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웃는다 □ 박영옥

2025-12-19 09:39:00

오래동안 남방의 어느 회사에서 일하던 경호가 왔다는 소리에 수억이는 한달음에 경호의 집으로 달려갔다. 수억이와 경호는 어릴 때부터 부흥이란 마을에서 살다가 20년 전에 둘 다 외국행에 나서서 돈을 벌어와서는 자그마한 A도시에 닻을 내리게 되였다. 한동안 지난 후 수억이는 또다시 외국으로 경호는 남방으로 갔다.

그런데 수억이는 몸이 말째서 2년 후에 귀국하고 말았다. 한달 전에 경호도 영 돌아왔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장이 다시 펼쳐지게 되였다.

경호는 돌아와서 만날 사람을 두루 만나더니 어느 날 수억이보고 부흥촌에 가보자고 했다.

“볼 멋이 없을 텐데. 우리 또래들도 다 출국해서 없는데 누굴 만나려고?”

수억이의 심드렁한 말에 경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필경은 우리를 키워준 고향인데 지금쯤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으니 배동해주구려.”

고향이란 말이 나오니 수억이도 마음이 뭉클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살던 부흥촌은 삼면이 산을 끼고 있어서 봄이면 진달래가 산을 빨갛게 물들이고 여름이면 산새들이 서로서로 목청 비기기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가을이면 온갖 열매들이 풍기는 은근한 향기를 바람이 마을에 싣고 오는 그런 그림 같은 마을이였다.

15년 전에 수억이는 먼 친척의 칠순 생일잔치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을은 너무도 적막했다. 오래전에 보아오던 골목마다에 피여오르던 젊은이들의 수다가 더는 들리지 않았고 아낙네들이 만나면 한참 이야기마당이 되던 정경도 볼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건 늙은이 아니면 아이들이였다.

‘에익 참, 고향이 이같이 쓸쓸할 줄이야. 다신 안 올 거야.’

그번 걸음에서 마음이 산산이 무너진 수억이는 오래동안 고향을 멀리로 하고 말았다. 그런데 경호의 집요한 고집에 끌려서 다시 고향땅을 밟게 되였다.

그들이 탄 택시는 산길을 돌고 돌아 달리다가 부흥촌에 멈춰섰다.

‘엉? 혹시 잘못 오지는 않았겠지?’

수억이는 두 눈을 비벼보았지만 길어구에 세워진 패말에는 확실히 ‘부흥촌’이라고 씌여져있었다.

경호의 눈도 휘둥그래졌다. 그들 둘은 천천히 마을 복판에 한일자로 뻗어져있는 포장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스팔트길이였다. 이전에 질서 없이 들어앉았던 집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빨간색 기와가 씌워진 집들이 줄느런히 서있었다. 해빛이 기와에 반사되면서 반짝이는 빛을 냈고 집집의 철근으로 세워진 바자들이 곧은 자세로 줄을 곱게 섰는가 하면 골목들도 아스팔트였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길가에 늘어선 가로등이였다.

아, 마을이 변했다. 강산이 변했다. 이제 밤이면 저 가로등들이 눈을 번쩍 뜨고 장밤 길을 살피고 있을 것이 아닌가! 위챗에서 많이 보아오던 새 농촌 건설의 새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가슴이 들먹이였다.

한참 걷는데 저쪽에서 웬 사람이 마주오고 있었다. 가까이에 온 걸 찬찬히 뜯어보니 영준이였다.

“어구, 이게 수억이 형님과 경호 형님 아니요? 여긴 어떻게 돼서 오게 되였소?”

영준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이전의 그 웅글진 목소리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세월은 영준이를 사십대로 만들었지만 이전의 모습은 변하지 않아서 수억이와 경호는 제꺽 알아보았다.

영준이라 하면 마을의 밉살군이여서 누구나 제꺽 알아보는편이였다. 쩍하면 싸움질 하고 술에만 취하면 마을을 들썽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의 인심을 잃을 대로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국한다 해서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큰 짐을 부리웠다는 듯 숨을 내쉬였던 그런 영준이였다.

“너 출국했다던데, 놀러 온 거냐?”

수억이의 물음에 영준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아이구, 형님두. 난 영 돌아왔소.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 해도 쓸만치만 벌고는 고향에 돌아와야지 않겠소? 나라의 정책이 좋아서 고향이 지금 살기 얼마나 좋은데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내겠소? 그 잘난 땅굴 같은 집에서 혹은 남의 집에서 사느라 말고 돌아와서 이 좋은 집에서 살면 얼마나 좋소? 내 물론 이전에 번 돈으로 시내에다 집을 사기는 했지만 살아보니 농촌보다 못합데. 그래서 다시 외국에 가 돈 벌고는 돌아왔는데 인제는 이 마을을 영원한 안식처로 할 생각이요.”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이였지만 가슴 훈훈해나는 말이였고 소망의 달력이 펼쳐져가는 마음의 토로였다.

‘저 자식이 오래동안 못 본 사이에 말주변도 좋아졌고 심성도 많이 성숙되였구나.’

이런 생각이 든 수억이는 다시한번 영준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네가 정말 영준이 옳느냐 하는 기색이였다.

수억이는 이 마을에서 살고 있던 친척한테서 영준이에 대한 정황을 어느 정도 알게 되였다.

남보다 일찍 외국에 갔던 영준이는 7년 전에 돌아오더니 시내에 가 안락한 생활을 누리겠다고 60만원을 주고 아빠트 7층에 집을 샀다. 밖에서 쳐다만 봐도 가슴이 확 트일 만큼 번듯하고 가슴이 마구 들먹이면서 숨결도 빨라지는 그런 고급진 아빠트였다.

그런데 정작 살자고 하니 어려움이 가득했다. 농촌에서 마음의 담벽 없이 살던 그런 정경은 전혀 볼 수 없는 건 물론 무슨 일이라도 해야 돈이 생기는데 일자리는 왜 그렇게도 찾기 힘든지?

날로 어려워지는 생활을 두고 안해가 쩍하면 바가지를 긁었다.

“아무 재간도 없이 도시에 와 어떻게 산다고 집을 샀어요? 아무나 도시에서 사는가 해요?”

영준이는 이 점을 모르는 바가 아니였지만 친척들 앞에서 지쳤던 마음을 춰세우느라고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영준이가 농촌에서 살 때 여러 친척들이 시내에 가 아빠트를 사더니 군일에 모일 때면 농촌에서 살고 있는 자기를 얕잡아보는 눈길이였고 또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그토록 강하고 배짱이 두둑한 영준이건만 왠지 그들 앞에서는 저도 몰래 늘 어깨가 잔뜩 처졌다.

‘흥! 날 작작 깔보라구. 나도 기를 펴는 날이 있을 거야.’

이런 승벽심으로 영준이는 외국에 가 남들이 하지 않는 더러운 일, 힘든 일을 가리지 않고 억척스레 일했더니 돈이 모아졌다. 그래서 귀국 후 인차 아빠트를 샀던 것이다. 그런데 집만 있어서  뭘 하랴? 농촌에서는 너무 흔해서 이웃과 나눠 먹는 남새를 도시에서는 돈이 없이는 한줌도 공것이 차례지지 않았다. 그래도 농촌이 좋았다. 공기 좋고 인심 좋고 조용한 농촌에 물 젖어서인지 영준이는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데 집이 팔리지 않는다. 원래의 절반값에 판다 해도 임자가 나지지 않았다.

헐값으로 해도 안 팔리는데 그렇다고 그냥 살기도 힘든 일이라 그들 부부는 집을 잠시 비워놓고는 또다시 억척스레 몇년간 돈 벌고는 고향마을로 돌아왔던 것이다.

“영준아. 너 벌써 길에 나섰구나. 우리 어서 최아바이 병문안을 가자.”

저쪽에서 누군가 소리치며 다가오기에 찬찬히 보니 춘식이였다.

“아, 너 춘식이구나. 정말 오랜만이구나.”

수억이의 환성에 경호가 춘식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한웅큼의 체온이 둘 사이로 오갔다.

“우리 갈라진 지 20년도 넘는데 너희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구나. 정말 반갑다야.”

이렇게 말하는 춘식이의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춘식아. 넌 아직도 이 마을을 지키고 있구나.”

경호가 춘식의 어깨를 다독이며 입을 열자 춘식이는 흥이 도도해서 말을 이었다.

“나도 외국나들이 좀 해서 시내에 가 살만도 하지만 그러나 정든 이 마을을 떠나기가 그토록 싫거니와 지금 나라에서 우리 농민들에 대해 대단히 보살펴줘서 얼마든지 잘살 수 있잖아? 그런데다 외국에 갔던 숱한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하나둘 돌아와서 인제는 마을이 적막강산이 아니야. 난 지금 촌민위원회 주임이란 직책을 떠메고 있는데 힘이 모자랄 때까지 잘 해나가려고 해. 그리고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 영준이가 글쎄 지난해 여름에 마을에 물란리가 났을 때 힘들게 번 돈 10만원을 기부했거든. 마을의 애군이 사람이 될라 시작하니 저렇게까지 기특할 줄이야.”

순간 수억이와 경호의 눈길이 영준이한테 쏠렸다. 그 눈길 속에는 영준이에 대한 존경심과 경이로움이 가득 서려있었다.

“아참 형님두, 고까짓 일이 뭐 대단하다구 이렇게 외우오? 이전에 애먹이던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기가 말이 아니요.”

머리를 썩썩 긁어대며 말하는 영준이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수억아, 경호야, 너희들 어쩌다가 왔는데 점심에 술 한잔 나누자. 지금 나와 영준이가 먼저 뒤집의 앓고 있는 최아바이를 찾아가보고 올 테니까 그동안 마을구경을 좀 해라.”

말을 마친 춘식이가 영준이와 같이 뒤골목으로 꺾어들었다.

수억이와 경호는 마을을 돌기 시작했다. 해볕이 내려앉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떴고 눈앞에 펼쳐진 정경이 눈부셨다. 옛집이 모두 사라진 바람에 기억에 남은 친구들의 집을 찾지 못해서 지나가는 걸음에 몇몇 집을 열고 잠간 들여다보았더니 집안 장식은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다르다면 부엌에서 불을 때는 일이고 앞마당에 채소전이 있는 것이였다.

시골이 변했다. 집집이 도시의 아빠트처럼 장식했고 집안에 화장실도 있다. 정말 도시 처녀들이 시집오고 싶어할 만한 그림 같은 농촌마을이다. 정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넘칠 일이다.

마을이 다시금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골목에서 젊은이들을 만나는 로인들의 얼굴에 해살이 내려앉은 듯이 환해졌다.

한시간 정도가 지나자 수억이와 경호는 춘식이의 집에 안내되였다. 집안에 들어서니 두 눈이 풍년이 되였다. 천정이고 벽이고 다 고급 장식이였고 집안에 있는 화장실에는 난방설비까지 되여있었다. 꿈 아닌 현실이였다.

“정말 도시 못지 않은 생활이군.”

수억이의 말에 춘식이가 미소가 쫙 널린 얼굴로 몇몇 촌민들이 출국해서 번 돈으로 시내로 들어가서 몇년간 살더니 지금은 모두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걸 두고 고향정이라 할가?

춘식이가 휴대폰을 꾹꾹 누르더니 조금 후 40~50대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20대에 매일 뒹굴다싶이 지내던 친구들이라 그들은 얼싸안고 돌아갔다.

술상이 차려지자 먼저 촌민위원회 주임인 춘식이가 술잔을 들고 입을 열었다.

“우리 마을이 한동안 비여있다가 오늘날 모두들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우리가 그냥 고향을 멀리하면 농촌의 부강에 손길을 펼쳐주는 당에 미안하고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에 미안한 일이 아니겠소? 고향에서 부지런히 일하면 잘살 수 있는 거요. 어데 가나 고향보다 더 좋은 곳은 절대 없는 거요. 인제부터 우리 고향을 잘 지켜나가기오.”

그러자 모두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웨쳤다.

“우리 고향의 건설을 위해 건배! 건배! 건배!”

“하하하ㅡ”

  고향은 웃고 있었다. 호탕하게 소리높이. 그리고 여기저기에 행복이 널려있었다. 고향은 이제 더 아름답게 치장될 것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