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선택이라면…□ 김은희

2026-07-24 09:22:44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뽀르뚜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죽음의 중지》의 서두에 나오는 첫마디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죽음이 없는 미래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마치 죽음의 녀신이 파업을 벌린 것처럼 로화는 진행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새해부터 아무도 죽지 않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사고나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지만 새해 아침 이후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해도 불치병에 걸려도 그 상태로 멈춰버렸다. 자연적인 로화, 불의의 사고나 부상, 피할 수 없는 질병도 여전하지만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사실로 국민들은 영원한 삶이 주어진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환호하고 이 뜻깊은 사건을 축하하기 위해 집앞에 국기를 내다 걸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간 국기행렬은 애국심의 대변자이기라도 하듯 온 나라를 뒤덮어버린다.

하지만 죽음이 없으면 필요성을 잃고 마는 장례업체, 양로원, 병원 관계자들은 이러한 이상현상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한다. 넘치는 환자들로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양로원도 줄어들지 않는 인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결국 정부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방법을 내세우지 못하는 사이, 죽음 직전의 가족을 둔 사람들은 가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전체 15장으로 구성되여있는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운명적 사건을 소재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본다. 또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는 점과 반점만 있다. 다른 문장부호가 없고 대화에도 인용표가 없다. 따라서 대화를 단락으로 나누지도 않는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누가 한 말인지 다 리해가 된다. 이 또한 사라마구의 매력이라 하겠다.

예술작품은 리성보다 감성이 만든다. 문학이라는 예술을 통해 저자는 죽음의 어느 부분을 말하고 싶었던 걸가. 죽음의 깊은 감성을 어떤 방식으로 《죽음의 중지》이라는 이 작품 속에 녹여낸 걸가. 삶 속에서 죽음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통해 죽은 생명과 살아있는 생명 사이의 기여, 죽음의 부재가 삶 속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죽음의 본능을 잘 풀어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같다. 그러나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죽음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가? 막연히 바란 적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일은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죽음이 중지된 세상을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저자는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우화적인 비유와 신랄한 풍자, 무한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면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바로 삶을 상상하는 것이다.” “철학적인 비유가 돋보이는 깊고 감미롭고 매력적인 작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상황을 뛰여넘은 결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많은 리뷰를 쏟아내며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자신의 많은 작품중에서 저자도 이 소설을 가장 흥미로운 작품으로 꼽았다.

영생이란 좋은 것일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혹은 선택이라면… 나에게 마지막 한주일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죽음을 통해 곁에 있는 사람의 부재와 소중함을 되돌아볼 수 있고 삶의 의미도 느낀다. 또한 죽음은 삶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마지막 초불이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의미를 가지듯 죽음은 삶의 의미를 만든다. 이 책과 그의 전작 《눈먼 자들의 도시》는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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