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불 (외 5수) □ 최만수

2023-12-15 08:41:47

외로움 달래면서

환하게 웃으신다


온몸을 불태우며

내 앞길 밝히건만


아직도

한치 밖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씀바퀴


고향의 산과 들에

한생을 묻고 자라


해마다 봄이 되면

푸른 맘 꿋꿋하네


쓴소리

보약이 되여

내 가슴을 울리네.


◆ 우 수


얼었다 녹이면서

눈까비 내리건만


눈속의 새싹들은

눈뜨며 속삭이네


이제는

추운날 가고

봄아가씨 오겠지.


◆ 모 기


어디에 숨었다가

밤이면 설쳐대니


내 피를 빨아먹고

내 형제 된 것처럼


괘씸타

앵앵거리며

먹을 생각 뿐이니.


◆ 보름달


둥굴게 살아가라

환하게 웃음 짓고


어둠을 물리치며

세상에 빛을 주오


오늘도

잠 못 드시는

엄마 얼굴 보이네.


◆ 베 개


눈높이 네가 알고

편안함 내가 알지


한 베개 둘이 베고

꿈꾸니 행복했다


이제는

베개 둘이라

사는 모습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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