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세월 품은 수양버들, 룡드레우물의 력사 지킨다

2023-11-13 08:36:54

'룡이 날아 오른 우물'이란 뜻의 우물은 이렇게 이 땅의 지명을 '룡정'이라고 붙이게 된 기원으로 되고 있다.


룡정시 거룡우호공원은 룡정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들리는 곳이다. 정작 공원을 찾으면 사실 볼 건 없다. 그냥 아주 작은 공원에 덩그러니 우물 하나가 있고 나무그늘 아래 설치된 벤치로 시민들이 오구작작 모여드는 여느 시민공원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이르러 우물 물로 갈증을 추기며 수양버들 그늘 밑에서 다리쉼을 했을가?


그런데 이 공원에 사람들이 모이는 특별한 리유는 공원 안에 있는 룡드레우물이 ‘룡정’이란 지명의 기원이 되는 력사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륙도하와 해란강 합수목에 자리잡은 룡정의 옛 이름은 ‘륙도구’, 언제부터 지금의 ‘룡정’으로 도시 이름이 바뀌였는지, 룡드레우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공원은 룡정 시내 한가운데, 큰길 바로 옆에 있다. 공원내에 있는 우물가에는 ‘룡드레우물’이라고 써진 둥그런 돌비석이 있고 그 옆에 ‘룡정지명기원지정천’이라고 적힌 돌비석이 세워져있다. 그리고 우물 바로 옆에는 수양버들 한그루가 가지를 우물가로 드리우고 있다.


돌비석에 적힌 안내문이 보인다. 안내문 내용은 이렇다.

“이 우물은 1878년부터 1880년간에 조선 이민 장인석, 박윤언이 발견하였다. 이민들은 우물가에다 ‘룡드레’를 세웠는데 룡정 지명은 여기서부터 나왔다. 1934년 룡정촌의 주민 리기섭이 발기하여 우물을 수선하고 약 2메터 높이의 비석 하나를 세웠는데 그 비문을 ‘룡정지명기원지우물’이라고 새겼다. 1986년 룡정현인민정부에서는 문화대혁명에 의하여 파괴되였던 이 우물을 다시 파고 비석을 세웠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좀더 풀어보면 이렇다.

지금은 고층건물이 늘어선 도시지만 장인석, 박윤언 일행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수림이 우거진 황페한 곳이였다. 그리고 풍수지리에 밝은 박씨는 이곳에 집을 짓고는 밭에 씨를 뿌렸다. 그해따라 어거리대풍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오손도손 살게 되였다.

그리고 어느 날 박씨는 호주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데 장장 강물을 길어 먹고 살 수도 없지 않겠나. 안사람들이 말은 안해도 고생이 막심하니 내가 우물자리를 보아두었으니 파면 틀림없이 룡수가 나올 거야. 룡수를 마시면 장수를 낳는다고 했은즉 장차 이 마을을 지킬 장수를 봐야 할 게 아닌가.”


그 이튿날 사람들은 소를 잡고 떡을 치고 술을 빚어 제물을 푸짐히 차리고 천지신명께 제를 지내고 나서 우물을 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고 파니 샘물이 콸콸 솟는데 한바가지 푹 떠서 마시니 물맛이 좋고 시원해 장수힘이 솟는  것 같았다. 우물이 깊어서 사람들은 룡드레를 앉혔다.


실제 룡드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지금의 공원에 설치된 표석 아래 동판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바줄이 돌돌 말려있는 모습이 룡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여 룡드레라 부른다.

상세한 이야기는 류연산 선생의 《혈연의 강》에 적혀있다.

그리고 이 우물에 대한 또 다른 전설에는 로맨틱한 사랑이 깃들어있다.

해란강기슭 초가에 사는 모녀가 있었다. 어느 날 처녀는 애들이 잡은 뱀을 돈을 주고 사서 놓아주었다. 그런 그 뱀이 동해 룡왕의 아들이더라는 것이다. 둘은 사랑을 하게 되였는데 마을의 부자가 빚 대신 처녀를 첩으로 데려가려 했고 또한 룡왕은 인간의 처녀를 며느리로 맞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백날이 되던 날 처녀는 우물에 빠져 자결을 했고 마침 룡왕의 아들은 철창을 부수고 나와 우물에 뛰여들어 처녀를 구해 업고 룡왕과 지상 인간이 모르는 곳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룡이 날아오른 우물’이란 뜻의 우물은 이렇게 이 땅의 지명을 ‘룡정’이라고 붙이게 된 기원으로 되고 있다. 룡드레로 물을 길어 마시게 되였고 룡드레의 ‘룡’자와 우물의 ‘정’자를 따와 이 우물은 ‘룡정’이 되였고 마을 이름은 ‘룡정촌’이 되였다고 한다.

력사의 목격자로 남아있는 건 오직 한그루의 수양버들이다. 1889년 마을사람들이 우물가에 네귀 바른 정방형의 틀을 짜놓고 수양버들 두그루를 심었다는 데 한그루만 용케 살아남은 것이다. 나이를 따지면 백살도 훨씬 넘겼다. 지금 계절에 룡드레우물을 찾으면 이미 락엽이 져서 벌거숭이지만 터덜터덜 거친 나무줄기를 훤하게 드러낸 수양버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수양버들은 무수한 세월을 흘러보내며 오늘도 묵묵히 력사를 지켜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이르러 우물 물로 갈증을 추기며 수양버들 그늘 밑에서 다리쉼을 했을가?

룡드레우물가의 늙은 수양버들 그리고 그 수양버들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우물, 누구나 자유롭게 쉬여 갈 수 있는 이곳에 있으면 살길을 찾아 먼길 떠나 이곳에 정착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들을 문득 상상해보게 된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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