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외 5수) □ 김나리

2024-01-26 08:56:18

짜릿한

황금해살의

애무에 취한

울긋불긋 상기된

나무잎에게


썰렁한 바람이

불어와

툭 던지는 화두.


가을 강


누워 흐르는 강물이

우람한 산을 적시며

쪽빛 하늘을 품고 있다


사람들의 무거운 마음

실어주는 나루배와

수양버들 낱낱의 머리털

헹궈주는 강물,


가을 강은 깊어만 간다.


나무의 노래


여보,

더는 하늘 보며

키재기 경합 못하겠소


가볍게 달려있는

나무잎들 무게에도

팔다리가 휘여지오


여보,

앙상한 뼈마디가

그늘이 되여주지 못해도

오가는 길손들의

등받이로는 괜찮겠지?


나무는

문드러진 발톱 세워

뿌리를 지키며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된다.


시를 쓴다


오늘도 시를 쓴다

지나간 시간과

접시 우에 놓여있는 현재와

예측불허의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위하여


생각의 조각조각이 모여서

퍼즐 맞추어진

향기로운 한알의 감귤이 되듯이


오늘도 시를 쓴다

숙제하듯이 시를 쓴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망각의 강

손 뻗어 그릇에 담으려 한다


먹물이 붓끝에서

번져나오듯

내 안의 락타는 사막을

지나가고 있으니.


구름


흰구름 안개구름 먹구름

맑고 흐리고 뿌옇고

사연 많은 숨박꼭질 같은

그들만의 드라마를 써간다


언제부터인가

렌즈의 령역을 차지하고

뭐 같나, 뭐겠지, 뭐일 거야 릴레이하며

생각의 물고를 틀었지


수많은 추측과 반문 속에서

잊지 않은 신념은 단 하나

풍운조화 속에서도

실오리 같은 쪽빛 찾으려는 의지


마음이 상상의 날개 펼쳐주고

상상이 리념을 심어주고

리념이 현실 속에 스며들어와

자신만의 빛갈을 찾아간다


보아라, 흘러가는 저 구름

때론 목련화 되여 격정을 불러주고

때론 빗줄기 되여 슬픔을 날려주고

때론 천둥번개 되여 상처를 쓰다듬어준다


나는 구름을 좋아한다

변함없는 모습은 아니지만

변화무쌍을 품은 그가 좋다.


가로등


세상이 온통 내 것인 줄 알고

달빛, 별빛을 조롱했다


어느 날 별빛 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보고

달빛 우러러 나를 낮추었다


울고 웃으며 그렇게

한몸이 되여

어둠을 밝혀갈 때

비로서 나는 또다시 커갔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