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속내를 말갛게 드러내고
해살 모으는 아침
통통 부어오른 볼은 한결
부드러운 시간을 반짝이오
바람의 깃을 잡고 길 묻는 나그내
흔들리는 눈길이 우주를 관통하며
한알의 진주가 기상을 읽소
흩어지는 이야기를
알알이 꿰려는 손가락 끝에
세월이 가시로 밖혀 곪아가면
까마득한 옛말이
질퍽하게 흘러
아리게 말을 걸어오오.
★봄의 숨결
바람은 향기 물고 와
시간의 틈새에서 옛말을 읊고
볕쪼임 부드러운 졸음
한낮 싱그러운 하품이 파랗소
만남이 부끄러워 가끔
눈빛 숨기려다 흘리는 정서
가슴의 넓이 만큼 부푼 설레임이
느긋이 잎을 피우오
가로세로 뻗는 아지 끝
봉긋이 튀여나온 입술은
핑크빛 립스틱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세월을 걷다가 읽다가
힐끔 쳐다보면
그대여
꽃나이를 어찌
모르는 척 하시나이까.
★가을빛
속삭임을 가로세로 엮어
리별의 정거장에 노을이 내렸소
흔드는 손바닥을 바람이 점프하면
길은 한창 그리움에 색을 입혀
무지개가 살이 오르오
지우려고 더욱 또렷해지는 이야기
편지로 적어 띠우면
미소 밝은 하늘에는 보낼 주소가
없었소
님아
사랑이 하얗게 서리 끼는 거리에서
우리의 노래는 아직
멈추지 아니했소.
★눈을 맞으며
얼어드는 시간을 하얗게 피우며
하늘과 땅 사이를 설레는 춤이
가슴앓이여라
분명 찢기운 조각인데
차마 웨치지 못한 사연을 묵새기며
꽃으로 웃으려는 모지름이여라
보이지 않는 맑은 정결
세월의 부대낌 속에
시리게 시리게 응고되여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여라
아!
황홀하여라
눈부시여라
애오라지 하얀 풍경을 펼치려는
거룩한 아픔이 내게도 온다.
★토지의 숨결
까마득한 세월을 누렇게 숙성시킨
엄마의 가슴엔 주름이 메말랐다
꽃이여
다시 향기로운 시작을
뿌리 깊이 사랑하지 않으시겠소
바람이 남긴 기억 해살로 달래며
래일을 피우려는 몸부림이
매끄럽지 않게 들쑥날쑥 가렵다
님이여
어제와 오늘과 무수한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 풀빛 물든 계절에
숨결 고르로운 노래를 짓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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