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안다 (외 4수) □ 박정화

2023-09-22 09:01:29

계절은 안다

와야 할 때와 떠나갈 때를


오고 싶어도

절대 서두르는 법을 모르고

가기 싫어도

전혀 투정 부리지도 않는다


산등성이쯤에 우뚝 올라서도

즐거운 내색을 하지 않고

산골짜기에 아무렇게나 구겨져도

짜증을 부리지 않는다


사람들 사는 꼴이 우스워도

비아냥거리지 않고

누군가가 그리워도

매달리며 칭얼거리지 않는다


억지로 손목 잡혀 올 줄도 모르고

등 떠밀려 떠나가는 법도 없다


때를 맞춰 오고 가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울가 마는

계절은

올 때를 알듯이

갈 때를 안다.


◆ 선인장

끼끗한 선인장은

빨간 꽃을 도고하게 피워올린다


선물 같은 꽃이 하도 탐스러워

가까이 다가가 어루만지면

사정없이 찔러준다


그렇게 찔리고 나면

꽃을 아끼는 마음이 생겨나

아픈 상처가 후련하다.


◆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범함인가

특별함인가


누구나 화끈함을 꿈꾸지만

누구나 화끈하게 살지는 못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간절함인가

랭정함인가


누구나 멋진 삶을 꿈꾸지만

누구나 멋진 삶을 살지는 못한다.


◆ 락엽

내려놓으니

이토록 가벼운 것을

세상이 이다지 사랑스러울 줄이야


돌이켜보니

그토록 부질없는 것을

옴니암니 옹졸함과 치졸함을

섞어대던 나날들


올라서 보니

눈앞이 탄탄대로인 것을

여유를 가지고 지혜롭게 걸어가야 할 저 길.


◆ 단풍찬가

저 대지에 가을이 그림을 그렸구나

거대한 저 그림은

수채화일가 수묵화일가 유화일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연이

불쑥 내민 이 선물 이 황홀함


저렇게 불타올라야 하리

저렇게 차분히 스며들어야 하리


가을이 안겨준 선물을 받고

살아있는 의미를 곱씹어본다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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