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꽃 (외 6수) □ 손홍범

2023-11-17 08:46:40

고독한 겨울아씨

봄 총각 그리워라


밤 깊은 유리창에

꽃으로 변신했네


해 떠도

나비 안 오니

눈물되여 주르륵.



새 우


몇백년 살았길래

수염이 키를 넘나


조그만 몸뚱이에

도량은 한이 없다


바다도

옅다 탓하며

허리 굽혀 산단다.



박 수


진가를 분별하여

찬사를 들으란다


손벽을 박수로만

믿지를 말지어다


모기는

두 손 마주쳐

잡히는 걸 보았지.



할머니


비바람 눈보라를

백발에 묶어맸소


희비에 섞인 삶은

주름에 적어놨소


시름이

하도 무거워

허리마저 굽었소.



폭 포


태고의 원한을

품에 안고 포복한다


인고의 끝자락에

게걸든 납함이다


보느냐

벼랑 저미는

세로 섰는 칼날을.



초생달


해님이 너를 위해

산 넘어 피했건만


별들이 쳐다보니

부끄럼 다시 타네


귀여워

반남아 얼굴 가린

첫날 각시 네 모습.



스 승


다정히 내 손 잡아

책 산에 이끄시고


어깨를 내주시며

딛고서 서라 하네


나더러

청출어람을

이룩하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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