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을 (외 3수) □ 리종화

2023-11-09 15:05:39

지친 얼굴 붉히며

해님이 서산 마루에

내려앉을 때면

밭일 마치고

노을 한 짐 등에 지고

돌아오시던 아버지

구리빛 얼굴에도

지친 노을빛은 묻어있었습니다


초가삼간 걱정살이에

북풍한설 가슴에 안고

한생을 묵묵히 일 해온

아버지는 노을빛이 등대인양

노을따라 조용히 가셨습니다


황혼 짙은 이 저녁

내 마음 하늘가에

노을빛이 파도처럼 물결칩니다



가을나무를 보며


사정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의 담금질에

시나브로 물든 나무잎들은

울긋불긋합니다


금세 떠미는 찬 바람에

파르르 떨며   나무잎들은

하나 둘 땅에 내리고

나무가지는 앙상한 몸을

휘청 휘청입니다


자식들이 하나 둘 커서

일 찾아 떠나 갈 때마다

오래오래 배웅하던 엄마,

그 엄마도 이제는

가을나무처럼 수척합니다


엄마처럼 봄 여름 가을을

참고 살아 왔을 가을나무,


잔잔히 밀려드는 찬바람에

나무잎이 되여

훨훨 날아 보고 싶습니다



고향집 처마


짖궂은 가랑비가 초가집 찾아

조잘조잘거릴 때마다

구슬프게 눈물 흘리는 처마,

뭐가 그리도 슬퍼

줄 끊어진 구슬처럼 하염없느냐


간만에 고향 잊지 않고

찾아온 제비아씨

새 옷깃 흠뻑 적실가

비물 털어대느라 분주하다


검은 머리 풀어헤친

구름 사이로 얼굴 내민

해님이 웃어준다고

너도 따라 웃지랑 말거라

울다가 웃으면

얼굴에 털 난단다



시내물


무슨 사연

무슨 아쉬움 그리도 많아

수많은 매듭을 풀고 감으며

쉼없이 가느냐


여울따라 굽이굽이

섬섬옥수로 그려내는

잔주름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가다가 가다가

바위에 걸채이면

기지개 켜며 뒹굴다가

구름이 비를 뿌리면

시름도 말끔히 잊은 듯

껴안고 함께 흐르는 것을


첩첩 산곡이 닳토록

줄달음쳐 내리며

흐느끼던 너의

  지친 산울림 애닯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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