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련가 (외 8수) □ 리명자

2023-09-01 08:58:51

토양에 보습 박아 옥답으로 변해가면

파란 꿈 키워가며 모든 걸 내주었지

말없이 고독을 참는 엄마 모습 정답다.



우 수


스치는 바람결에 따스함 묻어있고

잠자던 강물들은 길 떠날 차비해도

땅속에 씨앗은 아직 꿈에 취해있더라.



경 칩


개구리 동면에서 세상 구경 나서더니

양지쪽 웅덩이에 번식에 한창인데

물오른 버들개지는 신이 나서 춤추네.



오솔길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간 길이라서

사연을 안은 채로 오불꼬불 뻗었구나

오늘은 풀벌레 친구하며 새벽이슬 밟는다.



까치집


키 높은 나무 우에 둥지 하나 보이는데

주인은 어디가고 혼자서 떨고 있나

지난밤 내린 흰 눈이 빈집 차지했구나.



안 개


흐르는 망사되여 산허리 휘감더니

하늘의 궁전에서 선녀가 내리려네

자연이 주는 재주에 붓 든 손이 바빠라.



라 목


하나 둘 눈을 감고 손 놓아보냈더니

마르고 주린 얼굴 가슴이 애닲다만

종달새 우는 새봄엔 다시 한번 푸르리.



릉소화


여름날 그리움에 솟아난 미인인가

불볕에 발가우리 두 볼을 그을려도

님 향한 애끓는 마음 종소리로 울리오.



낮 달


할일이 남았더냐 가는 길 잃었느냐

창백한 얼굴에다 빛조차 잃어가니

하늘도 이따금씩은 건망증이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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