활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큰딸 미금이의 말에 호응하듯 미선이와 미향이가 박수를 짝짝 쳐댔다.

장씨는 세 딸이 부르짖는 독신주의가 그들의 본의가 아님을 알고 있다. 이십대에 세 딸이 모두 시집비위를 하지 않았던가? 어찌 보면 그것은 엄마가 자식들의 혼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원망하는 마음의 발로라고 할가?

‘참, 혼인에 대해 어렴풋할 때, 시집비위를 할 때 아무 데나 훌쩍 보내야 하는데… 나이 드니까 혼인관에 대한 사유가 너무 깊고 보고 듣는 것이 많아서 저 모양들이구나. 총적으로 다 내 탓이야.’

세 딸을 번갈아 보는 장씨는 저도 몰래 머리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큰딸로부터 막내딸까지 어떻게 봐도 나무랄 데 없다. 인물체격이 출중한가 하면 총명과 재능도 그 누구보다도 못지 않다. 세 딸이 20대였을 때는 그 출중함으로 해서 동네사람들과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잔뜩 살아난 적이 얼마였는지 몰랐다. 쭉 빠진 체격과 총명함은 신통히도 남편을 닮았고 오관이 조화를 잘 이루어 나무랄 데 없는 데다 피부도 배꽃같이 하얀 것은 딱 장씨를 닮아서 어데 나서면 그 주위가 환해 보였다. 그래서 사위감에 대한 요구도 아주 높았다. 그런데 꽃 같은 얼굴들은 시들었고 지난날의 운치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인제는 아이 달린 사위라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장씨의 생각 뿐…

장씨는 얼마나 많은 후회로 밤을 지새워왔는지 모른다. 딸들의 자유련애에 가위질하지 말았을걸…

주말이면 세 딸은 주방에서 볶아내고 지지고 하면서 맛나는 음식 해먹은 후 또 침실에서 희희덕거리며 논다. 그 웃음소리 높을수록 장씨의 머리가 더 아파난다.

세 딸이 삼십대에는 그래도 시집비위를 하는 것 같더니 마흔고개에 오른 후부터는 주위에 아예 ‘결혼 금지’란 철벽을 두른 듯하다. 나이 가득 먹도록 처녀란 이름으로 살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참 모를 일이였다. 그러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다 제각기 갈 데로 간다. 왁작대던 집안이 그제야 조용해진다.

“아이구, 이제는 모두들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보기도 싫어.”

로처녀로 된 셋째 딸 하나만 봐도 얼굴에 구름장이 둥둥 떠다니는데 이제 닷새 후면 또 나타날 큰딸과 둘째딸을 생각하면 장씨는 뒤덜미가 뻣뻣해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여보, 왜 먼저 갔단 말이요? 양? 어서 대답해보우, 나 혼자 이런 마음고생 어떻게 하라우?”

시어미 역정에 개배를 찬다고 장씨는 이미 사십대에 저승에 간 남편을 원망하더니 혈압약을 찾았다.

“주말이 없었으면…”

  주말조차 미워나는 장씨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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