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리선생님 댁이시죠?”
“네 맞는데요, 어디시죠? ”
“네. 리선생님 단위인데요. 리선생님께서 세상을 떴다고 들었어요.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사망통보도 해야 하고 돌아가신 리선생님의 무휼금도 신청해야 하는데요…”
“엥? 무슨 소리죠? 우리 어머님 살아계십니다. 병원에 입원하시긴 했지만 지금 살아계십니다…”
“네?… 이거 참… 실수를 했습니다만 저도 단위 인사과에서 련락해달라는 부탁만 받고…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뚜… 뚜…”
전화가 끊겼다.
“김과장, 이게 무슨 짓이요? 리선생님이 언제 돌아가셨다고? 살아계신다는구만! 내가 김과장 때문에 큰 망신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웬… 아참, 아무리 그래도…”
“네? 그럴 수가? 아니 난 내 귀로 직접 들었는데. 우리 어머니와 친구 사이라… 지난 일요일에 집에 들렸다가 들었는데요? 조의금도 냈고… 세상에 별일이…”
“하여튼… 내가 못살아…”
“쾅!”
요란스레 문이 닫기면서 손선생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김과장은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선 채로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 들었을 리는 없고… 그럼 어머님이…”
“여보세요! 엄마, 전화를 왜 그렇게도 안 받아요? 지금 보청기 꼈어요? 빨리 껴봐요…”
“여보세요! 뭐라고? 뭐라 하는지 하나도 안 듣긴다. 잠간만요…”
“누구세요?”
“엄마, 나 당신 아들이예요! 엄마때문에 내가 못살아… 리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지요? 아직 살아계신다는데…”
“엥?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분명히 돌아갔다는데… 명자가 전화까지 왔는데…”
“엄마 친구도 귀가 잘 안 들리는 거죠? 참…”
“아닌데. 이런 일은 전달이 틀릴 일이 없는데… 네가 잘못 안 거 아니구?”
“아참, 리선생 아들한테 직접 확인했다니까요! 엄마가 잘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면 엄마 친구가 잘못 전달하거나 했을 거예요.”
“그럼 살아있는 게 분명하구나. 하참! 귀머거리 제 좋은 소리들만 했나,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끊자.”
‘며칠 전 명자한테서 분명히 전화로 전해들었는데…’
“얘? 너 귀도 참! 옥경이가 돌아갔대…”
“여보세요? 뭐라고? 다시 말해봐. 아… 어머 그렇게 빨리? 전에 병문안 갔을 때도 괜찮더니만…”
“오늘 아침 명자가 전화 왔어. 옥경이 사촌시누이한테서 들었대… 어제 돌아갔대. 그리고 래일 나간다나? 아무튼 그래.”
“그래? 그럼 어쩌면 좋아?”
“명자가 말하기를 전에 병문안도 다녀왔고 우리도 거의 팔순이 다돼가는 로인들이니 거기 가 괜히 페만 끼치지 말고 가지 말자고 그러네…”
“하긴 그 말도 맞네. 전번 병문안 때 부조돈도 다 줬으니… 그럼 그렇게 하자. 참 안됐다! 우리 친구들도 하나둘 저세상에 호구를 붙이는구나…”
“그러게 말이야. 우리 다 건강 조심하자. 그럼 전화 끊는다.”
김과장 어머니는 며칠 전 전화내용을 떠올리면서 혀를 끌끌 찼다.
“내가 친구를 죽였네… 죽였어… 다들 귀가 어두워서 참, 그래도 살아있다니 좋으네… 그런데 나도 이렇게 살아서 참!”
그리고 며칠 후 옥경이 남편한테서 직접 부고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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