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의 눈동자(외 4수)□ 김정권

2024-03-22 07:14:08

앞내가 시내물이 찰랑대고

뒤동산 살구꽃이 하롱대던


저 깊은 눈망울 속 렌즈에

지금은 무엇이 찍혀있는가


바다가 비치는 물비늘 속에

어찌 두만강이 출렁이는가


언제 적 넣어둔 아리랑이

진달래로 피여서 나오는가



섬초


나는 비금도의 땅에서

이름을 가진

땅순이의 푸른 살이다


안개는 나의 드레스이고

하얀 눈꽃은 너울이다


통배추야, 물렀거라!


시집가는 날, 내 몸값은

하늘 뛰는 숭어보다 더 높다



봄동


달빛이

이슬로 뜬 방석이다


푸른 잎은 하늘이요

노란 속은 해바라기다


꽃노을 앉았다가

흰구름 앉았다가

지나가는 바람도

쉬여가는 려인숙이다


그러다 기다리던

손님 만나면

통배추를 밀어내는

겉절이로 상큼하다


봄을 동동 띄운 맛이다



너를 좋아할 수 있음에

세상이 빛나던 것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이처럼 분에 넘칠 수 있다는 걸

너를 좋아하면서 그만 알아버렸다

이 풍진 세월에

세상이 싫어질만한 나이임에도

너로 인해 불어오는 바람도

내게는 앞섶을 헤쳐 껴입고 싶은

목내복 같은 것이여서

나는 참 따뜻하던 기억을 안고

샤갈의 화판에 구름처럼 올랐다

고흐의 해바라기물감을

훔친 것도 아닌데 해빛에서는

어쩌면 또 꿀빛냄새가 나는지…

이것도 죄라면 죄인 것을 알겠다만

사람을 사랑한 죄는

하늘도 벌하지 않는다 하기에

그리하여 그 죄는 다 내가 가질테니

너는 그냥 세상을 다 가지고

칠색의 무지개다리를 건너

푸른 하늘을 오래오래 마셔라



이 가을엔 나는

무슨 물 들랑가 몰라


이 가을

나는 무슨 물이 들랑가 몰라

하늘물,

바다물,

꽃물, 이슬물, 단풍물,

이 물 저 물

다 들어도 곱긴 하겠다만

그래도 한가지 물만 들라하면

흙물, 풀물 다 배인

내 서방물, 한 물이면 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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