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가 시내물이 찰랑대고
뒤동산 살구꽃이 하롱대던
저 깊은 눈망울 속 렌즈에
지금은 무엇이 찍혀있는가
바다가 비치는 물비늘 속에
어찌 두만강이 출렁이는가
언제 적 넣어둔 아리랑이
진달래로 피여서 나오는가
섬초
나는 비금도의 땅에서
이름을 가진
땅순이의 푸른 살이다
안개는 나의 드레스이고
하얀 눈꽃은 너울이다
통배추야, 물렀거라!
시집가는 날, 내 몸값은
하늘 뛰는 숭어보다 더 높다
봄동
달빛이
이슬로 뜬 방석이다
푸른 잎은 하늘이요
노란 속은 해바라기다
꽃노을 앉았다가
흰구름 앉았다가
지나가는 바람도
쉬여가는 려인숙이다
그러다 기다리던
손님 만나면
통배추를 밀어내는
겉절이로 상큼하다
봄을 동동 띄운 맛이다
너를 좋아할 수 있음에
세상이 빛나던 것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게
이처럼 분에 넘칠 수 있다는 걸
너를 좋아하면서 그만 알아버렸다
이 풍진 세월에
세상이 싫어질만한 나이임에도
너로 인해 불어오는 바람도
내게는 앞섶을 헤쳐 껴입고 싶은
목내복 같은 것이여서
나는 참 따뜻하던 기억을 안고
샤갈의 화판에 구름처럼 올랐다
고흐의 해바라기물감을
훔친 것도 아닌데 해빛에서는
어쩌면 또 꿀빛냄새가 나는지…
이것도 죄라면 죄인 것을 알겠다만
사람을 사랑한 죄는
하늘도 벌하지 않는다 하기에
그리하여 그 죄는 다 내가 가질테니
너는 그냥 세상을 다 가지고
칠색의 무지개다리를 건너
푸른 하늘을 오래오래 마셔라
이 가을엔 나는
무슨 물 들랑가 몰라
이 가을
나는 무슨 물이 들랑가 몰라
하늘물,
바다물,
꽃물, 이슬물, 단풍물,
이 물 저 물
다 들어도 곱긴 하겠다만
그래도 한가지 물만 들라하면
흙물, 풀물 다 배인
내 서방물, 한 물이면 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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