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외 3수) □ 리정희

2023-09-15 08:40:23

상강을 조롱하며 단풍잎

숲속의 둥지 불사른다

빛나는 꽃단풍 누가 준 훈장인가


봄과 여름 그 흔적 지우려고

눈시울 붉혀간다

물든 이파리마다 다가올 눈발을 위하여

가을산은 벗는다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랴만

벗고 훌훌 떠난다.



수 탉


붉은 볏 왕관 세우고 홰를 치며 목청 돋구어

새벽을 여는 너는 어느 먼먼 조상의 후예란 말인가


언제부터 이 땅에 새벽별 등에 업고

말 달리던 광야의 초인처럼 동창을 밝히면


황금빛으로 물든 오곡백과가 넘실넘실 춤을 춘다

두 날개 퍼득이면 해란강이 어깨 들썩이고

두 발 내디디면 모아산이 움찔움찔


어느 집에선 갓 태여난 아기 울음소리 천리를 간다

수천년 탄생시킨 알의 신비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너는 불사조 본색 타고 태여난  천군만마의 우두머리.



이 슬


새벽녘 바람 밟으며 울바자 터밭에 몸을 풀었다

상추 깨잎 고추포기마다

이슬 이불로 촉촉히 누비고

부드러운 손길 지나간 자리마다

맑은 눈물방울 맺혔다

이 아침 옷고름 적시며 조용히  발자국 남기고 떠나간 이슬.



련꽃과 달 청개구리


흰 너울 휘감고 발그레 웃음 지으며

초록색 우산 펼쳐 등불 밝혔다

방석 같은 련잎 우로 뛰여오른 청개구리 한마리

늪에 빠진 둥근달 잡으려고 뛰여들자

물살 끌어당기는 어둠이 출렁출렁

달이

머리칼 쓸어올리며 물가로 나올 때쯤

  두리번거려도 청개구리는 보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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