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차□ 김은희

2026-08-07 09:10:23

요즘처럼 푹푹 찌는 여름을 보내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바로 한국 작가 김애란이 쓴 단편소설집 《바깥은 여름》이다. 바깥은 눈부신 여름이지만 어떤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차겁고 시린 겨울에 머물러있다. 상실과 리별의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소설집에는 7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설의 문을 여는 작품 <립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독자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그 고통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는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게 만든다. 몇번의 봄이 지나도 그들의 계절은 여전히 매서운 겨울에 머물러있다.

<노찬성과 에반>은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찬성이가 버려진 개 에반을 거두며 시작된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다짐과 달리 어린 찬성에게 생명을 온전히 감당하는 일은 버겁기만 하다. 하루 이틀 결정을 미루며 죽어가는 에반의 고통을 연장하는 찬성의 모습은 가슴을 조여오는 사랑의 책임과 그 무게를 저릿하게 묻는다.

<건너편>은 사랑이 떠난 자리에 남은 련민을 그린다. 치렬했던 공무원시험 준비의 어둠을 함께 헤쳐왔지만 홀로 긴 턴넬을 빠져나온 도화는 이미 리별을 결심한 지 오래다. 상대의 처지 때문에 리별의 말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은 사랑보다 깊고 울컥한 슬픔을 남긴다.

<가리는 손>은 필리핀인 아빠의 다문화 가정 아이를 비춘다. 엄마와 단둘이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아온 아이의 이야기는 서늘한 반전을 품고 있다. 상처받은 이가 반드시 타인을 더 잘 리해하는 것은 아니다. 억압과 폭력의 현장에서 가려진 손 뒤로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아이의 모습은 리해받지 못해 지쳐버린 내면의 어두움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지막 이야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역시 상실을 다룬다. 남편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놓아버린 주인공은 사촌언니의 권유로 스코틀랜드에 머물며 상처를 치유한다. 물에 빠진 제자의 손을 잡으려다 세상을 떠난 남편, 죽음이 아닌 삶을 향해 뛰여들었던 그의 마지막을 마침내 리해하며 떠난 자리에 남겨야 할 것은 슬픔이 아닌 ‘사랑’임을 깨닫는다.

책을 덮고 나니 한 문장이 마음을 세차게 울린다.

“엄마랑 아빠는… 지쳐있었어. ‘리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먼저 집어던지게 돼있거든… 그런 걸 다 설명하진 않는다. 대신 이 곤경을 어떻게 빠져나갈가 고민하다 온전한 참도 거짓도 아닌 말을 던진다.”

“리해는 품이 드는 일이다.” 소설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통해 귀찮음을 감수하고 마음을 내여주는 그 ‘리해의 품’의 절실함을 뭉클하게 건네고 있다.

무언가를 잃은 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어디로 갈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바깥은 여름》 작품 속 인물들이 나누어 가진 질문이기도 하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였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이 들려주는 이야기 등이 김애란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도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위로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책 제목은 ‘안과 밖’의 온도차를 절실하게 체감하며 세상의 속도와는 다르게 제자리에 멈춰버린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계절을 안고 살아간다는 삶의 시차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들, 저자는 이 소설집에서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누군가의 얼어붙은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을 향해 살며시 다정한 손을 내민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