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박경화

2026-03-12 21:06:26

엄마와 아빠가 다투기 시작한 건 일요일 점심을 먹고 난 뒤였다. 앙칼진 엄마의 목소리에 놀란 나와 동생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엄마는 독이 오른 고추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평소보다 한 옥타브는 더 높아진 목소리로 아빠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교원인 엄마는 마치 허공에 아빠의 잘못을 기록한 칠판이 떠있기라도 한 듯, 식지를 교편처럼 길게 뻗어 허공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아빠의 잘못을 렬거했다. 그러는 엄마의 코와 턱은 평소보다 훨씬 더 뾰족해 보였다.

“당신이 잘못할 때마다 내가 지적했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고칠 생각은커녕 똑같은 잘못을 또 반복하고 있잖아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젠 절대 못 참아요.”

엄마의 분노는 팽팽히 당겨놓은 화살이 시위를 벗어나듯 아빠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화살은 아빠 속에 숨어있던 무서운 사자를 깨워버렸다. 아빠는 성난 사자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험상궂은 얼굴로 집 기둥이라도 뽑을 듯한 기세로 밥상을 두드리며 반격했다.

아빠가 펄쩍 뛰자 숱 많은 머리칼이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렸다.

“당신은 항상 아이들 가르치듯 나를 가르치려 한단 말이요. 이젠 나도 정말 못 참겠소.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 줄 아오? 왜 남 눈에 있는 티는 잘도 보면서 자기 눈에 박힌 들보는 못 보오?”

평소에 아빠가 이렇게 성을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우리는 무서워서 간이 콩알만해졌다. 모범 공무원으로 늘 점잖은 얼굴만 보여주던 아빠에게 그런 무서운 모습이 숨어있었다는 건 정말 예상 밖이였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서로의 숨겨진 얼굴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정말 사람 속은 가까이서 오래 지켜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였다.

그날 우리 집의 평화가 깨졌다. 전에도 엄마와 아빠가 싸운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크게 싸운 건 처음이였다.

집안은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처럼 변해있었다. 부부싸움은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리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나와 동생은 얼음 강판을 건너듯 조심조심 발을 옮겨 방으로 되돌아갔다. 일단은 전쟁터를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우리 방 문틈 사이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엄마와 아빠의 싸움 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저녁 무렵이 되여서야 겨우 집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상황을 살피려고 동생을 슬쩍 방 밖으로 내보냈다. 얼마 후 동생이 들어와서 나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형, 싸움이 끝난 것 같진 않아. 아빠는 거실 쏘파에 혼자 앉아있고 엄마는 방에 들어가있는데… 다 얼굴빛이 안 좋아.”

그때부터 집안에는 무서운 침묵이 오래도록 흘렀다. 소리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였다. 엄마와 아빠는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말이 없었다. 평소에 롱담으로 집안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던 아빠의 두텁고 큰 입술은 오늘따라 무겁고 큰 철문처럼 굳게 닫혀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주방에서 엄마가 밥 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서는 아빠가 휴대폰을 뒤적이는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은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이였다. 평소에 “남자는 마음이 너그러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빠가 오늘은 옹졸하게 엄마의 분노의 도화선을 더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퉁퉁, 탕탕.

엄마는 주방 기구들을 거칠게 움직이며 분노로 들끓는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숨죽여 밥을 먹었다.

나는 주말이 지나고 엄마와 아빠가 출근하고 우리도 학교에 가는 평소의 일상이 시작되면 그들의 전쟁도 자연스럽게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의 전쟁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점점 더 치렬하게 번져갔다.

월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보니 바닥에는 남새 조각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 조각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쏘파 방석은 제자리가 아닌 텔레비죤 우에 이상한 모습으로 걸려있었고 아빠의 신발은 신발장이 아닌 밥상 밑에서 뒹굴고 있었다.

“엄마…”

내가 엄마를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가보니 전쟁을 치른 엄마와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피난민이 된 동생이 겁에 질린 얼굴로 혼자 방 안에 앉아있었다.

“엄마 아빠 또 싸웠어.”

동생 옷에는 남새 잎사귀가 파편처럼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싸움을 말리려다 봉변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간 거야?”

“엄마랑 아빠가 리혼한대. 엄마가 아끼던 금줄이 감긴 과일 접시가 깨지고, 아빠가 금방 산 휴대폰도 바닥에 떨어져서 고장 났거든.”

여기까지 말하던 동생이 설음을 이기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와 아빠의 전쟁은 절정에 이르렀고 결국 ‘분렬’을 선언한 것이였다.

문득 부모님이 리혼하면서 전학을 가게 된 미연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별인사를 하던 날 미연이의 모습은 정말 불쌍해보였다. 혹시 나도 우리 반의 두번째 전학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딩동.”

그때 엄마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성민아, 너 집에 돌아왔니? 엄마가 요즘 너희한테 소홀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지금 볼일 있어서 그러는데, 네가 동생 좀 잘 돌봐줘. 오늘 저녁은 너희 둘이서 배달시켜 먹어.”

엄마의 미안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와 함께 인민페 100원이 위챗으로 입금되여 들어왔다.

“엄마, 나 소조장이 됐어요.”

엄마한테 리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사정하고 싶었는데, 엉뚱하게 이런 말이 먼저 나와버렸다.

“참 잘했어.”

짧은 답장이였지만 엄마가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의 부탁 대로 동생을 잘 돌봐서 조금이라도 엄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 평소에 절제하던 햄버거, 치킨, 콜라를 한가득 배달시켰다. 동생이 울음을 그치고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니 엄마를 도와 나도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나는 배불리 먹은 후 동생과 함께 거실에 널려있는 남새를 그릇에 담고 깨진 그릇 조각들을 조심스레 휴지통에 버렸다. 엄마와 아빠가 돌아왔을 때 우리의 기특한 행동을 보면 혹시 화해할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품고 동생에게 숙제를 시킨 후 나는 쓰다 만 작문 숙제 책을 펼쳤다.

하필이면 오늘 작문 숙제 제목은 <행복한 우리 가정>이였다. 며칠째 작문을 쓰려고 필기장을 펼쳐 놓았지만 도무지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 매일 미루고 있었다. 래일이면 어문선생님이 숙제를 검사하실 텐데…

아침에 엄마가 숙제책을 펼쳐놓은 채 잠이 든 나를 깨웠다.

“어제 너희들이 집을 치웠구나. 미안해. 아침은 늦어서 못했어. 김밥과 우유를 사왔으니 먹고 가.”

엄마의 목소리와 얼굴색은 어제와 달리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어제 어디로 갔댔어요?”

“할머니 집에 급한 일이 있어 갔다 왔어.”

정말 다행이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진 게 분명했다.

아빠는 거실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빠의 가방과 양복이 거실에 놓여있는 것을 봐서는 또 쏘파에서 주무신 것 같았다. 전쟁의 불은 꺼졌지만 평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식탁에 삼각김밥과 우유를 내놓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 것은 없었다.

아빠의 수염은 많이 길어졌고 얼굴도 수척해 보였다.

‘엄마는 어제 왜서 갑자기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을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엄마와 아빠는 항상 할머니 집으로 다녀왔었는데… 그러면 리혼하는 일 때문에? 설마 오늘 일찍 퇴근해서 리혼하려는 건 아닐가… 리혼은 선포되였고 평화는 찾아오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엄마의 평온해진 얼굴과 아빠의 수척해진 모습이 더 나빠진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다급히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어제 저녁 어디로 갔댔어요?”

“할머니가 편찮다고 련락이 오는 바람에 할머니 집으로 갔댔어.”

“아! 할머니가 편찮았던 거네요.”

나는 갑자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지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우리 가족이 두 쪽으로 분리될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위기가 할머니의 ‘도움’으로 넘어갔다는 느낌이 들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와 동생의 든든한 한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할머니가 편찮으신 그날 각각 련락을 받은 엄마와 아빠는 둘이 싸웠다는 사실을 잊고 서로 전화로 련락하면서 빠른 시간내에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갔으며 덕분에 할머니는 위기를 넘기게 된 것이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둘 사이는 또다시 어색해졌던 것이다.

“울지 마. 별일 아니야. 음식을 잘못 드셔서 병원에 갔댔어. 이제는 아무 일 없어. 완전히 나았어.”

아빠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흘린 눈물이 단지 할머니가 편찮았기 때문만이 아니였음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교문에 들어섰다. 여느때 같으면 숙제를 못한 리유를 꼬치꼬치 캐여물었을 어문선생님께서 오늘은 다행히 나의 숙제에 대해서는 따로 캐여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잘 쓴 작문 몇편을 뽑아 발표하게 하셨다. 익살쟁이 명수가 발표했다. 명수의 작문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어느 날 밤중에 ‘탕’ 하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나와 동생이 잠에서 깨여나보니 엄마와 아빠가 전쟁을 벌리고 있었다…”

명수가 작문을 읽는 동안 우리 모두는 배를 그러안고 깔깔 웃어댔다. 명수는 부모님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동생을 시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춤을 추게 했다고 하였다. 동생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싸우던 엄마와 아빠가 그만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으며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고 했다.

명수가 읽는 작문을 들으니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 아빠의 싸움도 명수처럼 락관적인 태도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문을 들으면서 부모님들의 싸움에서 자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였다. 우리는 어리지만 가정의 한 구성원이고 부모님들의 싸움에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엄마 아빠가 화평해야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어문수업을 통하여 무거웠던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였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나는 동생과 만나기로 약속한 학교 대문어구로 달려갔다. 그런데 약속한 장소에 있어야 할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문 밖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한무리씩 나오는 아이들 속에서 부모님들은 용케도 자기 아이를 한눈에 알아보고 즐거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모든 부모님들의 눈에는 자기 자식이 보석처럼 빛나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당황한 모습으로 동생을 찾고 있을 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

뒤를 돌아보니 울먹울먹해진 동생이 경비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경비아저씨가 밖은 추우니 경비실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하셨어.”

동생의 주먹코에서는 코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추워서라기보다 눈물을 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원래 우리보다 수업이 빨리 끝나는 동생은 오늘따라 수업이 늦게 끝난 나를 문어구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것을 본 경비아저씨가 동생을 불쌍히 여겨 경비실에 들어가 기다리게 한 것이였다.

경비실 창문 너머로 경비아저씨께 꾸벅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서 울상이 된 동생의 얼굴을 보니 텔레비죤에서 보았던 노래가 떠올랐다.

“엄마 곱니, 아빠 곱니, 누가 누가 더 곱니… 엄마야 아빠야 우리 우리 같이 살자야. 해도 있고 달도 있는 푸른 하늘 집처럼.”

“성은아, 우리한테는 엄마도 없어서는 안되고 아빠도 없어서는 안돼. 그러니 우리가 엄마 아빠를 화해하게 만들어야 해. 알겠니?”

동생의 눈에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응, 형이 시키는 대로 할게.”

평소에는 나의 말을 잘 듣지 않던 장난꾸러기 동생의 퉁방울 눈이 진지한 빛을 띄고 있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 동생이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말했다.

“형, 오늘은 엄마 생일이야.”

“정말?”

“며칠 전에 엄마가 나한테 자랑했어. 엄마 생일날 아빠가 진주목걸이를 사주기로 했다고 말이야. 그리고 엄마 생일날 저녁에는 온 집식구가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고 했어.”

그러고 보니 력서에 빨간 동그라미표를 그어놓은 날자가 바로 오늘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런데 아빠는 오늘 일이 있다고 했잖아. 아빠가 엄마 생일을 기억하고 계실가?”

아빠트 입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였다. 옆집 할아버지는 퇴직 경찰인데 자녀들이 모두 외국에 나가있어 홀로 살고 계셨지만 인품이 좋으셔서 명절 때는 물론 평일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집에서 출입문 열쇠를 스마트 열쇠로 바꾸기 전 한번은 내가 열쇠를 잃어버려 밖에서 떨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엄마와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게 해주신 적이 있다. 그때 할아버지가 불안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들려준 이야기며, 배고픈 나에게 건네준 맛있는 과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와 동생이 할아버지께 인사 드리자, 할아버지가 자애롭게 웃으시며 물으셨다.

“요즘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냐?”

할아버지는 옆집에 살고 계시니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소리며 물건 깨지는 소리도 들으셨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전쟁했어요.”

나는 명수처럼 락관적으로 문제를 대하기로 했다.

“음, 그랬구나. 그럼 전쟁은 이제 끝난 거니?”

할아버지도 롱담 어린 얼굴로 말씀하셨다.

“큰불은 꺼졌는데 화해는 못했어요. 아마 나랑 동생이 엄마 아빠가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상황인 것 같아요.”

“음, 정말 철이 들었구나.”

“할아버지도 옛날에 부부싸움 하신 적 있어요?”

“그럼.”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떠올린 듯 미소를 지었다.

“한번은 우리 부부가 크게 다투고 내가 화김에 리혼하자고 말했지. 그런데 그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안해가 보이지 않는 거야. 자정까지 돌아오지 않자 걱정스러워서 대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상점 주인이 나를 보고 하는 말이 ‘혹시 사모님 기다리세요? 아까 어떤 남자분이 와서 사모님과 같이 가던데요.’라고 하는 거야.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면서 경솔하게 리혼하자고 말한 게 얼마나 후회되였는지 몰라. 그런데 알고 보니 처남이 급한 일로 찾아온 거였어. 하지만 그 오해로 인해 나는 안해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되였지. 옆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르는 법이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머리속에는 엄마 아빠를 화해하게 만들 좋은 방법이 번쩍 떠올랐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엄마랑 아빠를 어떻게 화해시킬지 좋은 방법이 생겼어요.”

“그래?”

할아버지도 기분 좋게 웃으셨다.

나는 동생에게 나의 전략을 상세히 말했다. 나는 전략 대로 집에서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한 휴대폰을 들고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는 집에 나 혼자 뿐인 것을 보고 의아해하였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가 어떤 남자랑 같이 밖에 나갔어요.”

“엄마가? 어떤 남자랑 같이?”

아빠가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은 듯 커다란 눈을 슴벅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이라니깐요. 지금 어디서 밥 먹고 있는지 내가 알아요. 못 믿겠으면 내가 그곳으로 아빠를 모시고 갈게요.”

나는 아빠가 상황을 오해하도록 밀어붙이기 위해 격분한 얼굴까지 지으며 아빠를 이끌었다. 삽시간 아빠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 같더니 착잡한 빛이 감돌았다.

‘아빠, 사람은 옆에 있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른대요.’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길을 알려주는 대로 운전하는 동안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하자 나는 창가로 다가서서 손가락으로 엄마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엄마가 저기 있어요.”

아빠는 재빨리 허리를 굽히고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엄마와 동생이 즐거운 얼굴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빠 오늘 엄마의 생일인 걸 아세요?”

“응?”

허리를 펴고 몸을 일으킨 아빠가 어리둥절해하더니 놀라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빠 우리 함께 식당으로 들어갈가요?”

나는 아빠가 이 기회를 잡아 엄마와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아니야. 엄마랑 거의다 먹은 것 같은데 우리끼리 먹고 들어가자.”

아빠의 표정을 보니 엄마와 화해하고는 싶은데 엄마에게 다가갈 자신이 없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아빠, 먼저 나와 같이 엄마의 진주목걸이를 사러 가요. 내가 엄마한테 선물로 진주목걸이를 사주려구요.”

나는 머리를 푹 숙인 아빠를 이끌고 진주가게로 찾아갔다.

진주목걸이를 파는 판매원이 웃는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선물인가 봐요. 누구에게 주는 선물인가요?”

나는 아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빠는 어색한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

“화가 날 때는 독이 오른 고추처럼 맵지만 마음속으로는 나와 동생 그리고 우리 아빠를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드릴 생일선물을 사려고 합니다.”

나의 말을 들은 판매원은 즐겁게 웃더니 아빠 년령대 녀인들이 즐겨 사는 진주목걸이 몇개를 꺼내서 추천해주었다. 나는 그중에서 이뻐 보이는 목걸이 두개를 들고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어느 게 더 이뻐요?”

아빠의 굵직한 손가락이 두개중 한개를 가리켰다.

아빠가 돈을 지불하자 나는 포장된 진주목걸이를 나의 주머니에 넣었다. 아빠와 식당에 들려 밥을 먹고 집에 도착할 무렵 동생한테서 아빠의 휴대폰으로 음성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빠 오늘은 엄마 생일인데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엄마와 내가 밖에서 밥을 먹었는데 밥 먹는 동안 엄마가 어떤 남자와 자주 즐겁게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내가 피끗 보았는데 그 남자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했어요. 정말이예요. 내가 지금 엄마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어요. 아빠가 방으로 들어와서 엄마와 대화를 나눈 그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해보세요. 엄마가 화장실에 들어간 동안 메시지를 남기는 거예요.”

아빠의 얼굴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문을 열고 아빠를 엄마와 동생이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엄마의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가 방 문틈으로 새여나왔다.

나는 아빠를 방으로 떠밀었다. 방에 들어서자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휴대폰을 아빠의 얼굴 앞에 쑥 들이밀었다. 휴대폰에는 내가 틈틈이 엄마에게 보낸 사랑의 메시지와 생일 축하한다는 말로 가득했다. 나는 타이밍을 놓칠세라 전략 대로 주머니에서 진주목걸이를 꺼내서 아빠의 손에 쥐여주었다.

“아빠가 산 진주목걸이 여기 있어요.”

진주목걸이를 본 엄마의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동생이 엄마에게 아빠가 피곤을 무릅쓰고 퇴근하자마자 엄마의 진주목걸이를 사러 갔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였다. 우리는 엄마의 화나 아빠의 분노 같은 감정이 끼여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재빨리 손벽을 치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음악이 사람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빠는 생일축하 노래의 리듬을 맞추듯 천천히 엄마 앞에 진주목걸이를 내밀었고 엄마는 수줍은 듯 약간 고개를 숙이고 선물을 받아쥐였다.

“오늘은 늦었으니 래일 저녁 아빠가 한턱 낼게.”

우리는 아빠가 진심으로 우리에게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의 전쟁은 끝나고 우리 집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며칠 후 나는 아빠와 같이 엘레베터에서 또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였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아버지가 옆집 할아버지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럼. 허허허. 참 요즘 뉴스에 보니깐 아직도 전쟁을 치루는 나라들이 있더구먼…”

“참 평화의 시대에 전쟁이라니 정말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아빠가 맞장구를 쳤다.

“피난민들이 불쌍하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자니 피난민처럼 불쌍한 모습으로 햄버거를 먹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쟁의 파괴적인 힘을 조금이나마 경험해서인지 나도 그 피난민들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되였으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든, 어느 가정이든 전쟁 없이 모두가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렇게 말하며 할아버지와 눈빛을 마주쳤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의미 있는 웃음이 번졌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