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침, 연길시 조양천진 합성촌의 뒤산 과수원에서 한 사람이 끝에 그물이 달린 막대기를 손에 꽉 쥐고 닭무리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다. 닭이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닭무리는 이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부랴부랴 도망친다. 추격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풀어놓고 키우는 닭들이라 그런지 몸놀림이 여간 날렵하지 않다. 위협을 느끼자 조류 본능이 작용해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단거리 저공비행을 하는 닭들도 있었다. 한참을 쫓아서야 겨우 한마리를 그물로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아침부터 먼지 날리는 한판 승부였다.
연길시 조양천진 합성촌에서 가금사육업을 운영하고 있는 손우는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전환하여 수익제고를 실현했다.
그녀의 이름은 손우이고 귀농하여 닭, 게사니, 오리, 돼지를 키우고 있는 신농인이다. 향촌에서의 로동생활을 영상으로 찍어서 미니동영상플랫폼에 올리면서 인기를 얻었고 많은 연길시 고객들도 확보했다. 과수원에다 닭 등 가금을 풀어놓고 키우는 것을 두고 손우는 “닭을 건강하게 기르는 것은 닭 뿐만이 아니라 먹는 사람에게도 좋지요. 스트레스 받지 않는 닭에게서 나온 닭알이 몸에도 좋을 같아요.”라고 하면서 “저희 닭알은 노른자 색갈이 선명하고 흰자까지 탱글탱글 살아있습니다. 일반 닭알에 비해 비싸지만 먹어본 사람은 저희 것만 찾습니다.”며 웃음을 지었다.
손우의 부모는 예전부터 촌에서 대규모로 게사니를 길렀었는데 지난 2018년에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병환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였다. 수만마리의 게사니를 기르는 일을 하루라도 멈출 수 없어서 손우는 도시에서의 일자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손우는 “어머니가 입원한 그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사니 가격이 또 많이 떨어졌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외지 도축장 사람들이 촌에 와 게사니를 구입해가는데 게사니들이 근수가 약간 떨어진다는 리유로 단가를 터무니 없이 낮춰서 손해를 보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팔았습니다.”고 돌이키면서 “몇달씩 수만마리를 힘들게 키워서 팔고 보면 수중에 남는 게 거의 없어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좌절감이 들군 하였습니다.”고 힘들었던 그때를 회억했다. 그런 일들을 여러번 겪다 보니 손우는 더 이상 전통적인 경영방식으로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우는 “그 후로 사육규모를 무턱대고 확대하지 않고 일정한 규모의 게사니를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키우면서 품질 제고에 주력했어요. 거기에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면서 중간거래상을 건너뛰고 소비자와 직접 련락했습니다.”고 말하면서 “거기에 토닭, 오리, 돼지도 키우기 시작했고 본지방 식당, 슈퍼들을 찾아다니면서 홍보하고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판로를 넓혀갔습니다.”고 밝혔다.
경영방식 전환은 달콤한 결실을 가져왔다. 현재 닭, 게사니를 각각 500마리가량씩 키우고 있고 마늘, 사과배, 옥수수 농사도 하면서 수익구조 다각화를 실현했다. 또한 미니동영상 플랫폼에 다양한 내용도 선보이며 홍보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현재 매일 닭알, 닭고기, 게사니고기를 한가득 싣고 연길시로 배송하고 있는데 단골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손우는 “단골들은 맛과 식감 등 품질 차이를 알고 찾아옵니다. 농산물 품질을 끌어올리고 실제 사육환경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신뢰감을 얻는 경영전략이 통했던 것입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사육규모를 늘이기보다는 내실이 있는 농장운영에 주력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한편 게사니 사육과 관련해 손우는 “농장의 게사니는 낮에는 강물에 들어가 헤염치면서 놀고 150일 내지 180일이 차야 출하합니다. 가두어놓고 키우면 살집이 빠르게 비대해져서 70일 내지 80일 정도면 출하할 수 있지만 그만큼 고기 품질이 떨어집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옥수수도 재배하고 있기에 가을을 하고 난 뒤 남겨진 줄기를 분쇄해서 먹이로 주면서 순환농업을 실현했습니다.”고 이야기했다.
글·사진 남광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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