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바람의 끝자락에서 (외 5수)□ 김동진

2024-04-19 07:46:04

섣달 추운 바람의 끝자락에서

하아얀 계절이 녹아내립니다


헤여질 때가 되면 저렇게

고드름도 눈물을 흘리는군요


어차피 떠나야 할 몸이라면

말없이 고옵게 보내드리오리다


진달래꽃 망울꿈이 부푸는데

잡아둘 리유가 따로 없나이다


갔다가 오고 왔다가 가는 게

세상이요 해달의 리치 아니옵니까



진달래꽃 피였네


사뭇 그리운 산천이기에

진달래꽃 올해도 남먼저 피였네

차마 못잊을 사랑이기에

진달래꽃 올해도 어여쁘게 피였네


유서 깊은 이 강산에 안기여

사랑을 꽃피우는 게 소망이라네


뜨거운 가슴으로 새 희망 속삭이는

향기와 미소 산발을 적시네


하늘을 물들이는 연분홍노을

천리변강의 새봄을 노래부르네



보슬비가 내린다


얼었던 가슴이 녹는가 보다

막혔던 구멍이 뚫렸나 보다

비가 내린다 보슬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만난 사랑의 이름으로

허공을 떠돌던 추억의 이름으로

보슬비가 내린다 수줍게 내린다


두고 간 산과 물이 사뭇 그리워

정을 나눈 이웃이 못내 보고파

보슬비가 내린다 잔잔히 내린다


촉촉히 젖어드는 고운 숨결로

흙에 묻힌 씨앗의 꿈을 보듬어

비가 내린다 보슬비가 내린다



장상모 열두발


천산아 저리 비켜라

만수야 너도 비켜라

장상모 열두발이

땅을 차고 솟구친다

휘여잡은 채색꿈

고패 치는 열두발

아리랑 열두 고개

나래치며 넘어간다



오가는 것이


구름이 오고

바람이 간다


비가 오고

구름이 간다


오면서 가고

가면서 오고


오는 것도 순간이요

가는 것도 순간인데


오고 가는 것이

어찌 세월 뿐이랴


황혼의 옷자락


어둠의 늪에 빠져드는

해거름 황혼의 옷자락

몸과 마음 해종일 헤쳐온

바람과 구름을 생각하면서

삶의 의미를 새김질한다

옷섶에 숨겨둔 한오리 빛으로

래일의 밝은 상봉 약속하면서

생명은 그렇게 별빛에 젖는다

별빛에 젖어

어둠에 젖어

밤이라는 시간의 턴넬을 지나

동트는 새벽으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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