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려정 □ 신연희

2023-07-27 08:33:44

무리카미 하루키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사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 책은 길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이 더욱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출간 당시 팬들은 ‘하루키스러운 제목’이라고 말했다. 책을 보기 전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일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이 책, 하지만 하루키는 여전했다. 간결한 문체, 미스터리 소설 같은 서사구조, 소설의 첫 구절부터 강렬했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다자키 쓰쿠루는 왜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을가?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 처음 몇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써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한 청년의 눈에 비친 한정된 세계의 모습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매일 조금씩 변모하여 깊이와 넓이를 더해간다는 것은 제게 굉장히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색채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 남자로 그의 이름 자체도 일본어로 ‘색채가 없음’을 뜻한다.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고중시절 친구가 4명 있다. 그들의 이름에는 빨강, 파랑, 흰색, 검정 등 색채를 나타내는 한자가 들어가 있다. 하루키는 성적이 탁월한 아카에게는 빨강, 럭비부원으로 체격이 건장한 아오에게는 파랑, 피아노를 잘 치는 모델 같은 외모의 시로에게는 흰색, 총명하고 시니컬한 유머가 있는 구로에게는 검정의 이름을 붙여줬다. 유독 다자키에게만 ‘만들다’라는 의미의 ‘쓰쿠루’를 선사했다. 다자키 쓰쿠루의 이름에만 색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다.

소설 속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학교시절에 만난 색채가 선명하고 자극적인 네 남녀에 비한다면,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같이 활기도 없고 밋밋하면서 개성이 없어보였다.”

‘색채 없는’ 다자키는 자기의 이름에만 색채 한자가 없다는 리유로 소외감을 느끼고 친구들에 비해 자기는 너무나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다자키는 수도 없이 ‘만일 내게도 색갈이 있는 이름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가?’라고 생각하며 ‘그랬더라면 모든 것이 완벽했을 텐데.’라고 자문한다.

이 소설은 상당히 섬세했고 다양한 감정들을 정의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서 마주치게 해주는 소설이였다. 어떻게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장치들과 이야기들을 통해서 숨어있는 감정을 끄집어내주는 정도의 서술을 해주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과거의 장막이 걷히는 이야기 구성은 역시 하루키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읽을 때마다 다음의 내용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래만에 단숨에 다 읽은 소설이였다.

책 내용은 대개 이렇다.

10대 후반기를 둘도 없이 가깝게 지내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 4명의 친구로부터 20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절교 선언을 당하며 16년 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6년 후, 그에게 뜻하지 않은 사랑이 찾아온다. 려행사에서 근무하는 두살 년상의 기모토 사라라는 녀인, 그녀에게 자기의 과거를 털어놓고 그녀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한 순례의 려정을 제안한다. 쓰쿠루는 사라의 도움으로 고향 나고야를 찾아 친구들을 만나 ‘절교의 리유’와 친구 시로에게 닥친 비극에 대해 듣고 놀란다. 고향에서 돌아온 쓰쿠루는 친구 구로가 살고 있는 핀란드로 떠난다. 그리고 그를 만나 절교한 진정한 리유를 듣게 된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작품중에서도 특히나 솔직하고 성찰적인 이야기로 “《노르웨이의 숲》 이후에 선보인 최초의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눈길을 사로잡는 흡입력 강한 구성과 한층 깊어진 고독의 감성, 생의 일면을 관통하는 내면의 울림이 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한 사람의 성인의 삶에서 겪은 상실을 돌아보는 려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상실이 곧 나의 삶과 대비된다.

하루키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고독과 갈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욕구를 셈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순례를 꿈꾸고 있는 걸가?

그의 순례는 친구들과의 끊어졌던 관계를 아주 잠간 붙여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쓰쿠루도 결국엔 다시 혼자로 돌아왔을 것이다. 인간관계란 결국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과정에서 자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의 과거는 그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는 어떻게 그의 고독과 싸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다자키 쓰쿠루는 결국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각을 되찾고 싶어서 순례의 길을 떠난게 아닐가? 그는 순례길에서 녀자친구인 사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때 버림받을가 두려워하는 그에게 옛 친구 구로는 말한다.

  “역을 만드는 것과 같아. 만약 그게 엄청나게 큰 의미와 목적을 가진다면 조그마한 잘못으로 쓸모없는 것이 되거나 몽땅 허공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거야. 설령 완전하지 않더라도 역은 우선 만들지 않으면 안돼.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를 정차하지 못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하는 것도 할 수 없어. 만약 역에 결함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지. 우선 역을 만들어. 그녀를 위한 특별한 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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