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룡띠해 단상□ 박영진

2024-03-01 08:02:14

2023 계묘년 토끼해가 가고 청룡의 해라고 부르는 2024년 갑진년 룡띠해가 왔다. 푸른 희망과 성공을 의미하는 룡띠해라 어쩐지 새해에는 상서로운 일들만 생길 것 같아서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갑진’, 듣기에도 값져보이는 아주 좋은 간지이다. 사실 60갑자야 순환하는 것이니까 좋고 나쁨을 가리기도 힘들다. 그냥 흘러가는 세월중의 한해이고 60갑자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하늘의 기운을 대표하는 천간(天干) 10개와 땅의 기운을 대표하는 지지(地支) 12개를 짝 맞추면 60개의 천간지지가 되고 그 60년에 이름이 붙여지고 또 60년에 한번씩 순환한다. 그 60년을 한 갑자라고 한다. 갑진(甲辰)은 그 41번째 천간지지이다. 갑진에서 갑은 오행에서 나무 목을 대표하고 색상으로 치면 파랑을 대표한다. 진은 방위로는 동남, 열두띠에서는 룡에 속한다. 그래서 갑진년은 ‘푸른 룡’띠해인 것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엄청나게 길어진 백세시대라고 떠드는 요즘에도 한사람이 두 갑자를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래 살아봤자 60갑자 하나하고 반 정도 더 살 수 있으니까 실은 같은 간지의 해를 두번 살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올해 갑진년만 값지게 살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삶, 살아가는 한해 한해를 소중하고도 뜻깊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968 무신년에 태여난 내가 갑진년을 두번 다시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16년을 살아야 하니깐. 내 인생에 단 한번 뿐이니까 더더욱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가? 마치 내 인생에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 단 한분이였고 두번 다시 만날 수 없어 더더욱 그립고 보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소중한 것은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없어져야만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여 땅 치며 통곡하면서 후회하는 것이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이 아닌가싶다.

지천명, 성현군자 공자는 나이 50세를 지천명의 나이라고 했다.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보는 눈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저절로 달라지게 되였다. 이전에는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면서 신처럼 여기고 오직 돈만을 많이 벌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일개미처럼 힘들게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살아왔던 인생을 회상하니 인생이 참 덧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세상,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떠나는 이승인데 돈 때문에 단 한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바쁘고 힘들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면서 살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사는 게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된다. 늘 원망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탓하고 조상을 탓하며 부모님을 탓하면서 불평과 불만을 밥 먹듯이 하면 있던 복도, 찾아올 복도 다 달아날 것이다.

가정과 가장, 가장은 가정의 기둥이다. 기둥이 무너지면 가정도 파탄된다. 현명하고 훌륭한 가장이 있는 가정은 행복하고 웃음꽃이 피여나지만 패가망신한 타락한 가장이 있는 가정은 초상집 분위기이고 가족들이 서로 미워하고 티격태격 싸우는 콩가루 집안이 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좋은 일은 없고 나쁜 일만 생긴다. 나와 아버지의 경우도 그랬다. 나는 아버지가 미련하고 어리석어서 가산을 다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집안을 망하게 했다고 원망했고 아버지는 내가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까지 나오고도 출세를 못했다고 미워했다. 소 팔아 공부시켰더니 벼슬을 못하고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되였다면서 말이다.

우리 박씨네 가문은 원래 배초구에서 이전부터 이름 있는 집안이였다. 큰아버지는 처음에 구장을 지내다가 후에 상무부현장으로 승진했으며 둘째 큰아버지는 현사 차대 대장으로 사업했고 아버지는 촌에서 오래동안 당지부 서기를 했었다. 외삼촌들도 현에서 은행행장, 모 국의 국장으로 있으면서 인간성이 좋아서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개혁개방정책이 실행되면서 소수 사람이 먼저 부유해지는 길이 열리자 사회배경이 좋고 관계망이 넓은 우리 집은 각종 부업을 하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무역장사를 하여 목돈을 벌었다. 욕심이 과하면 망하는 법이다. 워낙 1940년 경진년 룡띠인 아버지는 일확천금 한탕주의 환상에 빠져 사기군들의 감언리설에 속아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은행의 빚도 못 물어 가족을 엄청 고생시켰다. 각자도생인 요즘 세상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머니는 아직까지도 그때 그 일을 외우면서 마음이 아파서 락루하신다.

망부성룡, 아버지 덕분에 룡이 된다는 신조성어이다. 망자성룡이 자식이 출세하면 그 덕에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라면 그에 대비되는 말이 되겠다. 한고조 류방, 명태조라 불리는 홍무제 주원장처럼 란세에 영웅이 되여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고 황제가 되면 부모만 룡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득도하면 그가 기르던 닭과 개도 승천한다. 요즘 세상은 망자성룡보다 망부성룡의 시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망자성룡을 바랐던 아버지와 망부성룡을 원했던 나, 사람은 누군가에게서 대가를 바라거나 바라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망과 미움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서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내 아들로 태여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니깐 말이다. 지천명 나이, 땅의 도리도 알고 하늘의 도리도 알며 인간세상 사람의 도리도 아는 성숙되고 철이 든다는 나이를 먹은 지도 한참 되는 나는 이제는 인생의 참된 가치와 보람이 무엇인가를 알 것 같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세상에 공짜가 없고 비밀이 없으며 정답이 없다는 철리도,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바뀌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자연과 인간세상의 섭리도 뼈저리게 피부로 느끼게 된다.

복중의 복, 복중의 최고 복도 인복이라고 하며 인연은 하늘만이 그걸 알고 때가 되면 저절로 만나게 되고 때가 되면 헤여지는 법이다. 이를 불교에서 시절인연이라고 한다. 나는 룡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본다. 아버지와 내 아들은 모두 경진년 룡띠로 백룡이고 하나 뿐인 매형과 어려서 역병에 걸려 요절한 형님도 갑진년 룡띠로 청룡이다. 이상하게도 우리 집은 나만 빼고는 남자들 모두다 룡띠이다.

세상에 재난을 몰고 온다는 검은 룡이라고 부르는 임진년은 나와 악연인 것 같다. 모두 익히 아는 임진왜란이 바로 그 일례이다. 그리고 2012년 임진년 또한 나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었다. 어질고 착하신 백룡 아버지가 잔인무도한 흑룡의 공격을 받아 싸움에서 패하여 죽음을 맞이하였다. 급성 페염으로 허망하게 돌아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하늘을 원망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2024년은 희망과 청춘, 생기가 넘치는 성공의 해, 푸른 룡이 복을 가져오는 갑진년이다. 룡이 여의주를 얻어 입에 물고 승천하듯이, 백룡인 내 아들과 청룡인 매형을 비롯한 내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나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 성취하시며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조국-중화인민공화국에도 청룡의 기운이 차고 넘쳐 룡처럼 비상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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