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외 4수) □ 김학송

2023-12-22 08:55:35

찬히 보면

눈 속에

길이 보인다


6각형의 순수를 흔들며

달려오는 소수레가 보인다

아버지, 어머니, 고향 사람들…

그네들의 세월이 맑게 출렁이며

흘러가는 강이 보인다


찬히 보면

눈 속에

꽃동네가 보인다


꿈알처럼 맑은 그녀의 미소가

환장하게 이쁜 그 세월 더불어

하늘의 축복 안고 달려오는

하얀 설레임이여!


그래서 첫눈은

눈이 아니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마음의 소리


메뚜기가 춤을 추니

바람이 노래 부른다


게으른 자는 락엽 우에

제 이름 새기며 웃고

부지런한 자는

구름 우에 집을 지으며 운다


백로를 따라갈가

구름을 따라갈가


아리숭한 안개의 강변에서

마음의 소리 딛고

걸어가는 나그네는

추운 파도에 제 그림자를 씻어

영근 해살에 말린다.



락엽의 언어 1


저 락엽 속에

신비한 얼굴이 보인다

신비한 말소리 들려온다


표정 속에 표정을 숨기고

말속에 말을 감추고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락엽


태여나고 스러짐이

한낱 이슬 우에 그린 그림이라고

조락의 언어로 중얼대는 락엽


락엽을 밟으니

“아파! 아파!…”


눈부신 비명소리 들려온다.



락엽의 언어 2


눈물처럼 떨어지는 락엽

내 마음처럼 흔들리는 락엽


종내 떨어지고야 말 운명이지만

함부로 절망하지 않는

거룩한 몸부림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저렇게

락엽의 언어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되여 불타는구나!



바람의 손


바람이 분다

하늘의 손길 같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험한 굽이마다

조용히 뻗어온 바람의 손


약관의 나이에 밭이랑에 묻혀

자칫 잡초가 될 번한

거칠고 슬픈 내 운명을

바람의 손이 건져주었고


청춘 시절

방황의 함정에 깊숙이 빠져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캄캄칠야에

등불을 켜준이도 바람이였다


힘들고 어려운 고비마다

부드러운 사랑으로

내 삶을 감싸준 고마운 바람


바람은 인정스러운 것

바람은 아리숭한 것

오늘도 내 속에서

나의 꿈을 밀어주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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