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부둥키고 

톡톡, 툭툭 

그리고  

후둑후둑 뛰느라 

얼마나 수고스러웠는지 

내 가슴이 알고 있다 

세월과 손을 잡고

뛰여온 70여성상

높고 낮은 고개길에

힘들어도 휘청거리지 않고

뜨거운 숨결로 찍은 발자취

즐거움은 얼굴에 보내주고

괴로움은 속에 감추어두고

쉼 없는 풍운조화에도

멈추지 않은 붉은 약동이

내 푸른 신념을 지켜주었다

태양의 빛발로 끓는 정열

고해 속에 식지 않았느니

희로애락 들락거리는

내 인생의 뜰안에

부끄럼 없는 견증이 되여

눈물겨웁게 고맙다

이젠, 늙은 심장에 뛰는

황혼의 점잖은 맥박이여

마무리 못한 일이 있어

젊게 뛰지 못하더라도

절대 멈추지 말어라

내 인생의 종점역에

느낌표 하나 남기고

영영 쉬라고 할 때까지…

석양, 그 빨간 아름다움

석양은 서산마루에 앉아

지나온 세월을 정리하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한결 더 어여쁜데

시간을 따라온 황혼이

아름다운 석양의 얼굴을

만지려 슬밋슬밋 다가온다

－아직 이러면 안되지

점잖은 저녁 바람이 막아선다

－무엇이 급해서 서두르는 거냐

석양의 저 빨간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지켜주자

련련산발의 푸른 나무들이

찬성표를 흔들며 설레인다

서천에서는 붉은 비단필을 펼쳐

빨간 석양을 모셔들이고 있다

석양의 빛이 하도 황홀해

황혼은 부끄러움을

허공에 감싸안고

부옇게 피해간다

석양, 그 빨간 아름다움은 지금

따뜻한 숨결로 한참 눈부시다.

달력과 나 그리고…

방안을 서성거릴 때마다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본다

보지 않으려 해도 보이는

세월의 흐름이 보인다

왜 이다지도 빨리 흐를가

콤플렉스가 머리에 출렁

죄 없는 달력을 흘겨본다

자꾸 이러면 안되지

하는 곤혹을 바장이다

맑은 그날 아침에

잠을 깬 내 령혼이

달력을 쳐다보고

내 머리를 탁 쳤다

깨달음이 뛰쳐나와

달력에 해빛을 덧칠하니

세월의 흐름이 찬란해졌다

콤플렉스가 찬란 속에 사라지고

달력과 나는 좋은 친구가 되였다.

반주술

아침저녁으로 반주술을 마신다

쨍한 향기에 습관된 기분이 좋다

초요혜택의 반주술에

따뜻한 감각 즐거웠는데

청명절날 아침 반주술이

저도 몰래 주눅이 들었다

평생 반주술이 무언지 모르고

흙에 절은 삶을 맹물에 마시며

가난을 힘들게 삼키던 울 아버지

반주술은 관두고 설날에나마

술에 한번 취하고 싶었던 소원

그렇게 허구픈 소원마저 못 풀고

구세동 언덕 흙 속에 누워계시는

불쌍한 울 아버지 생각이

너무나 슬피 울렁거리여서인가

반주술이 목구멍에

멈추어 넘어가지 않는다

멍한 술잔 속에

아픈 눈물방울이

가만히 울고 있었다.

물과 곬

물은 곬이 없으면

흐를 수 있어도 가지 못한다

모든 강물이

강물인 리유는

곬이 있기 때문이다

곧은 곬이든

굽은 곬이든 상관없이

곬을 따라 흐르는 물이

강이 되여 흐르면

바다로 갈 수 있다

물은 곬이 있어 즐거웁고

곬은 물을 만나 행복하다

자연의 매파가 맺어준

물과 곬의 결합은

천생연분이 아닌가.

꽃과 사람

“꽃처럼 예쁜 사람”이라는 말은 있어도

“사람처럼 예쁜 꽃”이라는 말은 없다

사람은 꽃을 즐기지만

꽃이 사람을 즐기는지

꽃에게 물어보니

꽃은 아무런 대답도 없다

어째서 대답이 없을가

사람은 꽃 앞에서

무언가 깨달아야 한다.

시간과 시계

시간과 시계가

사이 좋은 줄로 알았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이 없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더라

시계가 앓아 누웠는데도

시간은 개의치 않고

세월을 바싹 따라가고 있더라

시간은 시계를 완전히 무시한다

시계는 자기를 무시한 시간이

사기군이라고 원망한다

원망한들 어찌하랴

시간은 세월과 한동아리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