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노래 (외 3수) □ 반영희

2023-09-08 08:48:14

산과 들 푸른 옷 갈아입고

파아랗게 불붙던

푸름의 이야기 한 시절을

밝음과 사랑으로

끝없이 속삭인다


불길 흐르는 숨결

희망의 푸른 기폭 날리며

푸른 열매 빚어놓고

빨갛게 바래우는

순정의 향기


아름답고 신비한

생명 음악의 박자에 맞춰

사랑노래 부르며 행복하구나.


비 오는 날    


비물인지 눈물인지

기쁨인지 슬픔인지

줄지어 흘러내린다


비 오는 날은

온갖 생각들이 모두 살아

강으로 바다로 줄달음친다


하늘의 뜨거운 사랑을

한껏 받으며

땅속에 슴배여도

젖으로 솟는 마음


섬섬옥수에 파란 물 찍어

뿌려줄 때면

감격에 젖어

새 삶이 깃을 치는 소리


실실이 푸르른 오리오리에

속삭이는구나 소곤소곤

두드리는구나 후둑후둑


오, 버리지 못한 희망이 있어

하늘에는 무지개가 솟는가.


첫 여름    


맑고 경쾌한 선률에

초목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해빛과 대지가 부둥켜안고

사랑에 빠진 열광의 시절


땀방울이 감로수 되여

줄기에 젖 주는 마음


천년의 파랑새 꿈을

읊조리는 랑만의 여름


연초록 강산의 노래가

내 마음에 꿈이 되여 흘러든다.


비 속의 사랑    


투명한 옷섶을 여며쥐고

멀리 돌아선 뒤모습에

희망에 부풀었던 옛이야기를

주절주절 들려준다


오리오리 은구슬 드리우고

메말랐던 그리움에

실실이 단비를 뿌려주고


황혼역에 감도는

아리숭한 안개로

만년의 화애동락의

물꽃을 피여주는

참사랑의 눈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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