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외 1수) □ 박계옥

2023-08-18 08:45:04

밤이 내려와 나를 삼키려 할 때

나는 기꺼이 눈을 감았다

통째로 먹히움을 감수하며

오, 그렇게 나는 가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큰 대자로 침대에 누우면

만사 대길인 걸,

가슴에 손 얹고 갈 데까지 갔다


나를 지지 누르던 짐짝들이

그곳에 소리없이 내리던

그 순간, 눈이 떠지고

팔다리가 쭉쭉 기지개를 켠다


기적이다!

밤새 자아올린 풀무소리에 놀라

밤은,

한 무더기 쓰레기를 끌어안고

밝아오는 동창 뒤로

슬그머니 뺑소니 친다

해님이 귀가에 대고 소곤거린다


잘 기억해 둬!

잠은 버리는 법을 가르치는

마왕이야.


참나무 잎

아빠의 손끝에서

재롱떨며

곤두서는 아가인 듯

뾰족뾰족 돋아난 참나무잎들


잘 자랐다고

철 지나기 전에

딸내미 좋아하는 가랍떡 만들라며

하느작거리는 연초록 잎들


쭉쭉 뻗은 가지에 매달려

숨박꼭질 하다가도

가로세로 줄지어 건강체조하는

볼수록 사랑스러운 모습


열자식 하나 빠짐없이 달려나와

품에 안길 때면

이쁘지 않은 자식 어디 있으랴

뜨겁게 뜨겁게 솟구치는 뿌듯함

추우나 더우나

하늘 우러러 푸르름 향한 도전

뿌리는

천길 암장을 뚫고 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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