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늘
일기책을 펼치며
어제와 다시 만남의 창을 연다
한장 두장
책장을 펼칠 때마다
까마득히 멀어져간
지난 삶의 토막들이
어제를 숨쉬며 조용히 다가와
눈앞에서 쭉 쭉 기지개 켠다
세월과 함께
고이 흘러온 일기
쓸 때에는 몰랐는데
오늘에 와 보니
어제를 수놓은 감회 깊은 표본
생의 길에 뿌려놓은 진주라 할가
상상도 없이
허구도 없이
진실한 감정이 깃을 편 일기
비록 모양 색갈 향기가 낡긴 했지만
페지마다 새겨진 사랑스런 사연들
밝은 얼굴로 돌아와
즐거운 노래로 울리나니
그것은 정녕
생활에 뿌리박은 신성한 삶의 열매
황금의 정서
정신적 재부였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안겨오는 일기
내 삶의 숨결이 굽이쳐 흐르는
손을 잡고 함께 걷는 평생의 친구
영원한 추억 속에
지워버릴 수 없는 값진 존재
가는 길에 내가 쓰러져도
일기여, 나의 삶이여!
너만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리!
뿌 리
땅속에 삽니다
평생을
캄캄한 땅속에서
설음 없는 생을 적어 보내며
묵묵히
빛을 만듭니다.
깨끗하고 소박한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
바라는 것은
푸름을 공간에 떠올리는 것
바치는 것은
피와 땀입니다
사랑의 단즙으로 물이 든 몸
주고도 주고도 더 주고 싶어
짙은 어둠을 더듬으며
자꾸만 땅속 깊이 파고드는
당신의 푸른 넋
하늘에서 웃거니
빛을 걸어 잠근 땅속에서
빛으로 살고 있는 당신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마음으로 환히 보나니
아름다움은
찬란에만 있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고 목
싱싱하던 푸름이 빛을 잃어도
꿋꿋한 뼈 하늘을 이고 섰다
파란곡절 많은 생애 년륜으로 감으며
변함없는 생의 신념 다져진 몸
하늘땅 사이에 부끄럼 없다
젊은 날의 기억이 늘 푸르러
보람으로 생명을 늘이고 싶어
가슴속에 강하가 울부짖거니
세월의 년대 우에 새 년륜을 새기는
오, 고목이여
생명의 더운 숨결 뿜으며
삶의 길에 높이 세운 리정표
그 머리 우에 노을이 불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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