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축제 한마당 (외 6수) □ 김동진

2023-11-17 08:46:40

불단풍 뜨거운 산자락에

끓어번지는 한마당 풍악소리

북소리는 둥둥 둥둥 두둥둥이요

새장구는 쿵닥 쿵닥 쿵닥쿵이다


랑만의 허리에 삼색띠 두르고

고패 치는 장상모 열두발은

무지개를 휘여잡아 성수로구나


민초의 구슬땀이 알알이 영글어

오곡향이 싱그러운 가을은

달도 익고 별도 익어

황금의 노적가리 쌓아올렸으니


산과 더불어 물과 더불어

얼씨구나 흥이로다

절씨구나 멋이로다

환락의 물결이 설레이는

풍년축제 한마당 행복의 메아리여!



천년의 기원


여기 연대봉 기슭

연변아리랑을 부르는 마을에

뿌리 깊은 땅나무 한그루


천년의 기원 허리에 두르고

높푸른 창공을 우러러

창창한 가지를 펼치였구나


배고픈 고생 하지 말고

등 따뜻한 집에 살며

자손들 무탈하기를 빌어

백년의 춘하추동 하루와 같이

두 손 모아쥔 하얀 댕기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흘러간 세월의 이야기 속에

가난의 설음을 딛고 일어선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억센 삶의 미투리가 놓여있다.



호수의 아침


방금 솟아오른 해님의 부채살이

싱싱한 빛으로 호수를 보듬으면

싱싱한 기운을 받은 물고기들이

스프링처럼 튀여오른다


새 아침의 해살을 환호하며

새 아침의 애무에 감사하며

튀여오르는 고기가 있어

꿈속에서 깨여난 청정호수는

불을 때는 가마처럼 끓어오르고


튀여오르는 고기와 더불어

튀여오르는 물방울의 춤사위에

설레이는 호수의 아침은

옥망의 은비늘로 반짝인다.


은발의 상식


머리에 서리가 내리면

머리는 은발이 되고

은빛으로 물든 머리는

잘 영근 조이삭처럼

머리를 숙이고 산다

머리를 숙이는 것은

가라지를 닮지 않는

사람의 일반 상식이다.



하늘거미는 알지 못해라


서산마루 바위굽에서

기여나온 검은 족속

가마 밑굽 검댕이로 물들인

칠흑의 망토를 벗어

앉아있는 바위며

누워있는 들이며

지어 흘러가는 강물까지

덮어주는 자비를 베푼다


마지막 해살 한오리마저

빨아들이는 마귀의 그물을

밑구멍으로 늘이며

오징어 먹통 같은 너털웃음으로

산내들에 덧칠을 하는 거다


해님을 통채로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망상의 호수에는

흑장미의 까아만 내음이

도깨비의 유령처럼 떠다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밤까마귀의 슬픈 노래

장송곡처럼 스며드는데

검은 상복차림의 하늘거미는

못해라 못해라 알지 못해라


빠알간 사과 같은 해님이

삼킬 수 없는 불덩이라는 것과

색이 바래지 않는 별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늘거미는 알지 못해라.



언어의 파도


입안에는 목구멍에서 간질거리는

언어라는 물결의 파도가 있다


침에 젖은 언어의 파도는

물때 오른 해안 절벽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지만

곧장 돌아서서 또다시 일렁거린다


일렁거리지 않고는 못 견디는 파도

거품을 물지 않고는 못 견디는 파도

지구는 언어의 파도 속에 신음한다


졸음이 와야 대문을 닫고

목젖을 베고 눕는 언어의 파도

그 우로 스쳐가는 별들의 미소는

고요한 밤하늘에 그토록 평화롭다.



내 삶의 터전


내 삶의 터전에는

천지에 정화수 담아놓고

이 땅의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명승의 산-

장백산이 있고


내 삶의 터전에는

심산벽곡 주름잡아 굽이쳐 흐르며

이 땅의 전통과 문화를 노래하는

력사의 강-

천리 두만강이 있다오


진달래동산에 놀빛이 찬연하고

렬사비가 많아서 성스러운 땅

자랑 많은 민족자치기발 아래

형제민족 화목하게 살아가는 곳


새 아침의 창문을 활짝 열면

장백의 미인송이 춤추며 달려오고

두만강 여울소리 가슴을 파고드는

산이 좋고 물이 좋아 살기도 좋은

예가 바로 내 삶의 터전-

변강천리 아름다운 연변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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