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외 8수)□ 리명자
날 보는 저 눈길이
낯익어 보이는데
흰서리 잔주름이
세월을 그렸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
고운 삶이 씌였네
단풍 꽃
국화는 찬서리에
외로이 떨고 있고
나무는 잎새마다
홍조 띤 얼굴이라
밤 사이
비밀 한아름 안고
수채화로 피였네
1월이 오면
나무는 한겹 두겹
벗으며 잠이 들고
굶주린 참새들은
텅빈 들 헤집는데
갈대는
백발 떠이고
떠난 님을 그리오
찬서리
가을밤 찬서리가
머리에 내렸는가
봄 오고 여름 가도
녹을 줄 모르는데
세월은
시름 불러다
하얀 덧칠 더하네
떠나는 계절
떠나는 당신 옷깃
한오리 잡아놓고
아쉬워 그리울가
갈피에 모셨더니
체취가
약속해주오
다시 돌아올거라
시월의 하늘
저 푸른 하늘에는
목화꽃 피여나고
해와 달 실을 뽑아
대지에 수놓을제
호수는
하늘 품고서
춤사위에 신난다
빈 들판
수확을 끝낸 들판
헐벗은 몸매런가
참새만 왔다 갔다
이삭 줍기 한창인데
찌푸린
낮은 하늘로
목화송이 날리오
추억
청춘의 두 심장이
뜨겁게 불타올라
별처럼 반짝이던
사랑을 그렸건만
지금은
누구의 태양으로
빛이 되고 있을가
락엽 밟으며
찬바람 성화 부려
나무 잎 떨어지고
땅 우에 뒹굴다가
저 멀리 사라지오
인생도
저리 가는가
밟는 발길 무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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