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경절 즈음하여 상해에 살고 있는 녀동생 심나네 부부는 내가 시를 좋아한다며 시 같은 호텔을 구경시켜줄 테니 상해로 놀라오라 하였다. 시 같은 호텔? 기껏해야 현대기술의 혜택으로 오색불빛이 찬란하겠지 라고만 생각하였다.
상해시 서남부에 위치한 심갱호텔, 해발은─88메터이며 세계에서 해발이 가장 낮은, 유일한 지하 오성급 호텔이다. 이 자리는 원래 해발 20메터인 작은 산체였는데 1909년에 광산채집으로 지하굴을 뚫었고 썩 후에는 일본 광부들이 들어와 광물을 채집한 적도 있었다 한다. 페갱 웅덩이의 원모습을 파괴하지 않고 지하 88메터의 수직벼랑에 호텔 몸체를 기대 지탱하게끔 설계되였다. 이것은 하늘을 향해 높이를 쌓던 전통리념을 부시고 높이를 땅속으로 지연시켰는바 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건축설계라 하겠다.
심갱호텔 지상은 2층이고 지하는 15층, 모두 17층인데 얼핏 보면 하늘층까지 18층으로 보인다. 호텔에는 방 336개가 있고 하루 숙박비 최저가격은 3888원, 최고가격은 7만원이라 한다. 12년이란 시간에 걸쳐 완공되였고 2018년에 개업하였으며 총건축면적은 6만 1000평방메터, 투자액이 20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전체 건축물은 초강의 지진방지로 설계되여있어 미국의 《국가지리》 잡지에 기재된 것처럼 인류력사에 봉물 같은 이라 하겠다.
호텔 정문 앞에는 멀리서 보면 구름떼 같고 가까이에서 보면 파도부채 같은 커다란 은백색 금속 조형물이 있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수천만 물방울들의 산란기를 상징한 것 같은데 물방울이란 하늘의 축소판이 아닌가. 수천개 하늘을 산란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갱부들의 수천만 눈물과 땀인가, 룡의 여의주인가. 어찌 보면 물의 령혼으로 룡의 풍요의 기운을 조각한 것 같기도 하고 강철과 물의 부드러움이 병존하는 그 사이사이로 심상치 않는 또 다른 피조물들이 언뜻 스치는것 같기도 하다. 하여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 범상치 않을 기운이란 걸 순간적으로 느낀다.
출입구 회전문 바닥은 지층 색갈이다. 굽이굽이 호텔 벽은 천만겹 세월을 쌓은 지층의 문양이며 지구의 속살이 그대로 보인다. 지층을 더듬고 로비에 들어서면 박명의 바닥에 오색찬란한 별들이 쫙 깔려있어 발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 오도독 오도독 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휴계실에는 몇억년 전 어느 위성에서 떨어진 화석인지 광산 금덩인지 한아름씩 되는 크고 작은 금속덩이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앉아 자기 빛을 발하며 바닥의 별들과 잘 어울리는데 마치 천체 속에서 내가 자전하는 느낌이다.
호텔 천정을 쳐다보니 동굴의 입구만한 육중한 등불이 켜져있고 커다랗게 벌린 동굴의 아가리 같아 발을 조금만 삐끗하면 동굴에 빠질 것만 같았다.
제부는 호텔비가 아까워 투숙하지 않고 나와 심나는 하루 방값이 5000원씩 하는 지하 228호방에 투숙하였다. 방키를 받아들고 방문을 열자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지하 88메터의 장쾌한 폭포와 바위가 파노라마같이 펼쳐진다. 베란다에서 올리 보니 하늘을 덮을 만큼 배가 유난히 불룩한 호텔몸체가 거대한 임산부 같다. 투숙한 현대인들이 호텔의 배를 터치할 때마다 천년 묵은 별들이 와르르 방 안에 쏟아지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방 안의 물체들은 전부 천체와 심갱의 형체로 조립되여있다. 크고 작은 등불들은 해, 살별, 덕성 모양이고 옷걸이, 문손잡이는 나무의 년륜무늬 그대로이고 다리미, 쏘파, 목침들은 돌덩이, 굴착기, 망치 모양이다. 심지어 거울도 동굴의 입구와 똑같아 얼굴을 비추면 동굴 속으로 얼굴이 금방 빨려들어갈 것 같다. 위생실 수도꼭지도 동굴의 입구 모양새이고 화장실에 덩그러니 놓인 수석의 문양도 외계인이다. 방 안에서 페갱의 령혼이 살아 숨쉰다. 항거할 수 없는 유혹이 나를 끌어당기고 나의 앞에 군림한다.
낮이면 호텔의 외각만 보이지만 밤이면 현대조명의 혜택으로 88층 지하에서 호텔 몸체를 받쳐주는 절벽의 갈비뼈, 절벽의 가슴, 절벽의 심장, 절벽의 대동맥, 절벽의 발가락까지 완벽하게 보인다. 두 팔이 명암 속에 숨어 지구의 모든 힘을 모으는 언걸의 절벽! 그는 당신의 광부들을 사랑하며 당신의 청정을 향수한다.
4층 채풍루의 매개 방은 주작, 원앙, 학무, 비연 등 문패들이 걸렸고 가공을 걸치지 않은 원목뿌리 주작, 원앙새, 춤추는 제비 모형이 음식상마다 놓여있다. 칸마다 주방, 복무원, 취사원이 따로있고 인당 400원 이상을 소비해야 채풍루에 들어갈 수 있다 하니 손님들은 말 그대로 왕이다.
아침식사는 부페로 되였다. 식기들은 흙의 색갈이고 얼핏 보면 흙 묻은 그릇을 채 씻지 않은 것 같이 보인다. 질감이 돌처럼 터덜터덜한 그릇도 있고 깨진 것같이 보이는 바위틈 문양도 있다. 어찌 보면 부페의 손님들은 모두 외계인이다. 자기의 별자리에 앉아 인간들이 만든 음식을 먹는다. 빵, 만두, 기름튀기 모든 메뉴는 구름, 바위, 괴물 모형이다. 때로는 바람이고 때로는 룡이고 때로는 동굴이다. 식탁을 비추는 빛도 별빛이요, 쟁반도 둥근달이요, 모든 음식이 빛 속에서 만들어진다. 나는 포크로 별을 골라 먹는다. 천국에 온 듯 음악이 흐르고 손님들은 서로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눈인사를 하고 그러다 땅바닥에 깔린 별을 만지면 손바닥에 은하수 묻어 몸속으로 흘러든다. 포도알을 먹다 부주의로 바닥에 떨구면 바닥의 별들이 막 달려드는 통에 포도알은 금방 별무리에 합류한다.
저녁 9시, 로비에서 빛과 물의 쑈를 펼친다. 빛의 문, 물의 문이 죄다 열린다. 천정에서 빛줄기가 미친 듯이 뛰여내린다. 황인, 흑인, 백인 얼굴들이 흘레바람처럼 쏟아지다 다시 중어,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아야어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문자들이 얼굴과 얼굴이 서로서로 바뀌면서 마구 쏟아진다. 빛뭉치 사이로 봉황이 날아예고 사슴이 천년 쇠사슬을 끊고 뛰며 그러는 동안 호텔 창문이 동시에 빛 속으로 뛰여든다. 창문이 사슴이고 사슴이 창문이고 락타의 비단길이 구름과 룡, 학이 되며 페갱의 내장을 깡그리 꺼내 보인다. 광산의 뼈가 살아 숨쉬고 모든 말라버린 짐승의 뼈가 화살되여 날아 다닌다. 빛에 휘감겨 빛을 감빨며 빛을 빻으며 빛에 울며 빛에 춤춘다. 푸른빛, 붉은빛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 쇼가 끝날 무렵 광란하던 모든 빛이 동굴입구에 집합하여 울밀한 빛수림에로 스스르 사라진다.
심갱과 호텔은 자연과 문명의 집합체이다. 아울러 인류가 만든 광산이란 상처가 지하의 오성별로 둔갑하면서 상처와 오성별이 공존하는, 인류문명의 아름다운 결정체이다. 심갱호텔은 찬란한 지상의 모습을 땅 밑으로 죄다 끌고 내려갔다. 어찌 보면 자신의 광명을 어둠에 귀속시킨 것이 아닐가. 아니면 호텔의 임산부 같은 둥근 외각부터 내부의 모든 세절적인 시설까지 둥글게 둥들게 진주구슬 모형으로 설계하였는바 죽음과 탄생이 륜회하는 우주적 순환의 질서에 편입시킨 게 아닐가. 찬란함과 어둠, 삶과 죽음은 서로에게 호응하면서 생명을 서로 빌고 빌려주면서 력사를 숙성시키는 게 아닐가.
18층 지옥이 18층 천당으로 탈바꿈 된 셈이다. 지옥과 천당을 마음껏 넘나들 수 있는 통로, 하늘과 땅속을 관통하는 징검다리 심갱호텔!
30년 전은 건축분야가 성행하고 20년 전은 인터넷분야가 성행하였다면 지금은 지능분야가 성행하고 있지 않는가. 심갱호텔은 벌써 10여년 전부터 AI시대를 펼쳤는바 나도 서서히 그 행렬에 줄을 서서 시의 창을 열어볼 일이다.
장장 50여년을 정보사업에 몸담고 계신 현룡운 사장은 벌써 십여년 전에 내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시 몇줄을 다듬는 모습을 보더니 앞으로 시에도AI 시대가 온다고 하시던 말씀이 문뜩 생각난다.
시 같은 심갱호텔! 회전문을 나서면서 시 같은 AI시대는 어떤 세상일가 나름 대로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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