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에 펼친 추리, 공포 소설에 잔털은 삐죽 곤두서고 식은땀이 마른 자국엔 서늘함까지 느껴진다.
소설은 영화보다 무섭다. 두려움에 사상을 보태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 역시 “진정 무서운 존재는 문뒤에 존재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사학자인 JA 커든은 추리나 공포 소설에 대해 “독자에게 충격을 주거나 독자를 두렵게 만들고 때론 혐오감을 유발하는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한여름 밤에 서늘함을 보태줄 추천도서를 정리해봤다.
첫번째 추천도서의 주인공은 ‘호러의 킹’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이다. 공포작가로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54편의 장편소설과 200편에 달하는 단편을 발표하는 등 다작을 하면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가진 작가로 평가받는다. 2006년 기준으로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부 이상 팔렸다.
스티븐 킹은 브램스토커상, 월드판타지상 평생공로상, 그랜드마스터상 등 쟝르 소설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고 여기에 더해 오렌리상, 2003년 전미도서상 평생 공로상을 받고 2015년엔 미국예술훈장을 수훈하는 등 문학적 성취도 인정 받았다. 탁월한 상상력과 간결한 문장, 평화로운 일상에서 서서히 쌓아올린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전개가 일품이다. 영화화도 활발한 편이라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이 작가를 ‘영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단편에서 시작해 중, 장 편으로 옮겨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단편집 ‘스티븐 킹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와 ‘스티븐 킹 단편집’으로 첫발을 떼길 권한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출세작 《캐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샤이닝》, 《미저리》,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등은 가볍게 읽기 좋다. 작가의 소름끼치는 세계에 익숙해졌다면 한 마을이 거대한 투명 돔으로 덮인 상황에서 출발하는 《언더돔》, 전염병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걸작 《스탠드》, 절대 악과 맞서는 소년과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것》 등 만만찮은 분량을 자랑하는 대표작을 읽을 차례이다.
필생의 력작이라 할 수 있는 판타지 소설 《다크타워》 역시 그답지 않은 이 세계배경에 그다운 호러감각을 잘 조합해 담아내고 있다. 스티븐 킹의 라이벌로 꼽히는 흥행작가 딘 R 쿤츠의 작품도 매우 훌륭하지만 중국에 출간된 작품 수가 많지 않다.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사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호러 판타지 장편소설 《살인예언자》가 중국어로 출간 준비에 있다.
현대 공포물의 원형으로 손꼽히는 19세기 작품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존폴리도리의 《뱀파이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꼭 빼놓지 말아야 하는 공포소설이다.
재미있게도 《프랑켄슈타인》과 《뱀파이어》 탄생에는 영국 랑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역할이 컸는데 그와 친구들이 1816년 스위스 제네바 레만 호수가 별장에 모여서 주고받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발전시키고 다듬어 출간한 것이다.
《뱀파이어》는 바이런의 친구이자 주치의였던 존 윌리엄 폴리도리가 민담 혹은 미신 속 괴물이였던 흡혈귀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재구축한 소설이다. 이후 많은 흡혈귀 소설들이 나왔지만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이다. 치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완성된 이 작품은 흡혈귀 쟝르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흡혈귀는 자신의 관에서 잔다든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든지, 박쥐를 부릴 수 있다든지 하는 ‘흡혈귀 쟝르의 공식’이 집대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메리 셰릴이 18세부터 쓰기 시작해 21세 나이에 출간한 작품으로 최초의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그는 루이지 갈바니 교수가 개구리 해부실험 중 발견하고 주장한 동물전기 현장에서 령감을 얻어 괴물을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보물섬》의 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틴븐슨의 단편소설로 이중인격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 선량한 지킬 박사와 사악한 하이드를 통해 인간내면의 악의 존재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헐크도 이 작품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스티븐 킹은 《죽음의 무도》에서 이 세 작품을 현대 호러 쟝르의 근간으로 평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인간 스스로가 창조한 재앙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선악이 뒤바뀌는 두려움, 드라큘라는 절대 악으로서 후대 작품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진 영국의 교육학자이자 영국예술위원회 회장을 력임한 바 있는 크리스토퍼 프레이링 경은 자기의 저서 《나이트메어: 호러의 탄생》에서 “무대나 스크린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아이콘을 창조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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