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산천 (외 5수)□ 리종화

2024-05-24 08:58:40

구름이여,

눈여겨보는가?

아리랑 열두 고개

화려한 천리 이 강산에

넘쳐나는 연분홍 미소를


바람이여,

아직도 기억하는가?

인고의 긴 세월

이 산간에 물결치던

두루마기 흰 옷자락을


태양이여,

굽어 비추시라

열두 속살 활짝 펼쳐들고

이 산간을 해마다 찾아주는

저 귀여운 소녀 같은 꽃을



버들개지


조잘대는 시내물에

발 담근 엄니의

양수 터뜨린 자궁을

뚫고 나왔노라고

차디찬 겨울바람 이겨낸

봄아씨의 휘파람 소리에

흰 솜털 배내저고리 입고

배시시 웃는 아기련 듯


엄니의 장바구니에 앉아

온 세상 다 가진 듯

꼬리 흔들던 강아지여



내 고향 강가에서


몇년 만이던가

계곡을 찢어대는

빨래방치 소리 들으며

잠자리 쫓아 뛰놀던 곳


누구의 발길 기다리는지

지금도 누워있는

징검다리 징검돌 사이

버들잎들 배놀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망초꽃 무리와 악수하며

물새가 둥지 찾아 날아들자

흠칫 놀란 노을 한자락

얼굴 붉히며 사라져간다


오늘도 변함없어라,

가갸거겨, 가갸거겨

개구리들 목 놓아 합창하는

고향의 짧은 저녁답이여!



봄눈


가다가, 가다가 차마 못 잊어

가던길 돌아온 그대

누굴 위해, 누구를 위해

차거운 락서만

허공에 휘뿌리는가


흰 치마자락 나풀나풀

몰래 갔다가

또다시 오려거든

오시는 봄아씨 뜨거운 가슴에

눈물이나 흘리지 말던지


정녕 또다시 가야만 한다면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눈물 보이시던

하늘나라 계신 할머님께

문안이나 전하렴아



잔디밭


홀로는 한방울 이슬도

담을 수 없는 조무래기들

빼곡히 모여 어깨겯고

하늘도 담아내는 넓은 그릇


련인들 심어놓고 간

사랑의 언약

푸른빛으로 물들어

먼 하늘 힌구름도 쉬여가는 자리


무심한 발길에 쓰러져도

다시 손잡고 일어서서

봄바람 속삭여주면

해살에 웃으며 남실대는 깃털


누워도 선 듯

서도 누운 듯

언제나 포근히 펼쳐진

연초록 융단이라!



굴착기


긴 목을 휘저으며

노란 기린 한마리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


웅글진 영각소리

거친 숨을 톺아내며

아직 얼마나 더 파야 할지


잠자던 빈터에는

어느새 커다란 산이 솟는다

심장이 멎는 순간까지

흙에 묻혀 일하시던

아버지모습 겹쳐보인다


산을 옮기고

바다도 메울 수 있는

기린의 저력이

저 기다란 목에 있다면

왜소한 몸에 초가삼간 짊어진

  아버지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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