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 허경수

2023-08-18 08:45:04

“드르릉… 카… 푸…”

리미옥의 남편은  잠을 잘 때마다  우뢰를 불러오군 했다. 그 요란한 코골이 소리에 창문이 드릉드릉 울리고 침대 밑에서 달콤히 잠을 자던 발바리가 깜짝 놀라서 “깨갱… 깽…”괴성을  지르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피난을 가느라고 야단 법석이였다. 인물이 좋고 마음씨 착한 남편은 어디에 내놓아도 짝지지 않을 남성인데 유일한 흠은 밤에 잘 때마다 코를 너무 심하게 고는 것이였다. 그 코골이 소리는 너무 높은 고음이여서 봄우뢰가 왔다가 울고 갈 지경이였다. 어느 여름날 도적놈이 왔다가 그 요란한 ‘우뢰’에  깜짝 놀라서 선불 맞은 노루마냥 화닥닥 도망친 일도 있었다.

리미옥은 여름이면 거실의 쏘파에 ‘림시 호구’를 붙히고 침실의 문을 꼭 닫아 천지를 울리는 ‘소음’을 차단시켰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여 거실에서 자는 것이 으슬으슬 추워나자 남편의 따사로운 품이 사뭇 그리워났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제일선에 진입하였다. 그런데 남편의 고질이 여전히 그녀의 고막을 흔들며 뼈속까지 아삭바삭 긁어내는 바람에 좀체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귀구멍에 솜뭉치를 밀어넣고 요행 잠 들군하였다.

그러나 그 조치도 이젠 지겨워 그녀는 남편을 모시고 크고  작은 병원에 다니며 약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효험도 없었다. 코골이를 없애는 데 좋다는 약을 열두트럭이나 복용하였고 온몸에 뭇별이 총총 돋듯이 침을 맞았건만 고질은 천년만년 묵은 바위였다. 속담에 헌 독이 성한 독을 친다더니 남편의 고질에 리미옥은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았다.

‘이러다가 정말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가.’

리미옥은  불길한 생각이 들며 화들짝 놀랐다. 고민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리미옥은 어느 하루 용기를 내여 남편에게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인젠 별 방법이 없슴다, 우리 리혼합시다.”

“엉?!…”

이 무슨 날벼락이냐 하는 듯 남편의 두 눈은 얼음강판에 넘어진 황소의 눈알마냥 휘둥그래졌다.

“전 잠이 오지 않아 죽을 지경임다. 이러다가 제가 미쳐버리면 그땐 리혼도 못할 겜다.”

이미 비장한  결심을 내린 그녀였다. 그녀의 고운 눈에서 눈물이 비오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잇달아 남편의 얼굴빛도 솥밑굽이 되고 말았다.

“후유… 이게  무슨 말이요? 아들딸이  모두 건강하고 공부를 잘하고 있으니 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하다 못 해 나를 질투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내 좀 더 약을 써 보면 아이 되겠소?”

눈물이 핑 돌며 말하는 남편의 어조는 매우 간절하였다. 결혼하여 처음으로 보는 남편의 애처로운 얼굴 표정이였다. 찰나, 리미옥의 가슴은 쓰르르해졌다. 상처에 소금벼락을 맞은 듯 쓰리고 아파났다.

“그럼, 또 약을 써봅시다.”

리미옥은 남편과 타협하고 말았다. 그런데 약을 일년 동안 복용하였건만 남편의 고질은 변함이 없었다. 실로 괴암절벽이였다. 리미옥은 이제는 ‘전쟁’을 선포하기 머쓱하여 슬며시 홀로 살고 있는 친구네 집에 가서 ‘혁명의 근거지’를 건립하려 하였다.

“저네 일이 정말 코 막고 답답하오, 그 좋은 남편을 두고 이게 뭐요? 작년에 사망된 우리 남편도 코를 쌔기 골았댔소.”

친구는 얼굴에 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글쎄, 그럼 내 문제인가…”

리미옥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여기로 놀러 오는 건 좋은데 남편과 맞지 않아 오는 건 반갑지 않소.”

친구의 관점은 매우 선명하였다. 리미옥은 앞머리카락이 휘익 날리도록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집으로 맥없이 돌아갔다. 그녀는 남편과 ‘정전 담판’을 하려고 생각을 굴리였다. 매우 괴로워하는 안해의  얼굴을 보는 남편의 가슴은 알짝지근해졌다. ‘내가 너무 자사자리한 것이 아닌가, 그래 이것이 사랑이란  말인가…’

“당신의 요구 대로 하기오.”

겨우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침울하고 떨렸다.

“예? 예.”

리미옥은 애수에 찬 눈길로 미모의 남편을 이윽토록 응시하였다. 그들은 눈물을 폭우마냥 쏟으며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결국 “안녕히”를 불렀다.

리미옥은 홀가분한 심정으로  민정국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도중에 동창생 고혜자를 만났다. 리미옥의 리혼한 원인을 듣고난 고혜자는 닭알을 물었을 때처럼 입을 딱 벌리고 리미옥을 응시하다가 잠간 지나서야 구슬픈 어조로  말했다.

“우리  남편도 잘 때 코를 무세이(매우) 골았는데 몇달 전에 사망했소, 지금은 그 ‘자장가’를 못 들으니 나는 너무 잠이 안 와서 병원에 다니오.”

“엉?!…”

리미옥은 별나라에서 온 사람을 보듯이 입을 함지박 만큼 짝 벌리고 고혜자를 이윽토록 응시하였다.

몇달이 지난 후.

리미옥은 어느 날 거리에서 눈에 익은 두 사람의 뒤모습을 보게 되였다. 찬찬히 보니 전남편과 동창생 고혜자가 손에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살풍경’이였다.

“아! 흐흐흐.”

불현듯, 리미옥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히스테리로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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