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화려하고 공연은 초라하고…

2023-11-08 08:30:03

조선족집거구가 형성된 지난 30여년간 산동성 청도에서 조선족문화예술단체는 한떨기의 신선한 진달래와도 같은 존재였다. 청도시에서 펼쳐지는 시민절, 국제백사장절, 문화하향, 치맥절 등 공익행사에서 조선족문화예술단체는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고 ‘조선족문화예술단체가 없으면 행사가 어렵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였다.

아리랑예술단, 진달래예술단, 해안선예술단 등 문화예술단체들은 국내외의 무대에 올라 수차 영광을 떨쳤고 청도시텔레비죤방송국은 물론 산동성텔레비죤방송국의 대형 문예야회에서도 민족예술의 위상을 떨쳤다.

아리랑예술단의 무용 <아리랑>, 진달래예술단의 무용 <축수>, 해안선예술단의 무용 <배 띄워라>, 로교원친목회 무용 <칼춤> 등 예술종목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준프로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년에 들어서 문화예술단체가 우후죽순마냥 나타남에 따라 조선족문화단체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 시큰둥해졌다. 조선족무용을 보려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면서 기다리던 관중들의 모습도 인젠 찾아보기 힘들다.

“또 그 춤이네. 볼게 별로 없어요.”

어느 한 대형 행사에서 ‘행여나’하고 조선족들의 색다른 공연을 기대하고 있던 현지의 관중이 자리를 뜨면서 남긴 말이다.

곡도 그 곡, 무용도 그 무용, 사람과 복장만 바뀌였을 뿐 똑같은 무용을 재탕하는 현실 앞에서 관중들은 인내심을 잃어갔다.

“우리 무용은 진짜 일품입니다.”

새롭게 탄생한 예술단체들이 항상 자신 있게 내뱉는 말이다.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결여된 경우가 많아서 항상 자신 있게 자기네 예술단체를 추천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얼마 없고 거의 모두 젊은이들만 있다는둥, 우리 무용은 새롭게 안무한 것이여서 참신하다는 둥… 이들은 자기 소개에 거침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참담하다.

주지하다 싶이 무용은 정체성을 요구한다. 음악에 맞춰 률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 손끝 하나, 발끝 하나, 눈 빛 하나도 주제를 위해 복무할 수 있어야 하며 완벽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령 10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10명 모두가 표정이 다르고 눈빛이 다르고 손 높이도 다르고 리듬도 타지 못한다면 그 모습은 과연 얼마나 엉성할가?

문제는 바로 이런 모습이 현재 비일비재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 예술단은 어데서 왔지요? 왜 저런 분들을 청했는지 모르겠네요.”

10여년간 행사에 참가하면서 조선족문화예술을 지켜보았던 유지인사 한분이 짧게 던진 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조선족문화예술이 ‘정중하게 대접받던 데로부터 푸대접받는 존재’로 변한 그것이다.

“자기들은 돈을 받지 않고 한다면서 재를 뿌리는 현상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정해진 공연이 취소됐다면서 어느 한 예술단체의 책임자가 말했다.

약육강식이 아닌 동족상잔이 벌어진 것이다. 대형 행사를 펼치는 주최측의 립장에서는 출연자들에게 출연비를 제공하게 되여있다.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멋진 행사를 펼치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기본비용은 꼭 지불하려고 한다.

그러나 돈을 받지 않고 공연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왜서 돈을 팔아가면서 예술단을 청하겠는가…

이런 예술단체 ‘덕분’에 조선족무용은 ‘렴가제품’으로 전락했다. 혹 출연비를 받는다 해도 예전의 3분의1 혹은 반토막 났다.

사립예술단체인 것 만큼 돈을 받고 하든 돈을 받지 않고 하든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돈을 받지 않고 돈을 가져다주면서 하면 또 어쩐단 말인가? 오뉴월에 오이를 꺼꾸로 먹어도 제멋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예술단체의 정부적 차원의 ‘문화하향’이 많아졌다. 사립예술단이 대부분이고 허가증마저 없는 청도조선족문화예술단체에 있어서 ‘문화하향’은 정부 해당 부문과의  긴밀한 관계를 확립할 수 있는 소중한 경로라고도 할 수 있다. 공연에 참가하고 정부 해당 부문과 교류하다보면 활동장소도 공짜로 제공 받기도 하고 현지 매스컴을 탈 수 있는 기회도 생기며 활동 령역도 넓혀갈 수 있다. 때문에 거의 모든 예술단체가 정부 해당 부문에 호응하여 일년에 수십차씩 의무공연에 참가한다.

이미 언급했다 싶이 우리의 많은 예술단체의 예술기량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할 상황이다.

“스스로도 부끄러워 인젠 무대에 못나서겠습니다.”

공연에 참가했던 한 배우가 한 말이다. 일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청도조선족민족문화예술의 이미지는 추락의 날개를 달게 되였다.

그렇다면 청도조선족문화예술은 정녕 환골탈태하고 조혈기능을 갖출 수 없는 걸가?

  허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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