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도생 맞나요?”
“맞습니다.”
리력서에 붙은 20대 미남 사진과 185센치메터에 90키로는 될 듯한 40대 얼굴의 남자는 도저히 매칭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사진기술이 선직적이라 해도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만약에 실물사진을 리력서에 붙였으면 면접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입사신청을 지원한 리유를 설명하세요.”
“실은 이미 영업부서 담당으로 새 직장을 찾았어요. 다음주에 출근할 예정입니다. 귀사는 시내중심에 제일 유명한 빌딩에 있는지라 흥미를 가지고 오늘 면접에 참석했어요. 어느쪽이 저한테 더 적합한지 보려구요.”
“알겠습니다. 목요일까지 답장을 드릴게요.”
활발한 성격에 조리 있게 말하는 남자는 영업직에 부합되여보였다. 2년 동안 이미 다섯번째로 회사를 옮긴 남자는 아직까지 자기한테 알맞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한달에 그만둔 회사도 있었고 반년쯤 일하다가 사직한 곳도 있었다. 항상 밖에 더 좋은 곳이 있나 바라보느라고 한곳에 진득하니 붙어서 착실하게 일할 성격이 아니였다.
대학 졸업 후, 부모가 원하는 공무원 시험을 일년 동안 봤지만 실패하고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남자가 면접을 보러 왔다. 동문서답인 남자와 도저히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물으면 열마디로 길게 답장을 하는 그를 보니 말로 일을 할 것 같아보였다. 본지방 사람이라 꽤나 잘 나가는 부모를 둔 남자는 행복에 겨워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다.
대학을 졸업한 지 반년째 백수로 지낸 녀자는 한술에 배부르려는 심정으로 여태껏 일자리를 찾았다. 일본어 학과인데도 불구하고 제앞에 말도 잘 못하는 수준에 수수한 회사라도 일단 입사해서 경력을 쌓아야 할 상황인데 처음부터 유명한 회사에 입사하려는 욕심으로 반년째 집에서 놀고 있었다.
거짓말을 휘둘러 대는 남자가 왔었다. 리력서에 빈 공간이 너무 많아 그 리유를 물으니 앞뒤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집인터리어를 하는 데 일년이 걸렸다 했지만 나중에는 모 무역회사에서 일했는데 리력서에 자지구레하게 쓰면 안좋다고 들은지라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밥벌이 하면 되니 입사만 시켜달라고 애원했지만 진심으로 보이지 않았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하야말쑥한 녀자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다소곳이 앉았다. 3년간 인사과부문에서 사무직을 진행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월급 계산부터 시작해 개인소득세 납부, 교통비 지급에 사회보험까지 경험이 풍부했다. 그녀의 경력은 우리 회사 사무직에 알맞는 타입이였다.
“결혼은 했나요?”
“남자친구가 심수에 있는데 3년 후 쯤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먼거리 련애중이구요.”
27세 미혼이라 입사하고 금방 결혼하게 되면 회사 립장에는 고민을 할 만한 사연이였다. 며칠 전 녀자 사무직 한명이 결혼한다는 명의로 사직서를 냈고 그래서 회사에서는 급히 면접을 했다. 11월말의 인재시장은 썰렁하고 참담했다. 사직한 직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지 3년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살림을 마련했다. 출퇴근에 4시간씩 걸리는지라 더 이상 어렵다고 사직서를 내밀었다. 백지장부터 시작해 3년 동안 일을 할 만하게 배양한 시간이 허무했다.
“그간 경력을 일본어로 설명해보세요.”
“제가 일본어를 잘 못해서요…”
조곤조곤 잘도 얘기하던 그녀는 삽시에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업무는 그나마 잘할 수 있지만 일본독자기업에서 일본어로 전화를 걸고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가 걱정이 들었다.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꺽꺽거리는 그녀의 속눈섭은 가늘게 떨렸다.
그 다음엔 날씬한 몸매에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가 들어왔다. 일본인도 입학하기 힘들다는 유명한 대학을 졸업했고 일본어는 거의 모어 수준이였다. 사고방식도 탁월했고 면접 점수를 매기면 백점에 가까웠다.
“전 회사를 사직한 리유를 설명하세요.”
“총무부 사무직으로 입사했는데 불시에 영업부로 발령이 되여 사직했어요. 매주에 서너번씩 접대가 생기고 술을 마셔야 하는데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아서요.”
꽤 좋은 대우를 접고 일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직한 그녀였다. 사무직에 희망급여는 시장가격을 훨씬 넘었다. 예쁜 외모에 유명한 대학 졸업이라 모어에 가까운 일본어 수준인 그녀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기나긴 면접이 끝났고 면접관은 점수를 매겼다. 일본어 모어 수준인 그녀가 1등으로, 인사과 경력이 풍부한 그녀가 2등으로 뽑혔다. 일본어 모어 수준인 그녀한테 전화로 통지하니 월급이 낮다고 거절했다. 전 회사에서는 영업직으로 쓰려고 좋은 대우를 줬지만 그녀는 사무직이면서 영업직과 똑같은 월급을 원하고 있었다.
결국 인사과부문에서 경력이 풍부한 그녀한테 입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어 수준은 힘들겠지만 입사 후, 실무경험에 맞춰 배워주기로 했다. 운이 좋은 그녀가 기뻐할 장면을 상상하며 전화를 걸었다.
“면접이 통과되였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입사 여부에 관해 래일까지 답장 부탁 드립니다.”
“련락 주셔서 고마워요. 입사할 수 없게 되여서 죄송합니다. 귀사 직원들의 일본어 수준이 너무 높아 도저히 자신이 없어요. 귀사에 너무나 입사하고 싶지만 자존심이 엄청 깎일 것 같아서 포기하기로 결정했어요.”
나는 허무한 마음으로 전화를 놓았다. 이제야 그녀가 왜 일자리를 줄곧 찾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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