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외 4수)□ 박계옥

2024-03-08 07:04:09

두루미 깃털 같은

몸매 만들려고

함박 같은 꽃마음

키우려고

벼루에다 갈고 갈았다


부드러운

속살 빚어놓고

하아얀 드레스 차림으로

계수나무

찾아갔더니만


쪼각난 가슴 만지며

달님은 아픈지 돌아서있고

속깊은 하늘

늦기 전에 어서 가라며

두 손으로 등 떠밀어준다


천길 벼랑도 지척인 듯

흰치마 뒤집어쓰고

뛰여내리는 효심

심청이의 눈물인가

초겨울 대지 깡그리 젖어든다



외볼 우물


그거 아시나요?


꽃잎이 바람에 날리면

꽃나무가 우는거 아니예요

꽃샘이 퐁퐁 솟는 거랍니다

이른 아침 풀잎에

이슬 맺히면

사슴은 서럽다고 울지 않지요 .

퐁퐁 솟는 사랑 먹고 힘 키우니깐요


주성이의 색시는

시집갈 때에

우물 하나만 갖고 갔답니다

그것만이라도

한가족 평생 마실 수 있도록


밤낮없이

퐁퐁 용솟을 거라네요 샘물이



저놈의 돈을 그냥 확…


얇삭한 얼굴로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심술도 잘 부려


너무 까탈스럽지


통째로도 주고

절반만 주기도 하고

안주기도 하면서

사람을 고르지


유네스코에

나가려고

기생처럼 웃으며

폼잡고 앉아있는 꼴


복싱하던 주먹으로

한대 갈겨 볼가

가슴에 멍이라도 들면

정신 차리려나


돌고 돌며 까불치는

밉상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너를, 내 그냥 확…



꽃이 필 때쯤


꽃바람 한동이

이고 온 아지랑이

아직 돌아서기도 전에


온하루 바삐 보낸 태양

한자락 붉은 노을

서산마루에 걸어놓았다


그걸 보고 날아온

단정학 한마리

빨간 정수리 흔들며 꾸짖는다


가버린 생리를

들춰내면 뭐하냐

차라리,

눈감고 잠이나 자려무나


저런, 간이

배 밖에 붙은 자식 보았나

대나무 비자루 들고

호통은 치면서도

어느새 치달아오른 동녘


순간, 아침은 청량하고

대지는

온통 진붉은 선혈로 질퍽하다



서예의 심장


점 하나 없는 백지장에

숨을 주어라

그러면, 사과 한알

통통 튀여오르리


검디 검은 먹물 따윈

어림도 없어

붉고 노랗고 또 푸르기도 한 것들

공허를 채워 갈 때에


붓이여 알겠는가

너를 잡은 건

손이 아니여라

스탠드로

막힌 혈관 뚫는


얼과 넋의 오묘한 만남

  그 휘황한 순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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