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의 해를 맞으며□ 박영진

2025-01-17 07:56:51

다가오는 새해는 푸른 뱀 청사의 해라 불리는 2025 을사년이다. 해마다 새해가 다가올 무렵이면 나는 어김없이 글 한편씩 써서 새해 선물로 삼는다. 어쩐지 새해를 맞으며 뭔가 글로 남겨 나를 독려하는 계기로 삼고 싶은 심정이다.

2014 갑오년, 말띠 해에 말띠인 누님을 기쁘게 해주려고 나는 심심풀이로 <말띠 해에 말에 대해 말해본다>란 글을 썼었다. 그때 누님과 친척친우들이 재미나게 잘 썼다며 칭찬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나는 기분이 좋아서 해마다 새해가 오면 꼭 글 한편씩 쓰군 했다. 양띠 해에는 양을 쓰고 원숭이해는 원숭이에 대해 쓰고 닭띠 해에는 닭에 관한 글을 썼다.

2016 병신년, 원숭이해를 맞으며 <병신년에 병신을 말하다>란 글을 쓰고는 매우 흡족해서 모 신문사에 투고했더니 퇴짜를 맞았다. 병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였다. 병신을 장애인이라고 표현해야 하고 정상인도 비장애인이라고 해야 한단다. ‘정상인’이라는 표현자체가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숙자를 거지, 환자를 병자,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2017 정유년 새해벽두에>란 글을 중국동포타운신문에 발표하면서부터 륙속 개, 돼지, 쥐, 소, 범, 토끼, 룡에 관한 글을 써서 새해 선물로 세상에 내놓았다. 동북아신문, 세계동포신문 등 방송과 신문에 나오는 나의 글을 보면서 인생의 참된 가치와 삶의 보람을 만긱했다.

2018 무술년 개띠 해를 맞으며 쓴 글 <황금 개띠 해 단상>에서는 개와 인간의 관계, 개성(狗性)과 야성 그리고 인성에 관한 본질적인 특성들을 파헤쳤고 ‘개 같은 인생’이라는 이상한 명언, 지금 우리가 듣기에는 엄청 거북스러운 별난 명언을 남긴 고대희랍의 유명한 철학가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왕과 거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 개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만인평등사상을 강조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개같이 똑같이 평등하다는 유럽의 괴짜 철학가의 그 사상은 권력에는 아부하고 현실에는 불평, 불만하며 약자에게는 미친 듯이 공격하는 개 같은 사람들에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다운 참된 사람으로 착하고 바르게 살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2019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으며>란 글에서는 개와 돼지,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재미나는 그 인연을 주제로 썼다. 개는 인류가 최초로 가축으로 삼은 동물로서 영민하고 용맹하며 충직하고 주인에게 잘 충성하여 가히 인간의 가장 오랜 친한 친구라고 볼 수 있다. 돼지는 사람들이 먹다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면서도 투정 한번 안하고 오히려 새끼를 엄청 많이 낳아 사람들에게 큰 재부를 안겨주어 복 돼지, 또는 돼지부자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개와 돼지를 제일 심하게들 욕을 한다. 아예 개와 돼지를 싸잡아서 ‘멍청한 개돼지’ 등 험한 욕설을 해댄다.

옛 조상들도 12간지에서까지 대놓고 개돼지를 무시하면서 제일 마지막 순위에 두었다. 개는 사람들에게 불평을 부리다가 성질이 확 나면 와락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마음씨 어질고 착한 돼지도 불만과 억울함을 배속 깊이 참고 참다가 밸이 나서 속이 확 터져버리면 메돼지처럼 달려들면서 떠받는다. 그러면 비정하고 무식한 사람들은 심술돼지 죽어보라며 막 쌍욕을 퍼부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연장을 집어들고 사정없이 두들겨팬다. 불쌍한 돼지 멱따는 비명소리에 온 동네가 시끄럽다.

이 글에서 나는 배신을 밥 먹듯이 하고 자기 자식도 나 몰라라 하는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인간들은 충직하고 제 새끼를 목숨처럼 아끼는 개한테 비길 자격도 못된다고 했다. 그리고 온몸에 오직 욕망과 욕심만으로 가득찬, 만족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탐욕덩어리에 불과한 우리 인간이 자기 배만 부르면 만족해하는 욕심 없는 순진한 돼지를 욕심돼지라고 욕하는 것은 철면피하고 몰염치한 행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인간은 우주의 꿈이고 만물의 령장이라는 미사려구 따위는 이젠 쓰레기통에 집어던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도덕과 량심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버린 것처럼 말이다. 믿었던 주인한테 토사구팽당하는 개팔자, 죽어서도 머리까지 제사상에 제물로 바쳐지는 돼지의 불운한 운명, 어쩐지 개돼지의 삶이 우리들의 슬픈 처지처럼 느껴져 개와 돼지에 대한 깊은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겼다.

한해가 다 가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개처럼 충성스럽게 살았던 때도 있었고 소처럼 노예처럼 혹사당했던 일도 있었고 말처럼 생각도 없이 천방지축 뛰여다녔던 일도 있었다. 불의를 보고도 무서워 토끼처럼 비겁하게 도망친 일도 있었고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처럼 쥐 같은 사기군한테 당해서 가산을 탕진한 일도 있었다.

천성이 양처럼 어질고 착해서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좋은 평판도 받았지만 쥐같이 얄팍한 속셈을 가진 사람들한테는 호구 취급을 당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총대는 잡지 못하고 칼럼을 칼로 삼아 바른말을 하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 약자를 짓밟는 범 같은 범법자, 뱀처럼 음흉한 뱀파이어인간들, 지구의 종말을 앞당기는 큰 재앙을 불러오는 흑룡과도 같은 독재자에 맞서 싸워야 사람 사는 날이 온다고 꼬끼오 수탉처럼 떠들어댔다.

2024 갑진년이 다 가고 2025 을사년이 다가온다. 청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업적을 이루라고 청사의 해, 푸른 뱀띠 해가 다가온다. 예로부터 뱀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여왔다. 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차겁고 음흉하며 사악한 나쁜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뱀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령적이며 신적인 동물이다. 하여 12간지에도 들어간 유일한 파충류동물이다.

을사년은 ‘을씨년스럽다’의 유래이기도 하다. 1905년 일본은 강압적으로 조선과 한일협상조약을 맺었고, 을사년에 체결되였다고 해서 <을사조약>이라고 하기도 한다. 일본이 조약의 기본 요건도 무시한 채 강제로 맺었기 때문에 <을사륵약>이라고 하기도 한다. 당시 이미 나라를 사실상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종황제는 허울 뿐이었고 무력했다. 대신들은 부패하고 무능했다. 나라는 어수선했고 백성들은 허탈한 슬픔에 빠져있었다. 말 그대로 온 나라가 을씨년스러웠다.

이처럼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그때 을사년 분위기와 비교하여 을사년스럽다고 했고 그 말이 변화하여 을씨년스럽다로 되였다. 120년 전에 을사년이 을씨년스럽고 치욕스러운 한해였다면 2025 을사년은 경사스럽고 영광스러운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혹시 을사년 뱀띠 해가 불길한 한해가 되지 않을가 전전긍긍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가 걱정하는 격(杞人忧天)이라 생각된다. 세상일은 좋게 생각하면 좋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2025 을사년은 청사의 해이다. 어쩐지 청사의 해에 청사에 길이 빛날 경사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에 영예와 영광을 안겨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가장 훌륭한 력대 령도자로 평가받는 모택동 주석도, 습근평 총서기도, 미국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도, 충무공 리순신 장군도 모두 뱀띠이다.

  미신에 매달려 사주팔자만 따지지 말고 열심히 량심껏 사노라면 쨍하고 해 뜰 날도 돌아온다. 2025 을사년 청사의 해, 다가오는 푸른 뱀띠 해가 뱀도 룡이 되고 뱀띠도 룡이 되며 개천의 미천한 미꾸라지도 룡이 되는 희망의 해, 성공의 해가 되지 않을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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