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련가 (외 8수) □ 리명자
토양에 보습 박아 옥답으로 변해가면
파란 꿈 키워가며 모든 걸 내주었지
말없이 고독을 참는 엄마 모습 정답다.
우 수
스치는 바람결에 따스함 묻어있고
잠자던 강물들은 길 떠날 차비해도
땅속에 씨앗은 아직 꿈에 취해있더라.
경 칩
개구리 동면에서 세상 구경 나서더니
양지쪽 웅덩이에 번식에 한창인데
물오른 버들개지는 신이 나서 춤추네.
오솔길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간 길이라서
사연을 안은 채로 오불꼬불 뻗었구나
오늘은 풀벌레 친구하며 새벽이슬 밟는다.
까치집
키 높은 나무 우에 둥지 하나 보이는데
주인은 어디가고 혼자서 떨고 있나
지난밤 내린 흰 눈이 빈집 차지했구나.
안 개
흐르는 망사되여 산허리 휘감더니
하늘의 궁전에서 선녀가 내리려네
자연이 주는 재주에 붓 든 손이 바빠라.
라 목
하나 둘 눈을 감고 손 놓아보냈더니
마르고 주린 얼굴 가슴이 애닲다만
종달새 우는 새봄엔 다시 한번 푸르리.
릉소화
여름날 그리움에 솟아난 미인인가
불볕에 발가우리 두 볼을 그을려도
님 향한 애끓는 마음 종소리로 울리오.
낮 달
할일이 남았더냐 가는 길 잃었느냐
창백한 얼굴에다 빛조차 잃어가니
하늘도 이따금씩은 건망증이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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