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묘미가 신선한 추리이야기□ 김은희

2025-01-10 08:17:44

일본의 작가 이사까 고다로의 작품 《화이트 래빗》은 장편추리소설이다. 10대 시절 미국의 유명 작가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를 읽고 자극받아, 이후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는 나도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란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다는 그는 한편의 잘 짜인, 신비하고 특유의 위트와 기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오랜 꿈을 마음껏 펼쳐보인다.

이 작품은 일본 센다이시의 어느 조용한 주택가를 무대로 단 하루밤 동안 벌어지는 기묘한 인질극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수상쩍은 유괴 전문 벤처기업에서 인질 매입 담당으로 일하는 우사기다, 여느 때처럼 성실하게 근무를 마치고 사랑스러운 안해와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고 있던 그에게 조직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네 안해를 유괴했다.”

우사기다의 상사이자 안해 유괴범인 이나바는 “조직의 돈을 가로챈 고문 오리오를 찾아 데려오라”고 그를 협박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이다. 다급해진 우사기다는 오리오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센다이시의 어느 단독 주택에 침입하지만 그곳에서 오리오 대신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불안해보이는 모자와 그보다 더 수상한 한 남자와 마주친다…

안해를 되찾으려는 우사기다의 몸부림은 또다른 인질극으로 이어진다. 뜻밖에도 ‘빈집털이 겸 탐정’구로사와가 후날 ‘흰토끼 사건’이라 불리는 이 련쇄유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사카는 문예지 《나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히고 “대작이 아닌 순전히 재미있는 소설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작품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만큼 《화이트 래빗》은 그의 수많은 소설들 가운데서도 단연 ‘읽는 즐거움’을 최고점까지 끌어올린 작품이다. 할리우드 액션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이사까의 전매특허인 기발한 묘수와 짜릿한 반전, 유머가 더해져 ‘이사까 월드’에 한획을 그은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구로사와도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더 큰 소리로 힐난했다. ‘누구야? 당신이라니, 도대체 누구냐고?’ 겁먹은 척에다 화난 척에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마구 표현하는 날이구나, 하고 속으로는 랭정하게 생각했다. 안해한테 남자의 전화가 왔다고 남편이 이렇게 펄펄 뛰는 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겠다.”

“‘안 들려? 누구야, 대답해.’자기가 말해놓고도 꽁트처럼 느껴졌다. 좀 지나친 게 아닌가 반성도 했다. ‘야, 너 이 집 아버지 맞아?’ 총구가 구로사와를 겨누었다. ‘그럼, 내가 아버지야.’ 거짓말이라고는 하나 딱 잘라 말했다. 자식은 없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도둑은 방범 장치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순 거짓말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모두가 뭔가의 아버지 아니겠는가.”…

또한 작품 《러시 라이프》등에서도 맹활약했던 구로사와를 비롯해 저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등장인물들도 이 책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사회에서 흔히 ‘악’으로 규정되는 도적임에도 매 작품마다 약자의 편에 서서 더 거대한 악과 대결을 펼치는 구로사와는 언뜻 무심하고 랭철한 듯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대표 역할이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다. 그 말마따나 나쯔노메는 날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과 크고 작은 다양한 집일에 힘쓰며 지금은 이렇게 딸과 함께 걷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쯔노메 아이까는 얼마 안되나마 주어진 ‘찰나’의 시간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죽었다. 나쯔노메가 상상을 초월한 충격을  받았음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

“깊은 바다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우주이다. 우주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에 깃든 혼의 내부이다. 신호를 무시해 안해와 딸의 목숨을 앗아간 차, 그 차를 운전한 고령의 운전자, 그 고령의 운전자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인 점쟁이, 거듭 말하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점쟁이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그녀의 백수 아들, 불운한 사고로 사랑하는 안해와 딸을 잃고 내면이 망가져버린 형사 등, 완전한 ‘악인’도 ‘선인’도 아닌 이들의 기묘한 사연이 뒤얽히며 끝까지 사건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이야기의 퍼즐이 딱 맞아떨어지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 느껴지는 쾌감이랄가. 그리 길지 않은 소설임에도 대략 열페지마다 한번씩 놀라운 반전이 등장해 독자에게 소개하는 내내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숨겨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범죄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에는 두번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만이 아니라 도적이나 청부업자 같은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도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사까의 소설은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어두운 주제까지 경쾌하게 풀어내며 정교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사까는 고중때 부모님에게서 선물받은 책에서 ‘짧은 인생을 상상력에 내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라는 문장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하고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로 일컬어진다. 무려 8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였으며 그의 이름 앞에 늘‘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의 작품은 중국, 미국 등 10여개 국에서 번역되였으며 국경을 넘어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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