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란 출신의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 화풍이 너무 좋다.
반 고흐는 조카의 탄생을 축복하여 파스텔톤의 푸른 배경에 하얀 꽃이 활짝 핀 아몬드나무를 그렸다. 그는 왜 아몬드나무를 그렸을가. 아몬드나무는 보기에는 평온하고 화사한 모습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아몬드나무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운다. 그래서 그는 2월에 태여난 조카의 생명을 축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며 자신의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화폭에 담았으리라.
나는 3년 전에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묶은 책 《반 고흐, 령혼의 편지》를 읽으며 <꽃피는 아몬드나무>에 대해 알아갔다.
메마른 가지에 잎이 돋기도 전에 꽃망울을 맺고 터뜨리는 아몬드꽃은 사실 보호작용을 할 수 있는 잎새의 따스함을 받지 못한 채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운다. 꽃을 다 피운 다음에야 잎새는 서서히 돋아 꽃잎을 보호한다.
반 고흐가 그린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은 붓 터치가 너무 생동하여 마치 움직이는 나무처럼 보인다. 꽃잎 하나하나가 바람과 해와 달과 어우러져 노는 듯, 감정의 곡조를 선률처럼 표현해 나의 오감을 자극하였으며 환상적인 세계로 나를 안내해주군 하였다.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고저 했던 유명 화가가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예술을 위해 현실을 무한히 감내하면서 활짝 꽃피웠던 미래의 가능성이 아닐가. 우리들에게 령감과 희망을 주는 특별한 미술 소재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매력으로 우리의 내면을 깨우치고 순수한 령혼과의 만남을 약속하는 듯싶다.
이 그림은 반 고흐(1853ㅡ1890)가 동생 테오의 아들이 태여나자 그린 그림이다. 생 레미에서 살던 시절 고흐가 조카의 탄생 소식을 듣고 축하의 선물로 그렸다 한다. 1890년 고흐의 동생 테오에겐 아들이 생겼고 테오는 형에게 편지를 보냈다.
“우리는 아이가 언제나 형처럼 굳센 의지와 용기를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그래서 아이 이름을 형의 이름과 같게 짓기로 했어.”
건강, 행복, 성공 그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의 이름을 조카가 물려받게 된게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던 그는 동생에게 감동했고 그 후 고흐는 어머니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보냈다.
“그 소식을 듣고 제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마 모르실거예요.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조카의 침실에 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그림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흰색 아몬드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무가지 그림이랍니다.”
동생도 이런 형에게 감동받았다. 그의 편지를 보면 동생 테오는 화방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형에게 이젤과 물감 그리고 생활비를 보태주었고 나중에는 병원 치료비까지 따로 챙겨주었다. 동생은 금전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고흐가 화가의 꿈을 잃지 않도록 응원과 지지를 함께 보내주었다. 그들의 우정과 사랑의 편지는 고흐가 세상을 결별한 후 테오의 안해 요한나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빈 센트 반 고흐의 박물관도 테오의 아들 즉 고흐의 조카인 빈센트 빌렘 반 고흐가 커서 설립하였다.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반 고흐에게 특별한 소재로 각성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했으리라.
1888년과 1890년에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과 생 레미 병원에서 아픔을 잊으려고 꽃이 만발한 아몬드나무를 미학적으로 즐겼을 것이고 꽃나무를 그리면서 기쁨을 찾고 외로움과 좌절을 이겨내고저 했던 건 아니였을가. 그림은 조카에게 주는 선물이자 자신한테 용기를 주는 선물로 되였으리라. 37년 생애 마지막 봄에 조카의 탄생 소식을 접하고 그린 마지막 꽃 그림이니 말이다.
봄이 오면 내 고장 연변에도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그러면 고흐의 아몬드나무가 생각난다. 가는 곳마다 살구나무, 복숭아나무에는 꽃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고흐가 생각난다.
생전에 미술계의 인정을 못받고 대중에게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여 그림 딱 한점밖에 팔지 못했지만 열정적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렸던 고흐의 다른 작품들도 보면 거칠면서도 강렬한 색채로 삶의 불길을 지펴올렸고 작품들이 생명력이 넘쳐나서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그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안온하고 평화스런 그림으로 보였다. 가족과의 화목, 행복을 상징하는 그림이여서 그럴가? 한주일만 보지 않아도 보고 싶어진다. 그림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나무가지들이 쭉쭉 하늘로 뻗은 것이 아니고 나무가지 형태가 꼬불꼬불 웃자랐는데 그런 나무가지는 인생의 길은 평탄하지 않음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다. 한편 꿈 많은 사람들의 청아하고 맑은 령혼과 순백색의 순수한 마음을 하얀꽃으로 소담소담 무리지어 활짝 피게 곱게 그려놓아서 언제 봐도 감개무량하다! 이것이 명화의 특점일가…
그림 왼쪽의 꽃나무 아래쪽 실한 나무가지의 심하게 구불거리는 터치는 또 무엇이였을가! 삶의 곡절을 상징했을가 아니면 꿈과 열망이였을가 아니면 우울한 자신을 펼쳐 하늘 향한 절절한 웨침이였을가. 어쩌면 그 당시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의 터널 속에서 고독하고 불행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의 팔뚝 근육이였으리라.
사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반 고흐는 이를의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병이 심해지는 단계였다. 고흐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 상한 령혼에 가장 희망적이고 밝은 꽃피는 아몬드나무를 그렸다. 그 후 5개월 지나 반 고흐는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누구보다도 강인했지만 너무도 내적 고통이 컸기에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한다. 평생 형을 따르던 테오도 역시 형이 간 6개월 후 형을 따라갔다.
조카는 어떻게 되였을가. “큰 아버지가 준 그림 <꽃피는 아몬드나무>를 평생 애지중지했던 그는 반 고흐 미술관을 세워 큰 아버지의 모든 유작들과 함께 기증했다. 큰 아버지에게서 받은 이름과 선물로 세계인이 찾는 미술관을 만든 조카의 모습을 화가 고흐는 과연 상상이나 했을가.”라고 리은화 미술평론가는 적고 있다.
그림에서 중요한 건 또 배경이 아닐가. 아몬든 꽃이 피여있는 그 푸른 배경이 내 눈앞에 선하다. 그 푸른 하늘 배경이 아몬드나무 못지 않게 사람들에게 미래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그 가지 우에 피여있는 꽃들의 꿈을 응시해주는 푸른 배경 또한 너무 멋지다.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봄의 오아시스다.
가지마다 화사한 꽃들이 활짝 피여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가지만 뚝 꺾어 귀등에 꽂고 일상을 즐기고 싶다.
이 그림을 볼 때에는 마치 내가 그곳, 봄이 온 산언덕에 서있는 듯하다. 그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내 마음을 려행시켜준다. 그림 속에서 내 자신을 찾고 내 안의 잠재된 꿈과 열망을 발견하며 내 삶의 변화에 당황하지 말아야 겠다.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봄바람에 부드럽게 꽃잎을 날리며 춤을 춘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치유의 힘을 분명 갖고 있는 이 그림은 어둠을 밝히고 나에게 희망의 빛을 뿌려준다. 애잔하면서도 력동적인 이 그림을 보면서 내 안의 작은 소망들이 저 꽃들과 같지 않을가고도 생각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나의 소망을 발견하기도 하며 미래를 상상해본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열매 맺고 가을에는 잎이 떨어지며 겨울에는 앙상한 나무로 견뎌내다가 다시 새봄이 오면 꽃나무들도 생명력을 갖추는데 우리 삶도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어려움과 변화가 찾아와도 희망을 품고 용기만 잃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가…
《반 고흐, 령혼의 편지》란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고흐는 평생 동생 테오에게 60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 반 고흐의 불꽃 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을 기록한 《반 고흐, 령혼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반 고흐가 얼마나 치렬하게 고뇌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유지하고저 했는지를 느꼈으며 그만의 철학과 신념이 있었고 미술에 엄청난 노력과 몰두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의 미술작품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자화상>, <감자 먹는 사람들>, <붓꽃>, <아를의 침실>, <밤의 카페 테라스>, <구두> 등을 사진으로나마 컴퓨터에서 찾아보길 좋아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꽃피는 아몬드나무>를 감상하며 나는 나의 삶이 꽃피는 아몬드나무처럼 굳세고 의지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그림 속의 꽃나무는 잠든 시간을 깨우며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하는 건 아닌지. 생활 속에서 유명 화가 반 고흐를 떠올리며 그의 그림을 지속적으로 감상하고 싶다.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이 박힌 머그잔 또는 티셔츠, 스카프, 가방이 어디 없을가? 반 고흐를 기념하는 일상용품이 나의 곁에 있었음 좋겠다.
오늘따라 명화가 새겨진 도자기잔으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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