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대류행하던 2021년의 어느 날, 손님이 없는 시간에 핸드폰을 든 연이는 동네 아빠트 위챗그룹에 올라온 공지를 확인하였다.
“3월 2일, 연길시에 새로운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으니 주민들은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확진자의 일주일 이내 행적을 올리니 동선이 겹치는 주민들은 사회구역사무실에 신고하기 바랍니다.”
‘가뜩이나 가게에 파리가 날리는데 확진자가 나오다니 문 닫게 생겼구나! 그런데 어딜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거야? 집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확진자 한명 때문에 숱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연이는 보지도 못한 확진자를 욕하며 그의 행적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가 매일 타고 출퇴근하는 21선 뻐스를 그 확진자도 탄 것이 아니겠는가!
‘이걸 어쩌지? 신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고하면 우리 집을 봉인할 건데… 나와 남편은 출근도 못하게 되고 고중 3학년인 수정이도 당장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데 학교를 못 가게 되겠는데 어쩐다? 그 사람과 접촉한 것도 아닌데 그냥 모르는 척하자!’
여기까지 생각한 연이는 행적을 숨기기로 하였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남편과 딸이 먼저 와있었다.
“당신 벌써 퇴근했어요? 수정이 넌 왜 벌써 왔어? 저녁 자습은 안가?”
“확진자가 5명으로 늘었다오. 래일부터 휴식이라고 모두 일찍 퇴근시켰소.”
“우리 학교 학생중에도 확진자가 나와서 학생들을 몽땅 집으로 돌려보냈어. 자습이 문제야? 학교도 못 가게 됐는데. 개학하자마자 이게 뭐야!”
딸 수정이가 속상해서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개체업을 하는 연이만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 신고했소?”
“뭘요?”
“첫번째 확진자가 당신이 매일 타는 21선 뻐스를 타고 다녔더구만. 동선이 겹치니 신고해야지.”
연이가 말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안했어요? 엄마 미쳤어요? 이런걸 어떻게 속여요? 당장 신고해야지!”
딸 수정이도 연이의 등을 떠밀었다.
“아니, 접촉한 것도 아닌데 신고할 필요 있나?…”
그러자 로당원인 남편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예비당원이라는 사람이 남보다 앞장서서 신고해야지 그런 걸 숨기면 되나! 사상이 틀려먹었어!”
가족을 위해서 숨기려 했는데 오히려 질책을 당하니 억울하였다.
“아니 왜 사상까지 들먹여요? 난 내가 신고하면 우리 가족에게도 피해가 올가 봐 그러지. 집 문을 봉인하니까!”
“엄마, 신고해야 돼요. 난 괜찮아요. 어차피 학교도 못 가는데 며칠 격리하면 큰일 나겠어요? 빨리 신고하세요.”
가족들이 등을 떠밀자 연이는 마지못해 신고하러 사회구역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자진신고를 하러 찾아와 줄을 섰기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일반 군중들도 자진신고를 하는데 예비당원인 내가 사상각오가 높지 못했구나.’
연이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연이는 중등전문학교를 다닐 때 입당신청서를 썼지만 졸업할 때까지 입당하지 못하였다. 그때 친구들은 사업단위에 출근하면서 입당하여 이젠 20여년 로당원이 되였지만 연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만에 싸이판으로 로무수출을 가서 돈을 벌다나니 입당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벌어온 돈으로 커피숍을 차려 한때는 수입이 짭짤하여 사업단위에 출근하는 친구들이 그녀를 부러워하였다. 그러다가 커피문화협회에 가입하고 나서 그 협회에 당지부가 있음을 알게 되였고 그 후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마흔이 넘은 나이에 입당신청서를 제출하여 드디여 예비당원으로 되였다.
이제 곧 당창건 100돐에는 영광스럽게 정식당원으로 될 것이였다.
“저 신고하러 왔어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요. 매일 21선 뻐스를 타고 출퇴근해요.”
“아, 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동선을 확인할게요.”
사무일군이 확진자 동선과 연이의 동선을 확인하더니 말하였다.
“손님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네? 같은 21선 뻐스를 탔는데요?”
연이가 놀라며 물었다.
“같은 21선이긴 하나 방향이 서로 다릅니다. 손님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출근하였고, 확진자는 남쪽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니 동선이 겹치지 않습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연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사회구역사무실을 나왔다.
‘괜히 걱정했네!’
귀가하면서 핸드폰 위챗그룹을 확인하였다. 마침 커피문화협회 위챗그룹에 공지가 올라와있었다.
“중요통지: 금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여 봉쇄구역이 많아지고 전민 핵산검사를 해야 하므로 봉사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지원자를 모집하니 적극 지원 바랍니다.”
‘그래! 동선 신고는 꼴등으로 하였지만 지원자 신고는 일등으로 해야지!’
이렇게 마음먹은 연이는 대화창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예비당원 김연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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